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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친구 입 빌려 쓴 자서전

송고시간2016-09-11 10:03

'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20세기 전반 미국과 유럽의 예술계를 주도한 미국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1874∼1946)의 독특한 자서전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제목이 '앨리스 B. 토클라스 자서전'(연암서가)인 이 책을 쓴 사람은 토클라스가 아니라 스타인이다. 그런데 책 내용을 들여다보면 스타인이 아니라 토클라스가 화자인 '나'로 등장해 스타인과 함께한 25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의 중심 내용은 스타인의 생애와 그를 둘러싼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즉, 이 책은 스타인이 자신과 가장 가까웠던 친구인 토클라스의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일생에 대해 써내려간 책이다. 소설 작품에서도 일반 문법의 형식을 파괴하고 실험적인 문체를 구사한 스타인이 자서전을 쓰면서도 특이한 방식을 취한 것이다. 스타인은 단순히 토클라스의 이름만 빌린 것이 아니라 평소에 토클라스가 쓰는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내 토클라스가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인 것처럼 이 책을 썼다.

이야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인 토클라스가 프랑스 파리에서 가서 스타인의 오빠와 아내의 소개로 그들이 사는 플뢰뤼스 거리 27번지의 아파트와 아틀리에를 방문하고 스타인을 만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스타인은 이 책에 자신의 천재성을 토클라스가 처음부터 알아봤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이런 말을 해도 좋다면, 내가 평생 만난 천재는 세 명뿐이며,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처음 본 순간마다 내 안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는 것, 그 소리에는 어떤 실수도 없었다고 말하겠다. 내가 말하고 싶은 세 명의 천재란 거트루드 스타인, 파블로 피카소, 그리고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다. 나는 수많은 주요인사와 여러 위대한 사람들을 만났지만 내게 첫째가는 천재란 오직 이 세 사람뿐이며, 그들을 처음 만날 때 내면에서 어떤 울림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본문 18∼19쪽)

이후 토클라스가 스타인의 집에서 만난 피카소와 세잔, 마티스 등 당시에는 파리 예술계의 신인이었으나 결국 불후의 명작을 남긴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스타인이 프랑스로 건너오기 전 미국에서의 출생과 성장기에 관해서도 썼다. 그는 187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글을 읽을 줄 알게 되면서부터 책을 닥치는 대로 읽어치웠다. 아버지의 사업과 잦은 이주로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아주 가까운 사이였던 친오빠 레오가 하버드 대학에 가자 이듬해 하버드의 여학교인 래드클리프에 입학해 유명한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의 수제자가 된다. 졸업 후 다시 오빠의 뒤를 따라 존스홉킨스의대에 입학하지만, 의학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화가의 꿈을 안고 파리로 떠나겠다는 오빠를 따라 1903년에 파리로 이주한다.

스타인은 파리에서 여러 화가와 교류하는 한편, '세 사람의 생애', '미국인의 형성' 등 자신의 작품을 쓰기 시작하고 젊은 작가인 헤밍웨이에게 문학을 가르친다. 또 토클라스와 함께 1930년 '플레인 에디션'이라는 출판사를 차리고 자신의 작품을 출판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한다.

나중에 스타인의 전기를 쓴 작가 도널드 서덜랜드는 이 독특한 자서전에 대해 "명쾌하고 탄탄한 구성의 일화로 가득 찼으며, 앙드레 지드나 헤밍웨이보다도 훨씬 더 선명하고 아름다운 서술체로 쓰였다"고 평했다.

권경희 옮김. 403쪽. 1만8천 원.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친구 입 빌려 쓴 자서전 - 1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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