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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서 깁스했다" 주민 신고에 10년 장애인학대 수면 위로

송고시간2016-09-12 15:03

'축사노예' 수사했던 경찰, 신속 대응해 타이어가게 업주 입건


'축사노예' 수사했던 경찰, 신속 대응해 타이어가게 업주 입건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이승민 기자 = 10년간 무임금 노동을 하며 학대를 받은 일명 '타이어 노예' 사건은 신고 전화 한 통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3일 오후 1시 55분께 "청주시 청원구의 모 타이어 수리점(가게)에서 지적장애인이 임금을 못 받고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을 봤다"는 내용의 신고 전화가 충북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접수됐다.

지적장애인 때리려 만든 '거짓말 정신봉' [연합뉴스DB]
지적장애인 때리려 만든 '거짓말 정신봉' [연합뉴스DB]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7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주 축사노예 사건 여파가 아직 가시기도 전이어서 경찰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신고내용을 전달받은 청주 청원경찰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간파, 수사과장을 비롯해 당직 강력팀 4명을 현장에 급파해 신고자를 만났다.

신고자는 처음에는 지역 주민이어서 말하기가 껄끄럽다며 난처해 하다가 경찰의 설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타이어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 주인에게 맞아 팔에 깁스하고 돌아다녔다. 담배꽁초를 주워 피거나 구걸하기도 했고 심지어 폭행당하는 것도 봤다"며 보고 들은 사안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경찰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민들을 상대로도 탐문에 나섰다.

일부 주민은 경찰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면서도 아는 내용을 전해줬다.

경찰은 신고내용과 탐문을 통해 지적장애 3급인 A(42)씨가 노동 착취 및 학대 피해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A씨의 주소는 타이어 가게로 돼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작고한 상태였다. A씨는 가게 마당에 있는 6.6㎡ 규모의 작은 컨테이너에서 숙식하며 업주 변모(64) 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경찰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변씨가 A씨에게 임금을 제대로 안 주고 때리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고자의 신고내용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장애수당, 기초생활수급 등 자료를 확인하며 수사에 속도를 높였다.

지적장애인이 10년동안 일한 타이어 수리점. [연합뉴스DB]
지적장애인이 10년동안 일한 타이어 수리점. [연합뉴스DB]

지난 7일 오전 11시께 A씨를 직접 경찰서로 불러 피해자 조사를 했다. 변씨는 이 과정에서 "A를 왜 데려가려고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 자체를 매우 불쾌하게 여겼다고 한다.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었던 A씨는 자신이 그동안 봤던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A씨는 2006년부터 변씨 부부의 타이어 가게와 식당에서 타이어를 나르는 등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해왔으며 돈은 못 받았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는 변씨가 '거짓말 정신봉'이라는 둔기를 만들어 "거짓말한다", "일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을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신고자와 마을 주민들에게서 파악한 대로였다.

변씨의 범죄 혐의를 확신한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변씨 부부를 불러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변씨는 A씨에게 임금을 주지 않은 것과 함께 폭행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변씨의 부인 역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A씨 앞으로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 등 2천400만원을 관리하며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변씨 부부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무임금 노동과 학대의 굴레에서 벗어난 A씨는 경찰의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을 받으며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찰은 변씨 부부를 상대로 사건경위를 조사한 뒤 근로기준법을 다루는 청주지방고용노동청과 협력,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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