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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도시' 기상관측소 앞다퉈 이전 중…"옮긴다고 달라지나"

송고시간2016-09-11 07:00

전문가 "도심발전 기온 상승은 당연, 관측소 이전 능사 아냐"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기상대가 앞다퉈 자동기상관측장비(AWS)를 다른 부지로 이전하고 있다.

지난 7월은 지구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고, 몇 년 동안 '사람 잡는' 폭염이 이어진 탓이다.

폭염이 절정에 이른 지난달 13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 무인 기상관측장비(AWS)에 잡힌 기온은 무려 40.3도였다.

전국 기상대는 매년 어김없이 이어지는 폭염으로 최고기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원인 분석에 나섰다.

각 지역 기상대는 관측장비가 규정에 맞게 설치돼 있는지, 관측장비 부지가 각 지역의 대표 기온 값을 내는데 적절한지 확인하는 데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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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을 마친 기상대는 관측장비 설치 장소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고 몇 년 전부터 하나둘 장소를 옮기고 있다.

이전에 앞서 들여다봐야 할 것은 자동기상관측장비 설치기준이다.

자동기상관측장비의 설치는 세계기상기구(WMO)의 기상측기배치 규정인 '기상측기별 설치기준'에 따른다.

자동기상관측장비 온·습도계는 지면이 잔디로 조성된 백엽상 또는 차광통 내부에 있어야 하고, 건물 옥상에 설치할 경우 차광통 내부에만 설치해야 한다.

백상엽 밑면은 지면에서 1∼2m, 차광통은 지면이나 옥상 바닥면에서 1.2∼2m 높이에 설치하게 돼 있다.

통풍속도는 장애물 영향이 없는 곳에서 통풍속도 2.5∼10㎧를 유지해야 한다.

이밖에 풍향, 풍속계, 강수량계, 기압계에 관한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관측장소를 이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도시가 현대화할수록 기온 상승은 막을 수 없는 일이고, 기온이 오르는 대로 측정해야 도심에 대한 기상연구를 정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바람 안 통하고, 나무 많다"

자동기상관측장비 자리를 옮기는 이유 중 하나는 건물에 막혀 바람이 통하지 않아서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연말까지 풍암동 자동기상관측장비를 현 위치에서 500여m 떨어진 풍암생활체육공원으로 옮기기로 했다. 장비 이설에는 4천여만원이 들어간다.

풍암동 자동기상관측장비는 4년여 전부터 여름철이면 기온이 타지점보다 높게 관측됐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지난달 측정 결과 풍암동 장비의 최고기온은 다른 곳보다 약 1.3도 높게 나왔다.

평균기온과 최저기온도 각각 0.3∼0.5도, 0.3도 높다.

기상청은 풍암동 장비가 설치된 이후 들어선 대형건물이 바람을 가로막고, 실외기 등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과 나무 때문에 기온이 높게 측정되는 것으로 보고 관측소 이전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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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 건물'에 둘러싸여 녹지로 이설

울산도 매년 높게 측정되는 기온에 궁여지책으로 기상관측장비를 옮겼다.

울산기상대는 보유한 7개 기상관측장비 중 지난해 7월 울산 남구 고사동 석유화학단지 내 장비를 북구 매곡동 공원으로 이전했다.

기존 석유화학단지 내 관측장비는 시멘트나 아스팔트 등으로 둘러싸인 건물 옥상에 있었다.

기상대는 복사열을 많이 받는 위치 때문에 기온측정이 높게 나온다고 보고 잔디가 깔린 공원을 새 부지로 선정했다.

제주지방기상청도 서귀포시 마라도 서귀포경찰서 마라 치안센터 옥상과 가파도리사무소 옥상에 각각 있던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올 초 인근 국유지로 옮겼다.

옥상에 있는 자동기상관측장비가 건물의 열기 탓에 기온측정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에서다.

같은 이유로 추자도 수협 옥상에 있던 자동기상관측장비도 올해 초 인근 지면으로 옮겨 설치했다.

제주기상청 관계자는 "향후 도시 확장 등으로 열섬현상이 많아지면 관측장비를 옮기는 일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주민 민원에 장비 옮기기도…전문가 "기상연구 연속성 위해 존치해야"

여론에 밀려 부득이하게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옮긴 곳도 있다.

부산지방기상청은 2014년 부산 금정구의 요구를 받아들여 장비 위치를 옮겼다.

금정구는 이 지역 기온이 부산의 다른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자 2013년부터 관측소 위치 이전을 요구했다.

녹화사업이 전혀 안 된 시멘트 건물 위에 관측장비가 있어서 실제보다 기온이 4∼5도 높게 측정된다는 게 금정구의 주장이다.

당시 기상청은 부산의 가장 내륙에 있는 데다가 금정산을 끼고 있고, '푄현상(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는 현상)' 때문에 금정구 기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녹지가 잘 조성된 곳에 새로 관측장비를 설치했지만, 기온측정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단지 대지의 기온이 높다고 자동기상관측장비를 옮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규호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도시가 현대화하면 도심 온도가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다. 도심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부지 주변 온도가 높다고 관측장비를 옮기면 점차 도시 내부에 장비를 설치할 곳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발전도 기후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것마저 고려해 관측장비를 그대로 둬야 한다. 한 자리에 관측장비를 10년 이상 두는 편이 기상연구에 연속성을 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세계기상기구(WMO)도 현재까지는 잔디가 깔린 곳, 들어설 자동기상관측장비 주변에 건물이 없는 곳 등을 장비 설치기준으로 권고하지만 이미 낡은 규정이라 곧 바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강영훈, 한무선, 고성식, 김근주, 박철홍, 박창수, 임채두 기자)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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