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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비효율' 털어내고 생산적 국회로

송고시간2016-09-11 09:09

의원입법안 폐기율 16대 국회 50.8%→19대 국회 64.1%로 증가"법안 발의할 때 규제영향평가 받고 재원조달방안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입법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고민하는 것도 입법권자의 역할이다"

20대 국회 들어서도 건수 채우기에 급급한 법안, 예산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 법안, 불필요한 규제를 양산하는 법안이 반복적으로 쏟아지자 정치권 내부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들이다.

역대 국회에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면 양적인 측면에서 가히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도 성장했는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정부와 국회 모두에 입법권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제헌 국회 이후 정부가 주로 입법을 주도해왔으나 제16대 국회(2000∼2004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했다.

의원입법 발의 건수는 16대 국회 1천651건에 그쳤으나 17대 국회 5천728건, 18대 국회 1만1천191건, 19대 국회 1만5천444건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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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의원입법안 폐기율도 16대 국회 50.8%, 17대 국회 58.6%, 18대 국회 60.9%, 19대 국회 64.1%로 함께 높아졌다.

정부입법안 폐기율도 같은 기간 7.2%, 19.6%, 23.5%, 26.3%로 꾸준히 늘었지만, 의원입법안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쏟아지는 법안을 들여다보면 '여자'를 '여성'으로, '남자'를 '남성'으로 단순하게 자구나 용어만 바꾼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다'는 문구를 '6개월 이내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다'고 내용을 구체화했지만 진정한 입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개정안도 허다하다.

이러한 법안 제출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시민단체 등이 국회의원을 평가할 때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에 편한 법안 건수만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의정활동을 평가할 때 법안 발의 건수만 따지는 '정량평가'가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정성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달 상임위원회별 입법성과 평가제를 도입해 법안 발의 건수가 아닌 질적 평가를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의원입법은 정부입법과 달리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자원조달 방안에 대한 고민 부담도 비교적 적어 '묻지마식 입법'이 가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양대 김태윤 행정학과 교수는 이러한 폐단을 막으려면 의원입법에도 규제영향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이 규제영향평가 도입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규제개혁위원회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정책위원회 부의장 역시 이런 법안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는 국회 안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유사한 규제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은 상임위원회 의결 후에도 규제개혁의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심의하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산 상황을 고려하거나 재원조달 가능성을 따지지 않는 무분별한 '포퓰리즘 의원입법' 또한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진정구 국회 입법차장은 11일 "이제는 국회가 질적으로 성숙해야 할 때"라며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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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법안을 발의할 때는 비용 추계서와 재원조달방안을 의무적으로 첨부해야 하지만, 의원입법안에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비용 추계서만 제출하면 된다. 비용 추계서조차 '미첨부 사유서'를 내면 따로 제출하지 않아도 돼 이 단계를 아예 무시하는 사례가 많다.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이 '페이고(pay-go)' 원칙을 명문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20대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페이고 원칙은 재정 지출이 수반되는 법률을 만들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과 정부·청와대가 함께 페이고법안 처리를 추진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임기 만료 폐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강석구 기업정책팀장은 "인구는 고령화되고 출산율은 낮아져 재정 수입은 줄고 지출이 느는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에서는 눈앞의 표만 볼 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조달방안까지 고민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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