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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권력에 휘둘리는 직장인의 비애 '무한상사'

송고시간2016-09-11 11:16


미생, 시그널, 베테랑, 곡성, 내부자들 등 패러디
엇갈린 반응 "몰입도 굿" vs "감동보다 웃음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맨날 일에 치이고 돈에 치이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봤자 결국 달라질 거 하나 없어요. 그런데 한 번만 눈 감으면 확 바뀔 수 있다잖아. 내 인생이…"

평소 직장인들의 애환을 가벼운 콩트로 그려내 웃음과 공감을 끌어내온 MBC TV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특집편 '무한상사'가 뜻밖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직장인들은 돈과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사회적 약자다. 그러다 보니 생존을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때론 작은 유혹에 넘어가 현실과 타협한다. 소신을 지키며 살기 위해선 고군분투해야 한다.

10일 후속편을 포함해 2주에 걸쳐 방송된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이런 직장인들의 모습을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로 담아냈다.

유 부장(유재석 분), 박 차장(박명수), 정 과장(정준하), 하 사원(하하) 등 친숙한 인물들이 간간이 코믹한 연기를 펼쳤지만, 웃음은 공을 들인 서스펜스와 스릴에 묻힌 느낌이었다.

몰입감과 반전이 있는 드라마를 즐겼다는 시청자들도 있었으나 예능 프로그램다운 평소의 가볍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 스릴러 공식에 패러디 가미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극 중 인물들과 함께 관객들까지 미궁에 빠트린 뒤 서서히 길을 찾아가게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의 익숙한 공식을 따라갔다.

의문의 추격과 교통사고를 당한 유 부장의 미스터리한 행적을 둘러싼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면서, 무한상사의 후계자인 권 전무(지드래곤·권지용)가 자신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부하 직원들을 이용한 뒤 제거했다는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다.

극적 반전을 연출하기 위해 관객을 속이는 장치도 있었다.

첫회에서 사건 해결의 핵심 단서인 것처럼 보였던 고양이 오르골은 "누군가 태엽을 감아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고 언제나 같은 일을 반복하는" 직장인을 암시하는 단순한 소품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모티브와 주요 설정을 드라마 '미생', '시그널', 흥행 영화 '베테랑', '내부자들', '곡성' 등 최근의 화제작들에서 빌려왔음을 숨기지 않는다.

돈과 권력 앞에서 나약하지만 소신 있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샐러리맨들이라는 주요 인물들과 배경은 2014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케이블 드라마 tvN의 '미생'과 흡사하다.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또한 폭주하는 재벌가의 후계자를 모든 악의 배후로 설정하는 선악 구도는 류승완 감독의 최근작 '베테랑'을 떠올리게 했다.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에서 권 전무 역을 맡은 가수 지드래곤은 "어이가 없네"라며 '베테랑'에서의 재벌 3세 조태오 역을 맡았던 배우 유아인의 연기를 그때로 따라 하기도 한다.

음주 운전으로 여학생을 치어 죽게 한 뒤 부하 직원에게 죄를 떠넘긴 권 전무의 실체가 휴대전화로 전송된 차량 블랙박스 동영상에 의해 백일하에 드러난다는 설정은 화제의 영화 '내부자들'에서 빌려왔다.

이밖에 경찰서와 권 전무의 검거 장면 등은 지난 3월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따왔으며, 초반 스릴을 만들어내는 구도는 영화 '곡성'에 기댄 듯하다.

특히 영화 '곡성'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일본 노배우 쿠니무라 준이 직접 출연해 벽면에 붙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보며 싸늘한 미소를 짓는 장면은 '곡성'을 생각나게 했다.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 화려한 특별출연…정형돈 깜짝등장 화제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화려한 출연진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건강문제로 '무한도전'을 하차한 정형돈의 깜짝 등장이 화제를 낳았다.

