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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관동별곡이 노래한 그 곳, 횡성호수 둘레길

송고시간2016-08-27 07:01

정철의 "섬강이 어듸메오 치악이 여긔로다"… 달빛 섬강은 '천국'

수도권서 2시간… 산 좋고 물 좋은 병지방 오토캠핑장 인기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평구역(平邱驛·양주) 말을 가라 흑수(黑水·여주)로 도라드니, 섬강(蟾江)은 어듸메오 치악(雉岳)이 여긔로다'

<길따라 멋따라> 관동별곡이 노래한 그 곳, 횡성호수 둘레길 - 2

조선 중기 정치가이자 가사문학의 대가 송강 정철이 쓴 '관동별곡'의 한 대목이다.

1580년 선조 13년 당시 나이 44세이던 송강은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하기 위해 한양을 출발, 가마와 배를 타고 경기도 여주를 지나 남한강을 따라 강원도 원주로 들어서면서 섬강을 처음 만난다.

섬강은 강원 횡성과 평창 경계에 있는 태기산(1,261m)에서 발원, 어답산(789m)·횡성호수·간현유원지를 돌아 원주를 지나 70여㎞를 달려 원주와 여주 사이에서 남한강과 합류한다.

수량이 풍부한 데다 하얀 모래톱이 발달해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이 찾는다.

물안개 피는 아침 섬강은 몽롱하고, 해 질 무렵의 노을빛 섬강은 곱다.

그러나 달빛을 받아 강에 드리운 산 그림자 그윽한 달빛 섬강을 으뜸으로 친다.

섬강에 달 섬(蟾)자를 쓴 까닭이 여기에 있으리라.

섬강 상류인 계천(桂川)의 맑은 물이 서쪽으로 흐르다 어답산 아래 횡성호수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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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에 모기 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폭염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8월 하순의 '횡성호수 둘레길'.

푸른 호수와 청초한 숲의 향기가 어우러진 호수 둘레길은 아스팔트 위에서 달궈진 인간들을 넓은 가슴으로 안아 식혀준다.

요란한 매미 소리와 호숫가를 따라 손대지 않은 꼬불꼬불한 흙길…

어디선가 날아온 꿩 한 마리가 둘레길을 가로지르다 인기척에 놀라 얼른 숲 속으로 숨는다.

고라니 등 야생동물들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한마디로 자연 그대로에 가깝다. 그 흔한 데크, 포토존조차 보이지 않는다.

강원 횡성의 지명은 '횡천(橫川)'에서 왔다.

횡성 땅의 하천이 남북이 아닌 동서로 옆으로 흐른다 해서 고구려 때부터 '가로 횡(橫)'자를 쓴 것으로 알려진다.

계천의 맑은 물도 옆으로 흐르다 횡성호수에 담겨 잠시 쉬어간다.

호수 주위를 도는 도보 코스 '횡성호수 둘레길'은 물과 같이 사람도 잠시 쉬어가는 곳이란 느낌이 들게 한다.

횡성호수길은 아름다운 호수와 이를 둘러싼 주변의 산을 테마로 갑천면 대관대리 일원에 총 27km, 6코스로 조성되었다.

그중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흙길을 타박타박 편하게 걷는 길이 5코스다.

뒤로는 어답산을 두르고 물가를 따라 코스모스와 억새가 어우러진 수변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지난해에는 5코스 4.5㎞에 꽃봉숭아, 개복숭아 등 1천3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어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한 꽃길이 기대된다.

푸른 횡성호 물빛이 어우러진 5코스는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히 출발지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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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코스 초입에서 왕복 2차선 콘크리트 도로가 완만한 내리막을 이루다 급기야 호수 수면 아래로 잠수하는 이색적인 장면을 목격한다.

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기 전 주민들이 외지로 드나들 때 주로 이용하던 마을 중심도로였다고 한다.

횡성호수는 아름답기로 소문났던 갑천면 부동리, 중금리, 화전리, 구방리, 포동리 등 5개 리가 댐 건설로 수몰돼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1990년 첫 삽을 뜨고 2000년에 완공돼 횡성군과 원주시의 식수원이 되고 있다.

수몰민들은 이 도로를 따라 어릴 적 고향 마을로의 여행을 계속하리라.

'친구들이랑 구슬치기하며 뛰놀던 마당, 할머니 팔베개를 벤 채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안고 호랑이 팥밭 매는 얘기를 듣던 사랑방, 엄마 몰래 살금살금 기어들어가 아직도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달걀을 훔쳐 내오던 대청마루…'

남북통일이 되어도 갈 수 없는 영원한 실향민이라는 수몰민들의 자조 섞인 아픔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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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망향의 동산'에는 수몰지역의 문화유적과 수몰민들의 삶과 자취를 전시하고 있는 자료관이 세워졌고, 갑천변 풍광이 좋은 언덕에 자리하던 마을 노인정 화성정(花城亭)도 옛 모습 그대로 옮겨져 있다.

어답산(御踏山)은 '임금이 친히 밟은 산'이라는 뜻으로, 신라 박혁거세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을 뒤쫓다가 이 산에 올랐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갑천은 이곳 계곡 물에서 갑옷을 씻었다는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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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수길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횡성의 여름 대표 관광지인 병지방 오토캠핑장'이 있다.

소문난 오지였던 갑천면 병지방은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 말 그대로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 지난 6월 기존 1구역 37면의 캠핑장을 3개 구역 119면으로 확장하면서 두 달 만에 방문객이 1만5천 명을 넘어서는 등 캠핑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때 예약이 폭주하면서 캠핑장 인터넷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횡성군은 캠핑장이 수도권에서 2시간 이내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최신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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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병지방계곡이 있고, 좌우로 산이 솟아 여름에도 해가 떨어지면 서늘한 이곳은 캠핑지로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주차장 4곳, 족구장 1개, 물놀이장 1개, 징검다리 1개 외 화장실, 샤워실 등 편의시설도 완비됐다.

특히 새로 만든 물놀이장은 워터파크에서나 볼 수 있는 물썰매장으로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군은 숲 속 음악회, 핼러윈 뮤직페스티벌 등 이색 프로그램으로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사할 예정이어서 성수기 이후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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