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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천국' 中공무원 사회…반부패운동 지나만가라 '복지부동'

송고시간2016-09-03 07:00

일 언론 "승진경쟁 치열해 스트레스↑…'패자부활' 없어 불가피한 현상"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중국은 '공무원 천국'으로 불린다. 일단 공무원이 되기만 하면 엄청난 특혜가 따른다. 하지만 중국 공무원들은 바늘구멍보다 좁은 승진경쟁에 내몰리고 있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위직으로 올라간 소수의 승자와 의욕을 상실한 다수로 나뉘는 중국 공무원 사회는 요즘 시진핑(習近平) 주석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부패추방운동의 광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승진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승진에서 누락되거나 작은 실수라도 하는 날이면 패자부활전이 없는 중국의 공무원 조직구조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튀긴 생선찜, 배추 볶음. 오리고기와 버섯 볶음, 찐 고구마, 비빔 쌀국수, 수프, 과일, 셔벗" . 8월 중순 충칭(重慶)시 량장신취(兩江新區) 지방정부의 공무원 식당 메뉴다.

직원들은 식당 입구에 설치된 기계에 신분증을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입구를 통과하고 나면 식판에 원하는 만큼 담으면 된다. 쌀밥은 큰 접시에 산처럼 쌓여 있다. 중국에는 맞벌이가 일반적인 데다 여름 방학이어서인지 아이들의 모습도 보인다. 하루 3끼, 근무 일수만큼 먹을 수 있는 카드가 지급된다. 업무로 식사를 거를 경우 매점에서 쌀이나 식용유 등으로 바꿀 수도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중국 공무원의 급여 이외의 누리는 혜택은 식당에서 끝나지 않는다. 교통비는 IC카드 승차권으로 지급되지만 실제로 드는 금액보다 많이 넣어준다. 카드 잔액은 패스트 푸드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에는 도서카드나 영화관람권을 나눠 주기도 한다. 무역 관련 부서 등 외국인과 만나는 기회가 많은 부서에 근무할 경우 이발비와 세탁비도 지급된다고 한다.

'공무원 천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훌륭한 대우지만 실제로 종사하는 공무원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한다. 출세경쟁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치열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공무원이 되려면 우선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원서는 자신이 일하고 싶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 제출한다. 중앙정부의 재무부에서 일하고 싶으면 재무부, 광둥(廣東) 성으로 가고 싶으면 광둥성에 내는 식이다.

지방정부의 경우 순조롭게 합격하면 '과원(科員)'이라고 불리는 일반 직원이 된다. 이후 '주임과원'을 거쳐 관리직인 처장(處長), 국장, 시장 등으로 올라간다. 주임과원부터는 정(正)·부(副)가 있어서 단순화하면 8개의 계급이 있는 셈이다.

중국 공무원법은 정부 수반으로 1급인 국무원 총리를 필두로 농촌 지역의 말단직원에 해당하는 27급까지 급수가 정해져 있다.

성(省)이나 직할시의 장(長)은 중앙정부의 부장(장관)과 같은 급이고 시장은 중앙정부의 사장(司長)과 동급이다. 농촌 지역의 향장(鄕長)은 중앙정부의 최말단 관리직보다 낮다. 취직한 지방정부에 따라 출세할 수 있는 한계가 정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엄연한 계급이 존재한다. 공무원은 평생에 걸쳐 이 계급을 하나씩 올라가게 된다.

직할시의 공무원 퇴직자에 따르면 근속연수로 올라갈 수 있는 직급은 주임과원까지다. 그 위의 관리직 말단인 '부처장'으로의 승진 여부가 첫 번째 관문이다. "근무 부서에 따라 다르지만, 부처장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20~50%"라고 한다. 작은 부서에 배치되면 관리직 자체가 적어서 승진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 한 계급 더 위인 처장이 되는 사람은 '10명에 1명 있을까 말까'다. 또 그 위인 부국장은 '수백 명 중 1명'이라고 한다.

승진에 암묵적인 규정이 또 하나 있다. 연령제한이다. 직할시의 경우 45세까지 부처장이 되지 못하면 평생 말단 공무원으로 지내야 한다. 처장의 연령 한도는 50세. 부국장은 55세다. 1년이라도 빨리 승진하는 게 유리한 건 말할 것도 없다. "젊어서 관리직이 되면 모두가 승진코스에 들어섰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업무가 쉬워진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승진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출세는 상사와의 관계, 혈연 등이 좌우하지만, 임기 중 업무평가도 중요하다. 많은 경우 경제성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주요 평가사항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제성장 기여도를 공평하게 측정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인프라 정비 등의 투자 프로젝트를 얼마나 잘 입안해 예산을 따내고 실제 추진하는지가 중요하다. 지방으로 갈수록 관청건물과 공공시설이 훌륭하고 호화로운 건 이 때문이다. 효율은 둘째고 우선 눈에 보이는 실적에 매달린 결과다.

치열한 경쟁이 비효율적인 투자와 인프라 정비를 부추기는 한편 경쟁에 패한 대부분의 공무원은 연령제한에 걸려 동기를 잃게 된다. 승진하지 못한 공무원들을 구제하기 위한 조치로 임금 등의 대우만을 올려주는 '조연원(調硏員)', '순시원(巡視員)' 등의 제도가 있지만, 동기부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의 공무원제도는 이처럼 극히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실적을 어필하는 데 불과한 프로젝트가 남는다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부패추방운동의 광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복지부동하는 공무원이 많은 것도 패자부활이 거의 없는 중국 공무원제도에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TV제공]
[연합뉴스TV제공]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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