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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1년> ⑩"임시정부 태극기에 전율…광복군은 내 인생의 자랑"

송고시간2016-08-14 09:00

광복군 출신 애국지사 오상근 선생 "마음은 아직 충칭 임시정부에 있어"

"아픈 과거 잊어서는 안 돼…젊은이들 역사 관심 가져야 대한민국 더 강해져"

(진천=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큼지막하게 내걸린 태극기를 본 순간 느꼈던 감격과 전율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나. 광복군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자 가장 큰 자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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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충북 진천군 진천읍 자택에서 만난 오상근(92) 선생은 상기된 표정으로 70여 년 전 중국 충칭(重慶) 임시정부의 광복군 시절 기억을 되짚었다.

오 선생은 충북 유일의 생존 애국지사다. 그는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71년 전 그날이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독립을 맞은 지 벌써 71년이 됐네. 우리 민족에게 다시는 이런 고통이 없어야 해"

선생은 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1924년 진천군 백곡면에서 태어난 선생은 18살 되던 해 가을 갑자기 들이닥친 일본군에 붙잡혔다. 아내와 갓 낳은 딸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평양을 거쳐 저 멀리 중국 북지(北支·지금의 화베이)까지 끌려간 그는 모진 훈련에 시달렸다. 작전에 투입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암울했다. 고향 집과 처자식이 눈에 아른거려서, 억울해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비참했다. 일본군 신분으로 전장에 나서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청년 오상근은 목숨을 건 탈출을 결심했다. 동이 트기 전 함께 징집된 조선인 4명과 함께 야영지를 빠져나왔다. 그 길로 광복군이 있는 충칭(重慶)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충칭은 멀고 멀어 2년 가까이 중국 땅 이곳저곳을 떠돌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에게 '일본군 스파이'로 몰려 4개월가량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광복군에 입대하는 것만이 자신과 조국이 살 길이라 굳게 믿었던 터라 포기하지 않았다.

천신만고 끝에 1944년 12월 임시정부가 있는 충칭에 도착했다.

그는 "일제에 징집되기 전 고향에서는 태극기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었어. 낯선 땅에 당당하게 내걸린 깃발이 태극기인 걸 알았을 때 온몸에 전율을 느꼈어"라고 임시정부와의 첫 대면을 또렷하게 회고했다.

체구가 유달리 컸던 선생은 광복군에 들어가자마자 김구 선생에 의해 광복군 총사령부 경위대에 배치됐다. 맡은 임무는 임시정부 요인경호였다.

경호 임무는 물론이고 얼마 남지 않은 진격작전을 준비하며 혹독한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지만, 조국 광복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어 힘이 솟았다.

광복군에 입대한 지 1년이 될 무렵 일본군이 전쟁에 패해 철수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선생은 부대원들과 함께 꿈에 그리던 해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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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음 한구석엔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해방 소식은 광복군 모두에게 큰 기쁨이었지만 자주적으로 조국을 광복시키지 못했다는 회한에 선생은 함께 했던 동지들과 눈물을 쏟아냈다고 회고했다.

선생은 동지들과 함께 3년여 만에 고향 땅을 다시 밟았다.

조국의 품으로 돌아온 그는 광복군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1963년 대통령표창,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고향인 진천과 인근 음성에서 30년간 공직생활을 마친 선생은 광복회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광복 71주년을 맞은 지금 선생은 오랜 시간을 함께 하다 세상을 뜬 동지들의 빈자리를 홀로 지키면서 잊지 말아야 할 조국의 뼈아픈 역사와 애국정신을 후손들에게 전하고 있다.

그 역시 고령에 11년 전 뇌출혈 수술까지 받아 건강이 온전하지 않지만, 조국애만큼은 70여 년 전과 변함없다.

선생은 "광복군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기억"이라며 "지금도 마음은 충칭 임시정부 청사에 있다"고 전했다.

젊은 세대에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오 선생은 "젊은 친구들은 애국이니 광복이니 통일이니 하면 고리타분하다고만 생각한다"며 "아픈 과거이지만 나라를 잃었던 아픈 역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조국이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가 아니면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역사에 관심을 대한민국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조국을 지켜낸 선열들의 노력과 애국정신을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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