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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노예' 업주, "아들 지켜달라" 80대父 간곡한 유언 짓밟아(종합)

송고시간2016-09-13 13:46

암 판정 父, 홀로 될 지적장애 아들 맡겨…착취·폭행에 수급비 가로채

주민·기관 무관심 속 10년간 학대 받아…자유의 몸 됐지만 살 곳 '막막'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10년간 무임금 강제노역과 폭행에 시달린 지적 장애인 A(42)씨가 경찰에서 한 첫 마디는 "두 번 다시 그곳에 가기 싫다"였다.

10년이란 오랜 시간 동안 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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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 3급인 A씨는 2006년까지 청주에서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위로 형과 누나 2명이 있었지만 모두 타지에 살며 왕래가 뜸했다.

가족 중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은 A씨가 유일했다. 결국 여든을 넘긴 고령의 아버지가 A씨의 유일한 보호자로 생활해야 했다.

그런 아버지가 청천벽력과 같은 식도암 판정을 받았다. 몸이 쇠약해진 아버지는 더는 A씨를 돌볼 수 없게 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타이어 가게 주인 변모(64)씨를 찾아가 아들을 거둬달라고 부탁했다.

2006년 어느 날로 추정되는 이때부터 A씨는 변씨와 살게 됐다.

A씨의 아버지는 2007년 5월께 아들의 기초생활비와 장애수당 등을 받아 관리하던 통장까지 맡기며 변씨를 철석같이 믿었다. 그리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간곡한 바람과 달리 A씨에게 변씨와의 만남은 지독한 '악연'이었다.

A씨는 타이어 가게 한편의 2평 남짓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변씨가 시키는 온갖 일을 묵묵히 해야 했다.

변씨는 A씨가 일하는 게 성에 차지 않으면 발로 차고 매질을 했다. 매질에 사용한 물건은 '거짓말 정신봉'과 '인간제조기'라고 적힌 곡갱이 자루였다. 말이 '매'지 사실상 '흉기'에 가까웠다.

변씨의 가혹한 매질에 A씨는 팔이 부러지고 머리가 찢기기도 했다.

중노동과 폭행에 시달린 A씨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변씨는 A씨에게 단 한 푼의 월급도 주지 않았다. 잘 곳과 먹을 것을 마련해 준 게 전부였다.

오히려 벼룩의 간을 내먹듯 A씨의 돈을 가로챘다.

남편으로부터 A씨의 수급비 통장을 건네받은 부인 이모(64)씨 지난 10년간 A씨의 수급비 2천400만원을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빼 썼다.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A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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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형과 누나들은 동생이 변씨의 가게에서 생활하는 것은 알았지만 '잘 지내려니'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사람들도 A씨에게 무관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변씨의 가게는 사람들의 눈에 비교적 잘 띄는 마을 초입에 있어 A씨에게 행해지는 학대가 주변에 쉽게 목격됐을 법도 하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 인근 주민들은 하나같이 "잘 모른다"며 진술을 꺼려했다.

변씨가 A씨를 종종 때린다는 것을 소문을 통해 들었지만 같은 동네 사람이라 관계가 껄끄러워질까 봐 신고하지 못했다는 주민도 있다.

지난 7월 같은 청주에서 발생한 '축사노예 사건' 이후 장애인 인권 실태 전수조사에 나선 행정기관 역시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청주시는 지난달 A씨와 전화 상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학대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수급비가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거주지가 명확하다는 이유로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지난 3일 변씨의 폭행 장면을 목격한 한 손님의 신고로 A씨는 비로소 '10년의 노예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A씨는 자유의 몸이 됐지만 앞으로도 걱정이다. 현재 그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단기 보호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장기 보호시설을 찾지 못하면 거리로 나앉을 처지다.

경찰 관계자는 "당장은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단기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일시적 조처라 A씨의 가족과 상의해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변씨를 특수상해·근로기준법 위반·횡령·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그의 부인 이씨를 횡령 혐의로 각각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지난 8일 피의자 조사를 받은 변씨 부부는 혐의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구를 사용한 폭행 관련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추가 조사를 마친 뒤 추석 연휴가 끝나는 내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청주에서는 지난 7월에도 지적 장애 2급인 고모(47)씨가 19년간 한 축사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강제로 노역하고 학대를 받은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나 세간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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