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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9배 넓은 '공룡선거구' 이대로 둘 것인가

인구가 유일한 잣대인 선거구 획정 논란 총선 뒤 수면 밑으로
농어촌 불만 고조…박덕흠 발의 선거법 개정안 논의 서둘러야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표현한다. 자유로운 투표권이 제한 없고 올바르게 행사될 때 민주주의가 실현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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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어떤 사람이 대표될 자격이 있는지를 가려내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결과 못지않게 투표의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하다. 인구를 선거구 책정의 유일한 잣대로 삼다 보니 상대적으로 주민 수가 적어 불이익을 당한 농어촌 지역의 불만과 반발이 총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 선거구 획정 유일한 잣대 '인구'…"농어촌 대표성 훼손"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새누리당 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은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률안을 내는 데는 여야 의원 9명이 동참했다. 이 법률안은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더라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가능하게 하고, 자치구나 시·군의 일부를 분할해 다른 선거구에 속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지역의 대표성을 현저하게 훼손하고, 도시와 농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게 법률안 개정 취지다.

국회의원 선거구 논란은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3대 1이던 선거구 인구 상·하한 비율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정치권은 새로운 획정 기준을 놓고 1년 4개월간 지리한 공방을 벌여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을 28만명과 14만명으로 정했다.

이 기준에 따라 도시지역 선거구는 늘고, 농어촌은 쪼그라드는 새로운 정치지도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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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4∼5곳 묶인 '공룡선거구' 탄생

인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새 선거구는 여러 가지 후유증을 동반했다.

지방자치단체 5곳이 묶여 서울시 면적의 9배에 이르는 '공룡선거구'가 탄생했고, 생활권이나 정서가 전혀 다른 지역이 한 데 묶인 사례도 많다.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넓은 강원도는 지자체 5곳씩 묶인 거대 선거구 2곳이 만들어져 국회의원 2명이 지자체 10곳을 관할하게 됐다.

전북·경북·충북에도 지자체 4곳을 아우르는 초대형 선거구가 여러 곳 생겼다.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의 지역구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의 '남부3군'으로 불리던 보은·옥천·영동군에 괴산군이 합쳐지면서 서울시 면적(605.28㎢)의 4.6배에 이르는 총면적 2천808.85㎢의 거대 선거구로 됐다.

읍·면 수만 42곳이고, 마을 숫자는 1천 곳이 넘는다. 가장 북쪽인 괴산군 장연면에서 최남단의 영동군 용화면을 가려면 승용차로 빠르게 이동해도 3시간이 걸린다. 지역구 의석 8석이 있는 충북지역 전체 면적의 3분의 1이 이 선거구에 속한 셈이다.

박 의원은 "하루에 선거구 전체를 돌아볼 수 없어 꼼꼼한 민의수렴이나 관리 등이 불가능하다"며 "행사장을 찾는 데 만도 하루가 짧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 선거구 통폐합 지역 반발…정치 불신 불러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 없이 선거구가 새롭게 획정되자 상실감에 빠진 괴산 주민들의 반발은 총선 이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같은 선거구를 이룬 '남부3군'과 생활권이 전혀 다르고, 역사·문화적 공감대가 전무하다시피한 상태에서 단순히 머릿수를 채우는 인구 수혈용으로 '징집'됐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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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정치불신으로 이어져 20대 총선 투표율이 곤두박질하고, 무효표가 급증하는 결과를 불렀다.

괴산군의 총선 투표율은 51.8%로 전국 평균(58%)이나 19대 총선(60.4%)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무효표 비율은 3.96%로 전국 평균(1.53%)이나 19대 총선(2%)과 비교해 2배 가량 높아졌다.

총선 보이콧을 주도한 괴산군 총선투표반대위회 이상호 위원장은 "생활권이 전혀 달라 대중교통조차 오가지 않는 곳과 선거구를 합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게리멘더링에 반발한 민심이 투표 거부나 무효표 찍으면서 반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도 비슷한 진단을 내놓는다

정태일 충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룡선거구 체제에서는 지역 현안을 꼼꼼히 챙길 수 없고, 민의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국회의원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며 "인구 이외에 면적 등 여러 가지 기준을 고려한 선거구가 돼야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비례대표를 줄여 지역구에 배분하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으나 이는 또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며 "농어촌의 소외감을 줄이려면 국회 의석수 확대 등 큰 틀에서의 접근도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선거구를 둘러싼 논란은 총선 뒤 수면 아래로 빠르게 가라앉는 분위기다. 선거가 끝났으니 당장은 급할 게 없다는 계산에서다.

박 의원 등이 낸 선거법 개정안도 석 달째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지금으로 봐서는 다음 선거 때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부당한 선거구 획정에 따른 후유증을 도시지역 의원들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선거법 개정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에 들어갔다. 박 의원은 "선거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과거 괴산군을 지역구로 뒀던 같은 당 경대수 의원도 함께 활동하는 만큼 특위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bgi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8/28 06:5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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