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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봉줄에 멍게가 없다" 폭염에 남해안 멍게 '쑥대밭'

송고시간2016-08-22 14:36

멍게수협 "물렁병 아닌 폭염 영향인듯"…70∼80% 폐사

(거제=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멍게밭이 쑥대밭이 됐습니다."

22일 오전 경남 거제시 사등면 가조도 창촌항 앞바다 멍게양식장.

창촌항에서 배를 타고 10여분 가면 진해만 일대 멍게양식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멀리 거제시 장평동 삼성중공업까지 이어지는 멍게양식장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흰색 스티로폼들이 바다에 둥둥 떠있다.

<르포> "봉줄에 멍게가 없다" 폭염에 남해안 멍게 '쑥대밭' - 2

스티로폼에는 굵기 5cm짜리 밧줄이 끝없이 묶여 있다.

밧줄에는 다시 길이 5m짜리 봉줄(멍게가 매달려 자라는 줄)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그런데 봉줄에는 요즘 한참 살이 올라야 할 멍게들을 찾을 수 없었다.

봉줄에서 대부분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멍게수하식수협(멍게수협) 직원이 멍게양식장에 설치된 밧줄을 끌어당겼다.

긴 밧줄에 연결된 봉줄에는 멍게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탐스러운 주황색 색깔을 띠고 있는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야할 멍게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멍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야 할 봉줄에 정작 멍게는 없고 이름 모를 자잘한 바닷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멍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는 결론이다.

<르포> "봉줄에 멍게가 없다" 폭염에 남해안 멍게 '쑥대밭' - 3

이곳에서 배를 타고 20여분 거리에 있는 거제시 청곡마을 앞바다 멍게양식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 양식장 봉줄에도 멍게들이 거의 붙어있지 않았다.

멍게양식장 밧줄을 끌어올리는 멍게수협 직원의 마음은 폭염보다 더 뜨겁게 타들어갔다.

"전체적으로 70~80%는 폐사됐다고 보면 된다. 폐사 원인은 아무래도 폭염 같다."

멍게수협 서의동(37)씨는 멍게 특유의 바이러스성 물렁병으로 인한 폐사치고는 규모가 너무 크다면서 멍게 대량 폐사를 폭염 탓으로 돌렸다.

멍게는 바닷물 수온이 영상 25도가량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이달들어 통영, 거제 일대 바닷물 수온은 30도에 육박했다.

이미 통영시 산양읍 일대 가두리양식장에서는 뽈락, 우럭 등 양식 어류의 대량 폐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 씨는 "멍게가 특유의 물렁병으로 폐사했다면 코를 쥐게 하는 악취가 나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악취가 나지 않는 것으로 봐 폭염에 따른 폐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4년전에도 멍게 폐사가 심했던 적이 있었다면서 그 이후로 이렇게 폐사가 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통영·거제를 중심으로 한 경남 남해안에서는 한해 3만여t의 멍게가 생산된다.

통영·거제 등 진해만 일대에서 멍게를 양식하는 290어가는 올해초 2만7천여t의 멍게를 생산해 490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국 생산량의 70%에 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내년에는 생산량이 올해의 20%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양식어민들은 이달 중순들어 멍게 폐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멍게수협에 피해 조사를 요청했다.

거제시·통영시와 멍게수협은 조만간 멍게 폐사 현황 조사에 착수한다.

멍게 폐사가 폭염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물렁병 등 다른 게 원인인지를 규명한다.

피해 보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멍게는 보통 매년 1월부터 5월사이 수확한다.

2년정도 키우면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로 자라나 향긋한 냄새와 쫄깃쫄깃한 육질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폭염이 당분간 진행되고 멍게 폐사가 진행되면 수확량도 수확량이지만 품질이 크게 떨어져 제값을 받기어려울 것으로 양식어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양식어민들은 그저 아무런 대책없이 폭염이 진정되고 수온이 낮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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