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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쿠데타 한달> ①"탱크 막았다" 시민 환호 후 숙청 정국

송고시간2016-08-14 09:00

시민들 맨몸으로 탱크 맞서 쿠데타 저지…"정부 지지 안 해도 쿠데타 용납 못해"

8만명 정직·해고, 3만5천명 구금…"친구라더니 쿠데타 편" 서방 성토, 러에 구애


시민들 맨몸으로 탱크 맞서 쿠데타 저지…"정부 지지 안 해도 쿠데타 용납 못해"
8만명 정직·해고, 3만5천명 구금…"친구라더니 쿠데타 편" 서방 성토, 러에 구애

<※ 편집자주= 지난달 15일 밤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은 지 한달이 흘렀습니다. 6시간만에 쿠데타 시도는 진압됐으나 곧바로 시작된 쿠데타세력 척결과 국가비상사태 선포로 터키 사회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쿠데타 후 한달 간 경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감을 갖고 쿠데타 세력 척결을 강행하는 배경을 짚어보고, 현지 전문가의 시각으로 터키의 선택을 전망하는 특집 기사를 송고합니다.>

<터키 쿠데타 한달> ①"탱크 막았다" 시민 환호 후 숙청 정국 - 2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지난달 15일 밤 전 공군사령관과 여러 장성이 동참한 쿠데타 시도는 날이 밝기 전에 막이 내렸다.

16일 자정께 국영 TRT 방송을 통해 쿠데타군이 국가를 장악했다고 선언할 때까지만 해도 터키의 운명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휴대전화 연설로''쿠데타군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라'며 시민을 거리로 불러냈다.

이스탄불 시민은 쿠데타군이 장악한 보스포루스대교와 아타튀르크국제공항으로 몰려나가 탱크와 총에 맨몸으로 맞섰다.

두려움 없이 밀려드는 시위대에 위축된 쿠데타군은 비무장한 시민을 향해 발포했다.

쿠데타군의 총탄에 시위대가 스러지는 모습에 더 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6일 새벽 3시30분께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해 터키국민 앞에 나타난 순간 군부의 정부 전복기도는 종말을 맞았다.

터키정부 발표에 따르면 쿠데타군의 공격에 민간인과 군경 약 240명이 '순국'하고, 쿠데타군도 약 30명이 사망했다.

1960년, 1971년, 1980년, 1997년과 달리 이번 쿠데타가 6시간 여만에 조기 종결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민의 즉각적인 저항이다.

에르도안을 지지하든 반대하든 '쿠데타는 안 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이스탄불에서 기업 임원으로 일하는 오메르 첼릭(58)씨는 "시민의 피를 흘리고 정부를 전복하려고 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냐"고 반문했다.

터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21세기 터키에 쿠데타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게 터키국민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쿠데타 후 거의 한달간 이스탄불 탁심광장과 수도 앙카라 크즐라이광장 등 전국 주요 도시의 광장에서는 매일 밤 쿠데타군을 비판하고 시민이 민주주의를 지킨 것을 축하하는 집회가 열렸다.

민주주의 수호를 환호하는 분위기 속에 쿠데타 가담자와 배후를 척결하는 대대적인 '숙청'이 벌어졌다.

터키는 쿠데타 후속 조처를 위해 지난달 21일부터 3개월 기한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큰 외즈튀르크 전 공군사령관, 육·해·공군 장성, 전투경찰(gendarmarie) 지도부 등 쿠데타 주동 혐의를 받는 군인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터키 장성 약 360명 가운데 40%가 넘는 150여 명이 전역 조치됐다.

터키정부는 곧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쿠데타 '배후'로 지목하고 그 지지자들과 연계 단체까지 살생부에 올렸다.

터키 내무부에 따르면 이달 10일 현재까지 판·검사 3천500명을 포함해 8민1천명이 공공부문에서 직위해제되거나 해고됐다. 사립학교 교사 2만1천명은 교사면허를 박탈당했다.

쿠데타 수사와 관련해 잠시라도 구금된 사람은 3만5천명이고 이 가운데 약 1만8천명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체포된 인원은 군인이 7천200여 명으로 가장 많지만 쿠데타 기도와 직접 관련성이 낮은 경찰(3천100명)과 판·검사(2천288명)도 대거 포함됐다.

학교, 병원, 언론사, 단체 등 민간 기관들도 수천 곳이 문을 닫았다.

페트킴, 보이닥, 토즐루 같은 기업 경영진도 구금되고, 터키 축구의 전설 하칸 슈퀴르 등 스포츠계 인사에게도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쿠데타군과 직접 관련이 없어도 배후로 지목한 '귈렌주의 테러조직'에 연계된 혐의가 있으면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붙잡혀 조사를 받는다.

이달초 이스탄불의 한 고등학교 교사 괵한 아치콜루(42)씨가 구금 중에 미심쩍은 사유로 사망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러한 브레이크 없는 '숙청'에 대한 내부 비판은 실종됐다.

국가정보청(MIT) 이관 등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로 권력을 더욱 수렴시키는 제도개편안이 논의 중이다.

나아가 '민주주의 수호' 국론통합을 발판 삼아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전부터 추진한 대통령중심제 개헌에 본격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터키 쿠데타 한달> ①"탱크 막았다" 시민 환호 후 숙청 정국 - 3

쿠데타를 계기로 에르도안 정권은 서방과 갈등이 깊어졌다.

서방 지도자들이 쿠데타 사법처리에 법치를 따르라고 촉구하자 터키정부는 '쿠데타세력 편을 든다'며 오히려 반발하고 있다. 사형제를 부활할 수도 있다며 유럽과 각을 세우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이 쿠데타 시도 초기에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며 "친구인 줄 알았는데 쿠데타 세력 편이더라"며 서방을 성토하고, 심지어 미국이 '쿠데타 배후'라는 의혹까지 거듭 제기했다.

반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러시아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회원국에서는 터키의 친(親)러시아 행보에 대한 불안이 감지된다. 터키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병력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서방을 지원하고 있고, 시리아 내전구도에서는 반(反)아사드정권 진영에 속했다.

이번 정상회담 후 위미트 야르듬 러시아주재 터키대사는 "시리아 협상에서 현재 시리아 지도부가 참여하기를 바란다" 고 밝혀 기존의 아사드정권 배제론에서 변화를 보였다.

이달 24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다. 당초 터키는 존 케리 국무장관 방문 일정을 밝혔으나 미국 측이 이를 확인해주지 않았다. 바이든 부통령 방문은 쿠데타 이후 터키정국과 대외 관계에 또 하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1일 "미국은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귈렌과 터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귈렌 송환과 관련한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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