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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 北국제영화제 엿보기…"레드카펫無, 섹스신에 관객 괴성"

송고시간2016-09-03 09:45

영국 일간 가디언, 16일 개막하는 올해 평양국제영화제 앞두고 소개

외국인 관람 제한·영어 자막 없어…'북한 주민들을 위한 축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북한에서 2년 마다 열리는 평양 국제영화제는 '국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다른 나라에서 열리는 영화제와는 사뭇 다른 형태로 치러진다.

영화제의 꽃인 '레드카펫' 행사는 찾아볼 수 없고 외국인 관광객의 관람 기회도 제한해 북한 사회의 은둔적인 모습이 영화제 곳곳에서 묻어난다는 평가가 있다.

2014년 9월 17일 북한에서 열린 제14차 평양국제영화제 개막행사. [평양 조선신보=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9월 17일 북한에서 열린 제14차 평양국제영화제 개막행사. [평양 조선신보=연합뉴스 자료사진]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현지시간) 제15회 평양 국제영화제(PIFF)의 개막(9월 16일)을 앞두고 지난 영화제를 여러 차례 둘러본 인사의 인터뷰를 통해 '기묘한' 북한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소개했다.

중국 '고려여행사'의 창조사업 매니저인 비키 모히딘(34·여)은 2008년을 시작으로 모두 4차례 평양영화제를 관람했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고려여행사는 2002년부터 평양영화제를 공식 후원하고 있는데 영화제 투어 상품도 내놓고 있다.

스코틀랜드 출신 모히딘은 평양 국제영화제가 "다른 영화제와 비교해 꽤 특이한 축제"라고 설명했다.

'은둔 왕국'에서 열리는 행사인 만큼 평양영화제 전반에 걸쳐 규제가 많다. 영화제 출품작 라인업은 미리 공개되지 않는다. 모히딘은 "우리는 보통 북한에 도착하기 전까지 프로그램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영화제 기간 매일 7개의 극장에서 3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대부분은 북한 관객을 위한 외국 영화로 채워진다.

가디언은 "영화 선정 과정도 베일에 가려 있다"면서 정치적인 내용이나 갈등을 닮은 영화는 엄격히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모히딘은 "북한이 그들의 사상에 도전적인 내용이 닮긴 영화는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적으로 여기는 미국이나 한국 영화가 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은 물론 없다. 대신 인도나 베트남, 태국 등에서 만든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났다.

영국 TV 드라마 '셜록 홈스'와 같은 드라마나 로맨스, 스포츠 등이 영화제에서 인기 있는 장르다. 북한이 만들어 2007년 프랑스에서 상영됐던 '한 여학생의 일기'도 영화제에서 선을 보인 바 있다.

국제 영화제인데도 외국인 관람객들의 참여는 제한된다.

외국인은 1천500파운드(약 220만원)를 내고 5일 일정의 평양 여행을 해야 영화제를 즐길 수 있는데 그마저도 10명이라는 인원 제한이 있다.

비싼 돈을 내고 북한에 입성해도 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는 고작 "한두 편에 불과하다"고 모히딘은 말했다.

주최 측은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 자막을 입힌 영화를 거의 내놓지 않는다.

모히딘은 영화에 영어 자막이 없다는 점에서 "(북한 국제영화제가) 전혀 외국인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을 위한 축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의 영화 관람 모습엔 어수선한 느낌이 묻어난다.

영화제에서 자리에 앉은 관람객도 있지만 좌석 옆 복도나 바닥에 앉아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많다. 북한 관객들은 영화 도중 '야, 아아' 등의 감탄사를 내뱉는 경우가 많아 다른 나라 관객들보다 더 시끄럽다고 모히딘은 지적했다.

모히딘은 특히 2012년 영화제에서 태국 스릴러 영화 '마인드풀니스 앤드 머더'(Mindfulness and Murder)를 보던 북한 관객들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화에서 두 남자가 밀회를 나누는 관계가 분명해 보였는데 모든 관객이 (그들의) 섹스신을 보자 괴성을 질렀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평양 국제영화제는 영화광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7년 '비동맹운동'(주요 강대국 블록에 공식적으로 속하지 않거나 이에 대항하려는 국가들로 이뤄진 국제조직) 국가 간의 문화 교류를 위해 만들었으며 1990년 이후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2014년 9월 17일 북한에서 열린 제14차 평양국제영화제 개막행사. [평양 조선신보=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9월 17일 북한에서 열린 제14차 평양국제영화제 개막행사. [평양 조선신보=연합뉴스 자료사진]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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