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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장애인 실태조사 '구멍'…10년동안 '타이어노예' 깜깜

송고시간2016-09-12 13:00

'축사노예'사건 터진 뒤 벌인 전수조사, 거주지 파악 수준 그쳐

'타이어노예'와 전화 상담하고도 확인 못해…행정인력 부족도 원인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지난 7월 청주에서 '축사노예 사건'이 터진 이후 충북도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벌인 장애인 실태 전수조사가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적장애인 때리려 만든 '거짓말 정신봉' [연합뉴스DB]
지적장애인 때리려 만든 '거짓말 정신봉' [연합뉴스DB]

청주의 한 타이어 수리점에서 40대 지적장애인이 10여년간 학대와 강제노역에 시달린 사건이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으나 행정기관은 이런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축사노예 사건'은 지난 7월 불거졌다. 우연한 기회에 청주 오창읍의 한 축사에서 생활하는 고모(47·지적장애 2급)가 강제노역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고씨는 1997년부터 19년 동안 청주시 오창읍의 한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 마리를 관리하는 무임금 강제노역을 당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은 '축사노예 사건'으로 불리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충북도의 방침에 따라 청주시를 비롯한 충북 시·군들이 지적장애인 거주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충북에 주민등록을 둔 지적·자폐·정신장애인 1만3천776명 가운데 10명의 소재가 불확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와 시·군은 이 가운데 1명을 수사 의뢰했고, 나머지 9명에 대해서는 실종신고를 하거나 수사 의뢰했다. 시·군이 이들의 주변 인물과 가족, 친인척 등을 대상으로 소재 파악에 나섰으나 이미 오래전에 연락이 끊겨 행방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20일부터 8월 말까지 운영한 신고 센터에는 17건의 장애인 인권 침해 신고가 접수됐다.

이중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된 4건을 경찰과 노동지청에 수사 의뢰한 결과, 1건은 '혐의없음'으로 종결됐으나 나머지 3건은 조사중이다.

'타이어 노예'가 생활한 컨테이너 [연합뉴스 DB]
'타이어 노예'가 생활한 컨테이너 [연합뉴스 DB]

그러나 주민의 신고에 따라 수사에 나선 경찰이 밝혀낸 청주시 내수읍 타이어가게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며 학대를 받은 지적장애 3급의 A(42)씨 사건은 지자체 실태조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사안이다.

타이어 가게 주인 변모(64)씨는 일명 '거짓말 정신봉'이라는 몽둥이를 만들어 상습적으로 때리고, A씨에게 지급된 기초생활수급비 2천400만원까지 마음대로 사용한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변씨는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10년간 이곳에서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적장애인이 10년동안 학대와 강제노역에 시달렸지만, 행정기관의 구조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못했다.

특히 '축사노예 사건'이 터진 이후 충북 도내 시·군이 대대적으로 벌인 조사도 별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행정기관의 조사가 소리만 요란했을 뿐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조사는 장애인이 주민등록상 등록된 거주지에 실제 생활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애인들이 실제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청주시는 지난달 A씨와 전화 상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에도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미뤄볼 때 청주에서 잇따라 불거진 '축사노예', '타이어 노예'와 같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이 얼마나 더 있는지조차 모르는 형편이다.

일부에서는 부족한 행정인력 탓에 시·군이 장애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읍·면·동에 장애인 담당 관련 업무를 보는 직원이 1명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청주시의 한 관계자는 "청주시에 등록된 장애인만도 3만8천명에 달하지만, 읍·면·동에서 장애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43명에 불과하다"며 "현재 인력으로는 이들 장애인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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