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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의 가장 혹독한 권위주의 지도자 카리모프

송고시간2016-09-03 02:31

25년 이상 장기 철권통치…"야권·언론 탄압으로 투옥 정치범 수천명"

네차례 대선서 압도적 지지 당선, 통치술 과시…한국에 각별한 애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은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의 가장 권위주의적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을 25년 이상 철권 통치해오면서 야권 인사와 언론인을 탄압하거나 투옥하고 야당의 정치활동을 사실상 차단하는 등 독재를 일삼아 왔다는 서방의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자국 내에선 카리스마적 통치력을 발휘해 느리지만 꾸준한 경제성장과 정치·사회적 안정을 이루고 급진 이슬람 세력의 확산을 막는 등 성과를 내면서 국민의 높은 지지를 얻어 네 차례의 대선에서 80~90%대의 압도적 지지율로 당선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소련 시절인 1938년 우즈베키스탄의 고도(古都) 사마르칸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국영 보육원에서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에서 공학과 경제학을 공부하고 한때 항공기 제작기업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그는 이후 소련 내 우즈베키스탄 공화국 정부와 공산당에 발을 들여 경력을 쌓아오다 1989년 우즈벡 공화국 공산당 제1서기에까지 올랐다.

소련이 붕괴의 길을 걷고 있던 1990년 3월 우즈벡 공화국 최고회의(의회 격)에서 공화국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소련 붕괴 후인 1991년 12월 직선제 대통령 선거에서 87%의 높은 지지율로 독립 우즈벡의 초대 대통령에 선출됐다.

1995년 3월 국민투표를 통해 임기를 2000년까지 연장했으며 2000년 1월 대선에서 95% 이상의 압도적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다.

2002년 1월 다시 국민투표를 통해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한 그는 2007년 12월 선거에서 역시 9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헌법상의 대통령 3기 연임 금지 조항을 무시한 출마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대통령 임기 연장에 관한 개헌 뒤에 치러진 대선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임기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섰다.

2011년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되돌리는 개헌을 한 뒤 지난해 대선에 나선 카리모프는 이번에도 90%가 넘는 득표율로 권좌를 지켰다.

선거 때마다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지만 강력한 언론 통제와 야권 탄압으로 반정부 여론을 억눌러 권력을 이어가는 수완을 발휘했다.

생전의 이슬람 카리모프. [타스=연합뉴스]

생전의 이슬람 카리모프. [타스=연합뉴스]

카리모프 정권은 정치범 투옥과 잔혹한 고문으로 악명을 떨쳤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트 워치는 2014년 9월 '우즈벡 정치범 실태' 보고서에서 "수천 명의 정치범들이 복역 중이고 이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학대와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우즈베키스탄은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가 발표한 2013년 '세계 자유 보고서'에서 북한, 시리아 등과 함께 정치적 권리 및 시민 자유 부문 최악의 국가에 오르기도 했다.

2005년 발생한 안디잔 사태는 카리모프 정권 최악의 반정부 시위 진압 사건으로 꼽힌다.

그해 5월 동부 안디잔시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 1만 명에 달하는 군중이 운집하자 카리모프의 지시로 군병력이 투입돼 시위대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 수백 명이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187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으나 사망자가 2천 명이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상대로 대(對)테러전에 나선 미군의 자국 주둔을 허용함으로써 미국과 맺었던 협력 관계도 안디잔 사태 이후 냉각되고 말았다.

미국과 유럽은 안디잔 사태에 대한 국제조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우즈벡에 경제 제재와 무기 수출 금지 등의 제재 조치를 취했다.

우즈벡 정부는 안디잔 사태를 세속적 국가 발전에 대한 증오심을 확산시키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항변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이후 카리모프는 미군 기지를 폐쇄하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친러 노선으로 선회했다.

한편 카리모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모두 8번이나 한국을 방문하는 등 우리나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대선 이후에도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모델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한편 한국과의 경제협력 관계 강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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