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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투자·고용 외면하는 대기업들

송고시간2016-08-21 16:14

(서울=연합뉴스) 대기업들이 사내유보금과 현금성 자산이 쌓이는데도 투자와 고용을 외면하고 있다. 2016회계연도 반기 보고서상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6월 말 기준 550조 원으로 작년 말보다 3조6천억 원 늘어났다.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이 550조 원대에 이른 것은 처음이다. 기업들은 사내유보금이 곳간에 쟁여놓은 현금이 아니며, 사내유보금 증가와 투자 부진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하지 않고 사내에 유보한 것이다. 현금뿐 아니라 시설, 토지 등에 재투자된 것도 포함된다. 사내유보금이 현금과 동일하지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기업이 보유하는 현금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이 보유한 현금 등 시중통화량은 가파르게 늘어 600조 원을 넘어섰다. 6월 말 현재 시중통화량(M2) 잔액 2천337조3천880억 원 가운데 기업이 보유한 금액은 614조7천399억 원에 이른다. 기업이 보유한 M2는 지난 3월 말 처음 600조 원을 돌파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2년 미만 정기예·적금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다. 기업이 보유한 현금 중에는 물론 부채 성격의 것도 있다. 그러나 M2 증가는 초저금리 시대에 기업으로 들어간 돈이 투자로 연결되지 않은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의 사내유보금과 현금이 증가한 것은 이렇듯 여러 지표에서 드러난다.

반면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 실적은 저조하다. 올해 1∼6월 누계로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했다. 5대 그룹의 자산, 매출, 순이익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고용 비중은 제자리걸음이다. 5대 그룹의 자산 규모는 작년 927조9천억 원으로 3년 전보다 124조6천억 원(15.5%) 증가했지만, 종업원 수는 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다. 기업 규모가 클수록 간접 고용 근로자 비율이 높아 고용 안정에 역행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가 4년여 만에 감소하면서 전체 취업자 증가 폭이 30만 명 대에서 20만 명 대로 내려앉았다. 청년실업률은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매달 동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며, 10% 내외의 높은 수준을 보인다.

사내유보금이 모두 현금은 아니지만, 이의 증가는 경기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 투자 유망처 발굴 실패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이명박 전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했다. 또 현 정부는 기업이 이익의 일정 비율을 투자·임금·배당에 쓰지 않고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면 미달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 세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대기업들은 투자나 임금을 늘리지 않고 배당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과세를 회피했다. 이 때문에 법인세를 다시 올리고 기업소득 환류 세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는 수출·내수 부진, 가계부채 증가,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그나마 대기업 형편이 가장 나은 편이다. 재계는 투자, 고용의 부담을 나눠서 지지 않겠다면 법인세 환원 조치라도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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