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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되살아난 서울시향 사운드…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

송고시간2016-08-20 13:46

진은숙 신작, 신비로운 음향·장엄한 오르간 소리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윤기 흐르는 현, 색채감 있는 목·금관, 절묘한 타이밍의 팀파니. 서울시향의 바로 그 소리가 되살아났다.

지휘자 정명훈을 다시 만난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은 마치 물 만난 물고기인 양 마음껏 뛰놀았고, 새로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의 풍부한 잔향과 고급스러운 울림은 서울시향의 연주를 더욱 살려주었다.

지난 19일 저녁 열린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음악애호가들을 만족하게 한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훌륭한 음향시설과 파이프오르간을 갖춘 롯데콘서트홀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8개월여 만에 다시 만난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특유의 역동적인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으며, 세계적인 작곡가 진은숙의 신곡이 세계 초연됐다.

<공연리뷰> 되살아난 서울시향 사운드…롯데콘서트홀 개관공연 - 2

무엇보다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만난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신들린 연주는 음악애호가들을 기쁘게 했다. 특히 공연 프로그램이 오페라와 프랑스 음악 해석에 능한 지휘자 정명훈에게 잘 어울리는 곡으로 구성돼 연주가 더욱 빛났다.

첫 곡으로 연주된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은 베토벤이 오페라 '피델리오'를 위해 작곡한 서곡이다. 오페라의 막이 오르기 전에 연주되는 기악곡이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기악 오페라'로 불러도 좋을 만큼 극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이 서곡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트럼펫이 연주하는 신호 나팔 소리다. 오페라에서 세비야의 돈 페르난도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음으로 악인 피차로의 패배와 주인공 플로레스탄과 레오노레의 승리를 나타낸다.

이처럼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트럼펫 소리는 서곡을 연주할 때 대개 무대 뒤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이 부분을 맡은 트럼펫 수석 알렉상드르 바티는 무대 전면의 2층 객석 출입문 뒤편에서 첫 번째 신호음을 연주한 후 두 번째 신호음은 아예 객석 쪽으로 모습을 드러낸 채 더욱 또렷한 소리로 연주했다.

덕분에 악인을 물리칠 돈 페르난도의 행렬이 더욱 가까이 다가왔음이 시청각적으로 구현되었을 뿐 아니라, 트럼펫 주자 자신이 마치 정의를 실현하는 오페라의 주인공처럼 부각되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명훈의 음악해석 역시 오페라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지듯 생생해 처음부터 베토벤의 서곡에 강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느린 서주 부분에서는 심오하면서도 신비스런 울림을 강조했고, 빠른 알레그로 섹션에서는 처음에 다소 느린 템포로 여리게 시작해 관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킨 뒤 갑자기 템포를 빠르게 몰고 갔다.

그러자 오케스트라는 폭발적으로 끓어오르며 벅찬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냈다. 이처럼 열정적이고 감각적인 서울시향의 연주, 실로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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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의 눈빛만으로도 그 의도를 알아채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오케스트라의 역동적인 연주는 생상스의 교향곡 3번에서 더욱 빛났다.

오르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 교향곡은 흔히 '오르간 교향곡'으로 불리는데, 훌륭한 파이프오르간을 갖춘 롯데콘서트홀의 장점이 이 곡에서 잘 드러났다.

1악장 후반부에 고요하게 연주된 오르간 소리가 찬송가처럼 편안하게 들려왔다면, 2악장 후반부에 극적으로 등장하는 오르간의 C장조 코드는 마치 신의 음성인 양 장엄하면서도 위엄이 있었다.

또한 객원으로 참여한 팀파니스트 장-클로드 장장브르(라디오 프랑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팀파니 수석)의 뛰어난 타이밍 감각과 또렷한 음색, 현악기군의 일사불란한 합주를 끌어낸 객원악장 알렉시 뱅상(스위스 베른심포니 악장)의 리드도 주목할 만했다.

이번 공연에서 세계 초연된 진은숙의 신작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현대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공감을 얻을만한 작품이었다.

페르난두 페소아와 후안 라몬 히메네스 등의 시에서 취한 가사를 바탕으로 모두 12악장으로 구성된 이 곡은 작곡가 진은숙의 우주적인 세계관을 드러낸 작품으로, 웅대한 오케스트라 음향과 신비로운 합창이 함께하는 곡이다.

연주 시간 40분으로 결코 짧지 않은 데다 서로 다른 내용의 영어와 스페인어 가사로 된 곡들은 자칫 산만한 인상을 줄 위험도 있었으나, 진은숙은 일관된 음색 표현과 명확한 구조를 통해 이 작품을 통일감 있게 구성해냈다.

현악기의 하모닉스 주법(손가락으로 현의 특정 부분을 살짝 대고 연주하는 주법)을 통한 영적인 음향, 하프와 첼레스타, 차임과 글로켄슈필 등의 반짝이는 소리, 홀스트의 '행성' 중 '해왕성'을 연상시키는 신비로운 합창이 이 곡의 주된 음색을 형성하는 가운데, 간혹 스트라빈스키 풍의 역동적이고 강력한 음악이 끼어들며 구심점 역할을 해냈다.

특히 6악장 '천체 속의 천체'에서 웅장한 오르간까지 가세한 장엄한 울림은 이 곡 전반부에 첫 클라이맥스를 만들어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11악장에서는 다시금 6악장의 "천체, 천체, 천체 속의 천체, 비어있는 공간, 살아있는 물과 공기의 음악"이라는 가사가 후렴구처럼 반복됐고 마지막 12악장의 '아침'의 아름다운 합창으로 전체 곡이 마무리되었다.

진은숙의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뭔가 특별한 21세기적인 소리를 기대한 현대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예측 가능한 음향"이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현대음악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도 다가갈 만한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었다.

다만 이 곡을 마무리하는 12악장의 평화로운 합창에서 합창단의 음이 떨어져 현악과 잘 어우러지지 못한 것을 비롯해 합창과 오케스트라가 의도하지 않은 불협화음을 만들어낸 것은 다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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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a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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