정형돈은 유 부장이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병실에 환자복 차림으로 등장해 쾌유를 빈 뒤 "빨리 회복하셔서 다 같이 웃으면서 꼭꼭 다시 만나요"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정형돈 소속사인 FNC엔터테인먼트는 이에 대해 "무한도전 하차 결정을 내릴 무렵 촬영한 것"이라고 전했다.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정형돈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은 '무한도전' 출연진의 정통연기 도전이라는 새로운 에피소드처럼 출발했으나 결과물은 완성도가 높았다.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영화 '라이터를 켜라'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결과지만,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참여도 한 몫을 했다.

의문의 죽임을 맞은 희생자들은 '미생'에 출연했던 손종학, 김희원, 전석호가 맡았다. 이들은 힘없은 샐러리맨으로 권 전무의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해주는 하수인 역할을 하다 뺑소니 사고 책임까지 대신 지고 차례로 죽음을 맞는다.

'시그널'에 출연했던 이제훈, 김혜수, 김원해가 '시그널'에서와 비슷한 인물을 연기한다.

'시그널'에서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로 나왔던 이제훈은 권 전무의 명령을 받고 움직이는 형사 역을 맡아 반전 연기를 펼쳤다. '시그널'에서 장기 미제 전담팀 형사 차수현 역을 맡았던 김혜수가 마지막에 등장해 권 전무를 체포한다.

쿠니무라 준은 비밀의 열쇠를 쥔 일본인 바이어 마키상으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쿠니무라 준

'곡성'에 출연했던 아역 배우 김환희는 카메오로 등장해 "그것이 뭣이 중헌디. 뭣 중하냐고"라는 '곡성'에서 했던 대사를 재현했다.

이밖에 배우 전미선이 권 전무의 사주를 받고 유 부장을 곤경에 빠트리는 간호사로 분했으며 배우 신동미, 안미나도 등장했다.

인상 깊은 악역 연기를 펼친 권 전무 역의 지드래곤은 '무한상사' 전작들에도 출연했었다. 처음에 신입사원으로 등장했다가 나중에 회장님 아들로 변신했는데, 이번에는 죄의식이 없는 재벌 후계자로 거듭 변신했다.

◇ "몰입도 높았다" vs "예전의 무한상사로"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에 대한 시청자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제작진이 던진 메시지에 공감하고 장르를 바꾼 새로운 시도도 참신하고 재미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2012년 사회 초년생에서 2016년 사회생활에 지친 아저씨가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시청자는, 극 중 유 부장이 했던 "바보처럼 사는 게 훨씬 나아요. 쪽팔리게 사는 것보다는"이라는 대사를 언급하면서 "2012년엔 멋있다고 생각했을 이 대사가 2016년엔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바보처럼 사는 것보다 쪽팔리게 사는 게 훨씬 쉬운 일이란 걸 깨달아버린 지금이 아쉽다"는 글을 '무한도전' 홈페이지에 남겼다.

다른 시청자는 "무한도전 출연진의 연기가 인상적이어서 몰입도가 높았다"고 했다.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유재석

반면 감동과 메시지보다는 평소의 가볍고 자연스러운 웃음이 낫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시청자는 "반전 드라마 잘 봤습니다. 그냥 예전의 무한상사로 돌아와 주세요"라는 적었으며, 다른 시청자는 "토요일 오후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무한도전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과거 무한도전은 "도전, 감동, 웃음이 한데 어우러져 너무 재밌었는데 지금은 감동이 전부"라고 한 시청자도 있었다.

한편, 정형돈의 쾌유과 복귀를 바라는 응원도 많았다.

네이버 아이디 'y649****'는 "깜짝 놀랐지만 너무 반가웠어요. 이쁜 딸들과 행복한 시간 좀만 더 가지다가 돌아오세요"라는 댓글을 관련 기사에 남겼다.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MBC '무한도전' 특집 '2016 무한상사-위기의 회사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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