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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먼저 치료하고 살려야 하나?"…美의료진 공론 수렴

송고시간2016-08-22 17:22

대형 재난재해· 전염병·테러공격시 부족한 의료 '배급' 지침 마련 위해

회복가능성, 잔존수명 기준 우선 치료 의견 우세… "의사는 신이 아니다" 반론도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대규모 재난재해, 전염병 창궐, 테러공격 등으로 인한 환자들로 병원 시설과 장비, 의약품이 부족할 때 이것들을 어떻게 배분하고누구를 먼저 살려야 하나?

"누구를 먼저 치료하고 살려야 하나?"…美의료진 공론 수렴 - 2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최고의 병원 중 하나로 꼽히는 메릴랜드주 존스홉킨스 병원의 응급의사 리 도허티 비디슨을 비롯한 의료진이 현장 의사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이 문제에 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 파악 작업을 벌이고 있다.

가령 인공호흡기가 부족할 때 소생 가능성이 적은 사람으로부터 떼어내 큰 사람에게 달아줘야 할까? 아니면 나이를 기준으로 더 젊거나 어린 사람에게 달아줘야 할까?

이 병원 의료진은 오는 2017년 중반 주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이른바 숙의민주주의식 토론을 통해 공론을 모으고 있다. 도허티 비디슨 박사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를 광범위한 공론을 들어보지 않고 결정하는 부담"을 털어놓았다.

2012년 첫 공청회에선 한 참석자가 "누구도 다른 사람의 생사를 결정해선 안 된다"며 추첨 방식의 무작위 접근 방식을 주장하자 "아이를 어른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반론이 제기됐으나 즉각 "누가 아이들을 키울 것인데?"라고 다른 한 참석자가 물었다.

이들 공청회에선, 치료를 받으면 회복할 수 있거나 가장 오래 살 것 같은 사람을 우선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지만, 치료 효과가 대체로 같은 사람들에 대해선 추첨 방식이나 선착순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회생할 가망성이 더 큰 사람이라면 불법 이민자나 마약 혹은 알코올 중독자, 혹은 죄수도 해당하느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질문도 제기됐다. 이에 사회자가 차별은 안 된다고 하자, 한 참석자는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것도 이미 차별의 하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토론 참석자들 사이에서 가장 논쟁이 심한 사안을 하나 꼽으라면 이미 호흡기를 차고 있는 환자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떼 다른 환자에게 달아줄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메릴랜드 주 당국은 지난해 12월 대재난의 응급상황에선 호흡기 등 의료장비를 잠재적인 치료 효과에 따라 "재배분"하는 것을 허용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청회들에선 이에 유보적인 의견들이 다수 제기됐다. 혼수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다 회생했다는 한 여성 참석자는 혼수상태일 때 자신의 가족이 주변으로부터 호흡기를 떼고 그만 보내주라는 권유를 들었었다고 말했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는 것이다. 다른 참석자도 "의사들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을 직접 봤다"고 거들었다.

공청회에선 이 밖에 자신 같으면 어린이나 가족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호흡기를 자발적으로 양보하겠다는 의견들부터 공식적인 규정을 만들어 놓아도 응급상황에서 의사들이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이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일부 저소득층 참석자들은 이미 병원비 지급 능력에 따라 진료 할당제가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실 '의료 배급'은 이미 알게 모르게 시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이식용 장기를 어느 환자에게 주느냐는 문제를 놓고 관련 위원회는 일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효능이 검증된 화학요법을 어느 암 환자에게 시행하느냐 또는 부족한 집중치료실에 어느 환자를 수용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도 종종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맞는다.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침수 위기에다 단전된 병원들로부터 환자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마지막 순서의 중병 환자들 중 많은 수가 사망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지진과 원전 사태 때도 인근 병원들에 입원해 있던 아기들을 포함해 일부 환자는 비행기로 안전하게 후송됐지만, 다른 환자들은 수일간 방치돼 있었다. 영국 의학지 란셋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한 병원에서 수십 명의 나이 든 환자들이 "명백히" 버려졌고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숨졌다.

2014년 서부 아프리카 에볼라 사태 때 역시 의사와 간호사들이 열기 때문에 방호복을 오래 착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환자를 먼저 치료해야 하는지 "불가능한 선택들"과 싸워야 했다.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 미국의 18개 주와 여러 병원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이미 지침을 마련했다. 상황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지침도 있지만, 일부 지침은 심각한 전염병 상황에선 노년층 환자나 간 기능 부전 환자, 진행성 암 환자들을 `절대'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병원 의료진이 공청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의 권고안으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들은 이 사안의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공론을 훨씬 잘 파악하게 됐다며 권고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몬트리올대 정치철학 교수 찰스 블랫버그는 기계적 문제에선 정밀한 지침이 필요하겠지만, 도덕적, 정치적 문제에선 지나치게 세부적인 지침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좋은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판단은 상황에 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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