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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백수린 "세상의 고통…내 방식으로 그리고 싶어요"

두 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단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 백수린(34)이 두 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창비)을 펴냈다.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그는 첫 소설집 '폴링 인 폴'(2014)로 호평받았고 지난해에는 단편 '여름의 정오'로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등단 이후 여러 평론가와 선배 작가들로부터 "기대되는 신예"로 꼽혀왔다.

표제작 '참담한 빛'과 '여름의 정오'를 비롯해 지난 2년간 발표한 단편소설 10편을 묶은 이번 소설집은 역시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화려하거나 튀는 작품은 없지만, 10편의 작품이 하나의 결로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잘 영글어가는 작가의 단단한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고통의 이미지를 빛과 어둠의 강렬한 대비로 보여주는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일반적인 메타포로 어둠이 고통을 은유하는 것과 달리 그의 작품에서는 강렬한 빛이 인물의 내면에 숨겨진 고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사용된다.

표제작 '참담한 빛'은 그런 시각적인 이미지의 대비가 가장 두드러진 작품이다. 영화잡지 기자인 '정호'는 국내 영화제에 초청받은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아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다가 딱 한 번 제대로 마주한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가 사랑한 전 남편이 대형 참사로 가족을 잃은 뒤 몇 년 만에 그 트라우마가 다시 살아나 끝내 그녀를 떠났다는 이야기다. 정호 역시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고통이 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임신하고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듯했지만, 갑작스러운 태아의 죽음으로 아내가 고통 속으로 침잠하고 정호는 그런 아내를 제대로 보듬어주지 못한 채 오히려 폭력을 가해 두 사람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금이 갔다.

"그 뒤에 줄지어 선 높다란 나무의 우듬지 위로 참담하리만큼 눈부신 햇빛이 폭설처럼 쏟아져 내렸다. (…) 그 순간이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그의 뒷덜미를 내리친 것은. (…) 정호는 돌연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것, 그러니까 이른 아침 출근하기 위해 일어나보면 여전히 아내가 그에게서 가장 먼 침대 가장자리에, 손대기만 하면 떨어질 듯 웅크린 채로, 완전히 무관한 타인처럼 잠들어 있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그의 삶은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달라질 것이었으나 그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할 감정이 두려움인지 죄책감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참담한 빛' 중)

'여름의 정오'는 주인공이 프랑스 유학 중인 오빠를 찾아갔다가 오빠 친구인 일본인 '타까히로'를 만나고 그와 교감하며 고통을 위로받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시절 친구의 자살을 목격한 고통을 가슴 속 깊이 숨기고 있다.

"캠퍼스의 광장 쪽에서는 여기저기 달아놓은 조명 탓에 인공의 불빛이 강렬히 뿜어지고 있었다. 눈이 시려 얼른 시선을 돌렸다. 발아래에는 컴컴한 어둠. 나는 고개를 좀 더 숙였다. 죽고 싶어서는 결코 아니었다. 단지 나는 어둠이 더 익숙했을 뿐이었다." ('여름의 정오' 중)

소설가 백수린 "세상의 고통…내 방식으로 그리고 싶어요"1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빛의 이미지로 고통을 형상화한 이유를 "너무 강렬한 빛을 보면 굉장히 슬픈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빛도 그렇고 행복도 그렇고 굉장히 강렬한 순간이면 곧 깨질 것 같아서 위태롭게 느껴져요. 그래서 강렬한 빛은 제게 오히려 폭력적으로 다가와요. 빛은 어둠과 대비될 때만 아름답게 느껴지죠. 제 소설이 대부분 외로움이나 고통의 이야기이다 보니까 그런 것이 드러나도록 빛과 어둠의 대비를 주로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에 실린 소설은 모두 등장인물의 아픈 과거를 다룬다. 겉보기에는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지만,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치유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이들은 어느 낯선 곳에 갔다가, 혹은 어느 낯선 사람을 만나 어쩔 수 없이 그 고통을 끄집어내게 된다.

"세상에 고통이 있다는 걸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제 방식으로 그려서 보여주는 것이 작가로서 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고통이 더 잘 드러나는 방식은 드라마틱하고 강렬한 것보다 오히려 잔잔하고 담담하게 그리는 것이라고 믿어요. 그래서 가능한 한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그리려고 해요."

이번 소설집에는 유난히 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많다. 자연히 이방인이 느끼는 고독의 정서가 짙게 깔린다.

"원래 이방인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아요. 이방인은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 사람인데,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상태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기본적으로 다 이방인이라고 할 수 있죠. 소설에서 인물의 국적을 외국인으로 설정하면 그런 정서가 효과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게다가 지금 사람들은 다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한국인만이 아니라 여기저기 모든 사람이 느끼는 그런 정서를 담고 싶어요."

마지막에 수록된 '국경의 밤'은 그의 "작가적인 기원"을 썼다는 점에서 자전적인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내용은 세상에 나오기가 두려워 14년간 엄마 뱃속에서 태아로 지내온 주인공이 부모와 함께 1995년 통일된 독일을 여행하면서 앞으로 세상이 조금 더 평화로워질 거라는 기대를 품고 용기를 내 세상에 나오려고 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겁 없이 세상에 나왔지만 삶이 녹록하지 않을 거예요. 누구나 세상에 태어난 이후 감당해야 할 몫이 있는 것처럼 저도 겁 없이 작가가 됐지만, 작가로서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해서 쓴 소설이에요."

등단 전에는 자신에게 소설가로서 재능이 있는지 고민했다는 그는 이제 "여전히 겁날 때가 있지만, 전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만큼 다음 소설집을 낼 무렵엔 더 단단해질 거라 믿는다"며 "내가 사는 세계에 관심을 기울이고 최선을 다해 쓰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가 백수린 "세상의 고통…내 방식으로 그리고 싶어요"2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8/18 08: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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