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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집권적 전교조 시스템 한계…교육 본연에 집중해야"

송고시간2016-09-03 08:00

<인터뷰> '새 노조 추진' 김은형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전교조와 대립이 아닌, 윈윈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싶습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내에서 새로운 노조 설립 움직임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큰 관심을 끌었다.

그 움직임의 중심에 선 '교육노동운동재편모임' 김은형 대표는 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전교조를 비판하거나 대립하는 모양새로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부터 꺼냈다.

전교조 제1, 2대 수석부위원장 출신으로 대정부 투쟁을 하며 옥고까지 치른 김 대표는 "저 역시 전교조에 평생을 바친 사람"이라며 "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고뇌와 아픔이 있었다는 걸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중앙집권적 전교조 시스템 한계…교육 본연에 집중해야" - 1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전교조의 '민주성 상실'을 비판하며 새 노조 추진 의사를 밝혔는데.

▲ 대립이 아닌 윈윈으로 봐달라. 교사들의 근무조건이 다 다르고 학교급별, 설립자별, 교과별로 요구사항도 다른데 지금은 위원장 한 사람이 중앙에서 이를 모두 책임지는 구조다. 집행부도 전부 중등교사 중심이어서 초등, 유치원, 특수학교 쪽은 소외돼 있다. 위원장이 비민주적이어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그렇다. 따라서 지역별, 급별, 설립자별, 교과별 노조를 만든 다음 이걸 상층에서 묶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 이미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치러진 위원장 선거 때 그런 안을 냈다. 젊은 그룹을 중심으로 제 생각을 지지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출마를 했고, (수석 부위원장에)당선돼 조직개편을 하려 하니 관성 때문에 안되더라. 그래서 '이대로 가면 10년을 못 가겠구나' 생각했다. 밑의 요구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죄의식이 생겼다. 시스템을 못 바꿨기 때문에 전교조가 약화되고 정치적 명분 투쟁 밖에 할 수 없게 됐다.

-- 전교조가 약화한 이유가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인지.

▲ 저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정파 싸움 때문이라고 하는데 중앙에 힘이 몰려 있다 보니까 계파, 정파가 생기는 거다.

-- 급별, 지역별 노조 형태는 중앙정부가 교육정책을 독점하는 한국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게 전교조 주장인데.

▲ 전 세계에 우리처럼 단일 노조 하나가 모든 사업을 독점하는 방식은 없다.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 모두 다양한 노조 연합이 다시 연맹을 이루고, 교원노조 연맹도 여러 개가 있다. 그런 방식이 풀뿌리 민주주의다. 우리는 단위가 다 죽어서 사람들은 중앙만 쳐다본다. 결국 정권하고 맞장 뜨는 것 외에는 일상적인 사업이 안된다.

-- 2014년 위원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는데.

▲ 당선을 목표로 나간 게 아니었다. 두 번이나 해직되고 감옥도 갔다 와서 나서는 게 싫다. 그런데 사람들이 '당선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조직이 왜 침체 국면에 있는지 설명해보자'고 얘기하더라. 그래서 나갔다. 유세할 때도 당선 목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고 여러차례 얘기했다. 현 집행부도 제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다 안다. 제 얘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바꾸긴 싫은 거다.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새 노조를 결심했다는 것인가.

▲ 선거 때도 '만약 이 의견을 받지 않는다면 여기서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암시를 충분히 줬다. 현 집행부에게도 조직개편을 하지 않으면 다른 길을 가겠다고 여러번 얘기했다. 최근 '커밍아웃'하기 전에도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했지만 저를 징계하겠다고 하면서 이중 노조 가입을 막는 규약 개정을 했다.

제 의견을 받지 못하는 건 현 집행부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전교조의 역사성이라는 게 있지 않나. 구조적 한계다. 그걸 비난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내부 분열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 그런 관점보다는 지금 교사가 40만이라고 하면 전교조 가입 교사 5만 외에 탈퇴 교사 5만, 노조에 가입 안 한 30만명이 의지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는 거다. 전교조는 강경 투쟁을 계속해도 된다. 그런 노조도 필요하다. 우린 조금 중간 단계에서 교사로서의 전문성, 교육 문제에 집중하면서 소수라 하더라도 자기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윈윈할 길이라고 본다.

-- 전교조는 새 노조 설립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이중 가입은 안된다고 하는데.

▲ 교총과 전교조 둘 다 가입한 사람도 있다. 성격이 다른 노조에 둘 다 가입할 수 있는 거다. 시작도 안했는데 우리보고 어용노조라고 하면 서운하다. 상대적으로 좀 온건하면 어용인가. 기존 전교조 조합원이 한 명도 가입 안해도 상관없다. 탈퇴자나 미가입자들을 포용하는 게 더 큰 목적이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자격 제한을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된 것도 해직자를 가입자로 인정했기 때문 아닌가. 그랬던 전교조가 새 노조에 이중 가입을 못 하게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 앞으로 어떤 문제에 중점을 둘 생각인지.

▲ 교장, 교감 등 관리자들이 혁신적 사고를 하는 게 중요하다. 교장공모제, 교장보직제 등을 전면 도입해 민주적 배움 공동체를 만드는 게 제일 시급하다. 관료주의를 떨칠 수 있는 승진제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싶다. 또 교사가 자유롭게 수업하고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학교를 바꿔야 한다. 정치가 잘못됐으면 지적해야 하지만 본연의 교육 전문성을 놓칠 순 없다.

-- 구체적인 출범 계획은.

▲ 회원 수에 관계 없이 12월쯤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단 서울에서 먼저 출범한 뒤 몇년 안에 지역별, 급별, 설립자별, 교과별 조직이 생기면 전국 단위 대산별 노조나 연맹체로 묶으려고 한다.

-- 12월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은 없나.

▲ 출마하려고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 의견에 내용적으론 동의하지만 자신 없어 하시더라.우리를 분열주의자로 몰려는 오해는 계속되겠지만 섬세하게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가 결코 나쁜 짓을 하려는 건 아니라는 걸 아실 거다. 저도 평생 전교조에 인생 다 바쳤고 해직 기간도 7년 반이나 된다. 많은 부분에서 피해도 봤지만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전교조 역사야말로 한국 역사에서 가장 빛난다고 보는데 이런 결단을 내릴 때까지는 그만한 고뇌와 아픔이 있었다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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