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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베를리오즈 음악의 매력 살린 '파우스트의 겁벌'

송고시간2016-08-20 14:03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베를리오즈의 1846년작 '파우스트의 겁벌'(La Damnation de Faust)은 독일 대문호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를 토대로 한 유명 오페라 가운데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일반적인 오페라 형식으로 공연되기도 하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될 때와 같이 무대장치와 무대의상이 없는 콘서트 형식인 '오페라 콘체르탄테'로 공연되는 경우가 많다.

아트앤아티스트가 기획해 지난 1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올려진 '파우스트의 겁벌' 역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성악진과 함께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오페라 콘체르탄테였다.

같은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구노나 보이토의 오페라보다 베를리오즈의 작품은 '성악이 포함된 교향곡'으로 불릴 정도로 오케스트라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이다.

그런 만큼 음악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오페라 콘체르탄테 형식이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불가리아 지휘자 에밀 타바코프가 이끈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부(콘체르탄테일 때는 1부, 오페라 공연일 때는 1막) 전반에 약간 건조하고 응집력이 부족한 듯한 연주를 들려줬으나 '라코치 행진곡'을 기점으로 활력과 밀도를 찾았다.

특히 3부의 '도깨비불의 춤', 4부의 '지옥을 향한 질주' 장면 등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압도적이었고, 박자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현란하고 독특한 형식의 악구에서도 각 악기군의 소리가 명료하고 정교하게 울려 귀를 매혹했다.

마르그리트의 '툴레의 왕' 같은 서정적인 곡에서는 저음 현의 깊이 있는 연주가 가사의 의미를 감동적으로 구현했다.

되찾은 청춘의 욕망에 들뜬 구노의 '파우스트'와 달리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은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우울하고 지친 캐릭터를 보여준다.

테너 강요셉은 과거 로시니 '신데렐라'의 라미로 왕자 역이나 푸치니 '라 보엠'의 로돌포 역을 불렀을 때보다 좀 더 어두운 음영이 드리워진 깊이 있는 음색으로 이 오만한 영혼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고음에서 잠시 피로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단어 하나하나가 귀에 꽂히듯 하는 그의 명징한 프랑스어 발음과 미성은 공연 내내 마음을 청량하게 해줬고 특히 '세레나데'와 '장대한 자연'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공연리뷰> 베를리오즈 음악의 매력 살린 '파우스트의 겁벌' - 2

마르그리트 역의 불가리아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는 강요셉에 비해 가사 전달력은 떨어졌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호소력 있는 음색과 무대를 가득 채우는 존재감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파우스트에 반해 그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염원하는 노래 '툴레의 왕', 파우스트가 떠난 뒤 그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로망스'(괴테 원작의 '물레 잣는 그레첸'에 해당)에서 카사로바는 특유의 관능적인 저음과 표현력으로 객석을 숨죽이게 했다.

'로망스'를 끝내고 마치 유령처럼 무대에서 걸어나가는 카사로바의 모습은 사랑을 잃고 넋이 나간 마르그리트의 현신이었다.

악마 메피스토펠레에 최고의 적역이라는 평을 받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은 이번 공연에서도 풍부한 성량과 유연한 연기로 '모든 것을 부정하고 회의하는 머리 좋은 유혹자'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베를리오즈 작품 속 메피스토펠레는 구노 작품에서보다 힘이 덜 들어간 차분한 캐릭터이지만, 사무엘 윤은 이 배역을 지능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악마로 새롭게 해석했다.

카사로바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어 발음이 좀 더 선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벼룩의 노래', '귀여운 루이즈' 등의 주요 장면에서 그의 뛰어난 연기는 관객을 설득하기에 충분했다.

브란더로 출연해 '쥐의 노래'를 부른 바리톤 최인식은 저음이 다소 아쉬웠으나 잘 다듬어진 가창과 개성 있는 연기로 즐거움을 줬다.

'파우스트의 겁벌'에서는 또 합창단이 상당히 비중 있는 역할을 하며, 합창이 독창자들의 노래에 추임새를 넣어 극에 활기를 주는 부분도 자주 등장한다.

보통은 대규모 소년 합창단까지 가세해 훨씬 압도적인 소리를 내는 데 반해 이번 공연에는 소년 합창단 없이 서울시합창단 47명만이 참여해 음량이 다소 작게 느껴졌으나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격렬한 악곡의 변화는 잘 살아났다.

독특하고 탁월하나 자주 접할 수 없는 베를리오즈 오페라 음악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며 감동할 수 있게 한 기획이었다.

<공연리뷰> 베를리오즈 음악의 매력 살린 '파우스트의 겁벌' - 3

rosi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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