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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불빛' 상향등…안전운전 돕지만 상대방에겐 '치명적 무기'

함부로 켰다간 마주오는 차량 순간 실명·대형사고·보복운전 초래
시속 80㎞서 쐬면 100m 무방비 상태로 운전…벌칙 조항도 없어


함부로 켰다간 마주오는 차량 순간 실명·대형사고·보복운전 초래
시속 80㎞서 쐬면 100m 무방비 상태로 운전…벌칙 조항도 없어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깊은 밤 한적한 국도. 자동차 두 대가 마주 보고 비슷한 속도로 달린다. 둘 다 상향 전조등을 켰고, 중간쯤에는 술 취한 듯한 보행자가 도로에 위태롭게 서 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살인 불빛' 상향등…안전운전 돕지만 상대방에겐 '치명적 무기' - 2

십중팔구 두 대 모두 보행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그대로 치고 지나갈 위험이 크다. 서로 정면 충돌할 수도 있다.

마주 오는 자동차의 밝은 불빛에 앞이 전혀 보이질 않아 아찔했던 경험이 몇 번은 있게 마련이다.

깜짝 놀라 급제동을 하다 뒤차와 추돌할 뻔하거나 앞의 장애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앙분리대를 충돌하거나 중앙선을 넘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른 운전자를 순간적으로 눈멀게 하는 차가 도로에 넘쳐난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상향등 불빛에 직접 노출된 운전자가 정상 시력을 찾는 데 평균 3.23초가 걸린다. 시속 80㎞로 달리고 있었다면 약 70m를 완전 무방비 상태로 질주하는 셈이다.

일반 전조등 불빛보다 훨씬 밝은 불법 개조 고광도 전구(HID)에 노출되면 시력 회복에 4.44초가 필요하다. 100m 가까운 거리를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른 차의 불빛 때문에 순간적으로 실명하는 속칭 '눈뽕' 현상이다.

상향등 남발은 그 순간의 사고는 피해 가더라도 다른 운전자에게 큰 스트레스와 불편을 안겨준다. 보복운전을 불러와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이어지기 쉽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2∼5월 실시한 난폭·보복 운전자 집중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의 27.3%가 다른 차의 상향등이나 경적 때문에 보복운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옥천경찰서는 지난 30일 고속도로에서 뒤따라 오는 차가 상향등을 켰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한 혐의(특수폭행 등)로 송모(47)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송 씨는 지난 2일 오후 6시께 옥천군 동이면 경부고속도로에서 자신의 승용차로 박모(28) 씨의 승용차 운전석 쪽을 들이받는 등 보복운전을 했다가 검거됐다.

송 씨는 뒤따르던 박씨가 상향등을 반복해 쏘아대며 차선 변경을 요구하자 홧김에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택시 기사 조모(46) 씨는 뒤차가 자신을 향해 상향을 켰다는 이유로 보복운전을 하고 운전자를 폭행했다가 지난 2월 징역 1년3개월을 선고받았다.

조 씨는 서울 서초구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차로를 바꾸려다 뒤따라 오던 승용차 운전차가 상향등을 켜자 급제동한 뒤 운전자를 마구 때려 특수협박과 상해 등 혐의로 법정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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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향등을 켜면 자동차 계기판에 짙은 파란색 지시등이 켜진다. 잘못 사용하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경고지만, 신경 쓰는 운전자는 별로 없다. 자신이 상향등을 켰는지조차 모르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상향등은 가시거리가 100m로 하향등(40m)의 2.5배 이상이다. 불빛이 발사되는 각도(조사각)도 높아 다른 운전자들의 눈을 직접 겨냥한다.

도로교통법이 밤에 다른 차와 마주 보고 진행할 때는 전조등 밝기를 줄이거나 불빛 방향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필요하면 잠시 전조등을 끄도록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차 바로 뒤를 따라갈 때도 전조등 불빛을 아래로 향하게 하고, 밝기를 함부로 조작해 앞차 운전을 방해해선 안 된다.

상향등 남용의 위험성은 모두 인정하지만 정작 벌칙 조항은 없다.

사고가 난 뒤에야 안전운전의무 위반 등으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마저도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상향등이 직접적인 사고 원인이 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해야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상향등 남용과 불법 개조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배려가 실종된 한국의 운전문화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2011년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조치로 시험이 쉬워진 뒤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오는 11월 강화된다는 면허시험도 현행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자동차 튜닝 바람이 불면서 정품 전조등보다 훨씬 눈부신 전구를 장착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개인이 간단한 조작으로 아예 하향등 각도를 높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상향등은 잘만 쓰면 위험한 안전을 지켜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다.

가로등이 거의 없는 어두운 국도에서 마주 오는 차나 앞서 가는 차가 없다면 마음껏 사용해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상대방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려 사고를 막는 기능도 한다.

그러나 자칫 잘못 사용하면 대형 참사를 초래할 수 있다.

대림대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는 "이틀이면 누구나 손쉽게 운전면허증을 손에 넣지만, 기본적인 자동차 조작법이나 안전수칙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물어보는 이도 없다"며 "안전과 직결된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은 강화할수록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 편하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상향등 사용을 남발하거나 불법 개조를 하면 자신도 그 피해자가 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9/01 06: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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