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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香萬里> '목수' 아닌 '정원사'형 부모가 되라

송고시간2016-09-03 09:30

美 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곱닉 신간 '정원사와 목수'서 충고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 '헬리콥터 부모'(헬리콥터처럼 자녀 주변에 머무르며 극성을 부리는 부모), '타이거맘'(혹독하게 자식을 교육하는 어머니).

자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가면서까지 밤낮없이 자녀의 육아와 교육을 뒷바라지하는 현시대 부모상의 일단을 일컫는 용어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현대의 부모들은 체계적인 육아, 그리고 철저한 조기교육을 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너나없이 자녀의 양육과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書香萬里> '목수' 아닌 '정원사'형 부모가 되라 - 1

미국의 저명 발달심리학자인 앨리슨 곱닉(61·여) 버클리대 교수는 8월 9일 출간한 『정원사와 목수』(The Gardener and the Carpenter)에서 이른바 모범적 육아가 '성공적인 아이'를 만들고, 더 나아가 '성공적인 어른'으로 성장케 한다는 고정 관념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개인의 재능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성공·성과 지향적인 육아와 교육은 결코 자녀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게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결혼 후 남편이 이전보다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에 따라 부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지 않듯 자식에 대해서도 세속적 관점의 성공을 판단의 잣대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곱닉 박사는 미국 사회에서 1958년에 처음 등장해 1970년대 들어 일반화된 '육아'(parenting)의 개념 자체에 대해 비판적이다. '부모'(parent)라는 명사가 '아이를 돌보다'는 동사적 의미를 지닌 육아의 뜻으로 확대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곱닉 박사가 올바른 육아를 설명하기 위해 들고나온 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인 정원사와 목수다.

목수는 처음부터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미리 설계한 디자인대로 목재를 깎지만, 정원사는 정원 내 다양한 식물이 특성에 맞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한다.

이 두 직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작업'과 '사랑'이다. 목수형 부모는 속칭 세간의 사람들이 규정하는 '성공'과 '결과'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정원사형 부모는 자녀들이 스스로 교육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사랑을 베풀고 성장 과정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곱닉 박사는 생물의 진화론적 관점, 그리고 버클리대 연구실에서 자신이 직접 실험한 결과를 토대로 정원사형 부모의 양육 방식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탐험할 때 최상의 것을 배우며, 또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특성이 다른 만큼 각자 개인에 맞는 성장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획일적 교본'에 기반을 둔 육아는 생각보다 효과가 없다는 게 곱닉 박사의 논리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울 때 같이 잠을 자면서 달래는 것이나 그냥 울게 내버려 두는 것, 또 자녀에게 특별한 과제를 주거나 반대로 그냥 놀게 하는 것이 큰 차이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실제로 그런 것들은 아이의 미래에 예측가능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美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곱닉 박사<<출처 : 페이스북>>
美발달심리학자 앨리슨 곱닉 박사<<출처 : 페이스북>>

대신 아이들은 어른들의 판단과 추정에 관계없이 항상, 그것도 매우 영민하게 스스로 배운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결과 가운데 하나인 18개월 된 아이들의 주변 관찰 능력을 좋은 사례로 제시한다.

실험에 참여한 한 성인 여성이 담요에 쌓여 두 팔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머리로 주변 상자를 밀면서 불을 켜는 A상황과 두 팔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여전히 머리를 이용해 불을 켜는 B상황을 연출한 뒤 아이들이 어떻게 따라 하는지를 살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A상황에서는 이 여성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손을 이용해 불을 켠 반면, B상황에서는 여성을 따라 머리를 이용해 불을 켰다. 여성이 손을 쓸 수 없는 불가피한 처지 하에서는 여성의 행동을 모방하지 않지만, 손을 쓸 수 있음에도 머리를 이용한 상황에서는 뭔가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여성의 행동을 따라 한 것이다.

비록 18개월에 불과하지만 이미 엄청난 추론능력을 갖췄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곱닉 박사는 아이들은 태생적으로 엉망이고 예측불가능하며 상상력이 풍부한 존재로, 아동기의 다양성과 유연성이 예측불가한 세상에서 아이들 스스로 혁신, 창조, 생존하게 만들게 해 준다며 과도한 억제와 계획이 오히려 아이들의 이런 능력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곱닉 박사는 시험 위주의 교육시스템도 꼬집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탐험하고 창출하기보다는 기능적 정보를 외우는 데만 치중하게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곱닉 박사의 논리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부모들은 이 책을 읽고 싶지 않겠지만 진정한 교육개혁에 관심 있는 부모라면, 또 자녀가 진정으로 잘 자라는 것을 바라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고 권한다.

파라, 스트로스 앤드 지루(Farrar, Straus and Giroux) 출판사, 320쪽.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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