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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치듯 슬쩍' 동료·제자 강제추행한 '변태 선생님'

송고시간2016-09-11 08:50

학교 측 사건 발생 초기 교육청에 보고 안 하고 경고만

법원, 근속 30년 넘은 전직 교사에 징역 1년 선고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교사가 되려고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A(33·여)씨는 2015년 3월부터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계약직 사감으로 일했다.

오후 5시쯤 출근해 다음 날 낮에 퇴근하는 게 버겁긴 했지만 기숙사에서 임용 공부를 하며 돈도 벌 수 있어 시작한 일이었다.

근무를 시작한 뒤부터 퇴근 시간이면 꼭 기숙사로 찾아오는 남자 교사가 있었다. A씨와 함께 기숙사 행정업무를 담당한 교사 B(57)씨였다.

B씨는 임용 공부를 하는 A씨에게 "몸보신을 시켜주겠다"며 여러 번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다.

단둘이 밥 먹는 게 불편했던 A씨는 그때마다 "다른 선생님과 함께 셋이서 먹자"고 했지만 B씨는 따로 먹기를 고집했다.

한 차례 저녁 식사를 한 이후에도 "드라이브를 하자"거나 "밥을 먹자"는 B씨의 집착은 계속됐다.

B씨는 그해 5월에는 둘만 있던 기숙사에서 사감의 손을 꼭 잡으며 손등을 쓰다듬었다. 또 임용시험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는 척하며 억지로 손을 끌어다가 잡고 깍지를 끼기도 했다.

A씨가 B씨에 관한 안 좋은 소문을 듣게 된 것도 그쯤이었다.

학교 여학생들은 A씨에게 "선생님이 스킨십을 엄청 좋아하고 예전에 누구의 허벅지를 만진 적도 있다"며 "슬쩍슬쩍 만져 학교에서는 '변태 선생님'으로 불린다"고 알려줬다.

A씨는 다른 선생님과 상담 후 교감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고, 교감의 보고를 받은 교장은 경기도교육청에 알려 수사를 의뢰했다.

수사기관의 조사결과 '변태 선생님'의 집착 대상은 A씨 뿐이 아니었다.

그는 2015년 3월 새로 부임한 신입교사 C(27·여)씨도 집적댔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 사무실에서 대화하던 중 허벅지를 쓰다듬듯이 손으로 훑거나 회식 후 노래방에서 허리를 감쌌다.

당시 기분이 나빴던 C씨는 자신이 너무 예민한가 싶어 다른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친구에게 "교직 사회에서 이런 일이 허용되느냐"고 묻기까지 했다. 그 친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심지어 B씨는 제자들의 몸에도 손을 댔다. 피해 여학생은 3명이었다. 진학상담실, 학교 복도, 교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진학상담을 하며 허벅지를 손으로 툭툭 치거나 노트북을 대신 들라고 한 뒤 옆구리를 감싸 안았다.

B씨는 사건이 불거진 이후 해임돼 30년 넘게 근무한 교단에서 쫓겨났다.

그는 수사기관 조사와 재판에서 "피해자들과 악수를 한 적은 있지만 성적 의도를 갖고 신체를 만진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이언학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및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교사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B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11일 "30여 년간 교사로 재직한 피고인은 함께 근무한 신입 여교사들과 10대 여학생 제자를 지속적으로 추행했다"며 "스승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교사의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가 피해 신고를 하기 전 과거 여학생들을 상대로 강제추행을 한 B씨에게 학교 측이 경고 조치만 하고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일부 공교육 조직이 소극적이고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많은 피해자가 생길 사건을 사전에 막을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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