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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의 사랑과 예술…권지예 소설 '붉은 비단보' 개정판

송고시간2016-08-22 18:04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로 제목 바꿔…"이름 되찾아주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권지예 작가가 2008년 출간한 장편소설 '붉은 비단보'를 8년 만에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자음과모음)란 제목의 개정판으로 다시 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처음 출간할 당시 "조선 시대 대표적 여성 예술가인 신사임당의 외면적 생의 조건이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면서도 "소설 속의 여주인공 항아는 내 상상 속에서 탄생한 전혀 다른 영혼"이라며 이 작품이 신사임당과 직접 연결되는 것을 피했다.

이는 작가가 처음 신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써 출판사에 보냈다가 그대로 출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주변의 이런 우려는 작가의 상상으로 빚어낸 소설의 내용이 지금까지 '현모양처'로만 고정된 신사임당의 이미지와 거리가 크다는 시각에서 비롯됐다.

작가는 10년 전 신사임당이 남긴 시 '낙구'(落句)를 읽고 이 시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어머니를 그리워한 시가 아니라 사랑하는 남성을 향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집필을 시작했다.

"밤마다 달을 향해 비는 이 마음(夜夜祈向月)/살아생전 한 번 뵐 수 있기를.(願得見生前)" ('낙구')

이 소설은 신사임당이 어린 시절 친구의 오빠 '준서'라는 인물과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 차이로 이루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가슴 아파한 이야기를 그린다. 또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조선 시대 여성이라는 굴레에 갇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한 신사임당의 고뇌와 아픔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런 내용은 신사임당을 정숙한 여성의 대명사이자 역사적인 우상으로 떠받드는 많은 이들에게 불편하게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8년이 지나 펴내게 된 이번 개정판에서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란 제목으로 소설 속 주인공이 신사임당임을 명백히 드러냈다.

작가는 "그녀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 그녀에게도 내게도 미안하고 떳떳하지 못했는데, 개정판을 내면서 초고대로 책을 내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도 되찾아주게 되었다. 사임당. 온기와 숨결과 눈물을 가진, 우상이 아닌 한 인간을 호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 "훌륭한 어머니, 아내, 딸이자 자신의 예술 세계를 오롯이 지켜내고 살아온 그녀, 사임당의 삶과 예술 그리고 내면을 다양한 각도로 형상화하는 작품들이 앞으로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소설의 상당 부분은 역사에는 전혀 기록돼 있지 않은 작가의 순수한 상상이지만, 신사임당의 애절한 사랑이 예술혼으로 승화되는 과정은 현모양처로 박제화된 이미지보다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읽힌다.

1997년 등단한 권지예 작가는 소설집 '꿈꾸는 마리오네뜨', '폭소', '꽃게 무덤', '퍼즐', 장편소설 '아름다운 지옥', '4월의 물고기', '유혹' 등을 냈으며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받았다.

신사임당의 사랑과 예술…권지예 소설 '붉은 비단보' 개정판 - 2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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