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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1년> ③열리지 않는 일본시장…쌓여가는 대일 적자

송고시간2016-08-14 09:00

일본행 갤럭시 '삼성'로고 삭제 고육책…최강 반도체도 3배 역조

현대차 10년 만에 日시장서 물러나…화장품 등 소비재도 녹록잖아

철저한 현지화 성공 네이버 라인 '대박'에서 열쇠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 지난해 삼성전자[005930]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6에서 'SAMSUNG' 브랜드를 떼어내야 했다. 오로지 '갤럭시' 로고만 넣고 삼성 상표는 빼버린 것이다.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일본시장을 어떻게든 뚫어보려는 고육지책이었다.

세계 1위 점유율을 자랑하는 삼성 스마트폰조차 유독 일본에서만은 하위권을 헤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6%로 '마이너' 수준이다. LG전자[066570]는 주요 점유율 통계에 잡히지 못할 정도다.

애플 아이폰과 자국산 스마트폰을 유달리 좋아하는 일본 소비자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기 내구성과 기능을 까다롭게 따지는 독특한 현지 취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탓도 있다.

◇ "일본에 판매법인 내봤자 돈만 든다"

TV를 비롯한 가전은 더 열악하다.

세계 TV 시장 1, 2위 삼성, LG[003550]의 일본내 점유율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2000년대 중반 삼성이 히트작 보르도 TV로 일본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지만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진 못했다.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 쟁쟁한 업체들이 버틴 철옹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판매법인이나 마케팅 조직을 운영해봐야 비용만 더 들 뿐이라는 패배주의가 여전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최근엔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올해 내놓은 삼성의 주력폰 갤럭시 S7 엣지는 최근 일본시장에서 이례적으로 판매가 대폭 늘었고 '패블릿 끝판왕' 갤럭시 노트 7에 대한 현지 기대감도 적잖다.

<광복 71년> ③열리지 않는 일본시장…쌓여가는 대일 적자 - 2

일본 리뷰매체 '하이비(HIVI)'는 LG 울트라HD TV에 대해 평점 1위를 매긴 적도 있다. 일본에서 외국산 TV로는 최초였다.

◇ 현대차, 10년 만에 눈물 머금고 철수

현대자동차는 2000년 일본에 판매법인 '현대모터재팬'을 설립하고 2001년부터 승용차 판매를 시작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10년 만에 철수해야 했다.

현대차는 2009년까지 누적 판매 대수가 1만5천여대에 불과했다. 그러잖아도 일본차 메이커들이 진입장벽을 구축해 놓은 상황에서 유럽차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도 낮았기 때문이다.

이후 현대차는 판매가 크게 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시장에 집중했다.

반면, 일본차는 작년 4만1천518대, 올해 상반기 2만910대가 수입됐다.

유럽 수입차 인기에 밀려 판매가 정체됐지만, 수입차 시장에서 국가별 점유율은 독일과 미국에 이어 3위다.

◇ '한류' 붐 탄 주류·화장품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

소주와 막걸리의 일본 수출은 한때 한류 붐을 타고 호조를 보였으나 2012년 이후 양국 관계가 냉각되자 하향세를 그렸다.

소주 수출량은 2011년 465만 상자로 정점을 찍었다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지난해 242만 상자로 반토막났다.

막걸리도 한때 한류 대표주자로 꼽힐 만큼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으나 지난해 수출액은 2011년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체가 일본시장에서 철수했고 지금은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수출도 일본 비중이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2006년 자사 최고급 브랜드를 내놓고 야심차게 일본시장에 도전했지만, 백화점 매장을 순차적으로 정리해 2014년 말 전면 철수시켰다.

화장품 수출액에서 일본 비중은 2011년 14.6%에서 지난해 4.6%까지 줄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라서 끊임없이 도전해야 할 시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에서 가능성을 보다

지난달 일본·미국 증시에 상장한 네이버 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됐다.

스마트폰을 가진 일본인의 80%가 라인을 쓴다. '일본에는 라인 외에 메신저 앱(스마트폰 응용 프로그램)은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라인은 한국 IT 상품이 외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 중 하나다. 특히 문화적 장벽이 높은 국외 IT 서비스 분야에서 이처럼 '대박'을 친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다. 라인은 네이버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지만 본사가 도쿄에 있고 개발진과 경영진에서 한국인을 찾기 어렵다. 대다수 일본 소비자들은 라인을 자국 회사로 안다.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일본인 취향을 살려 브라운·코니·문 등 '라인 프렌즈' 캐릭터를 내세운 전략도 절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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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적자…하락하는 무역 의존도

대일 무역적자는 1965년 한일 무역협정을 체결할 당시 1억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지속해서 커져 2010년에는 361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03억 달러로 줄었지만, 여전히 크다.

올해도 상반기 대일 무역적자는 10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본은 지난 수십 년간 최대 무역적자국이었다.

과거 큰 폭의 대일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던 무선통신기기, 자동차부품은 한때 흑자로 돌아선 적도 있지만 올해 상반기엔 다시 적자다.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철강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강 반도체조차 대일 수입이 수출보다 3배 정도 많다. 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수입 물량이 수출의 16.8배다.

대일 수출은 중국 수출이 급격하게 확대되면서 급감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 순위에서도 2014년 3위에서 지난해엔 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256억 달러로 전년보다 20.5% 급감했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로 떨어졌다.

하지만 일본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기술강국이란 상징성도 크기 때문이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일 무역은 전반적으로 확대됐으나 최근 감소세로 돌아서 우려를 자아낸다"며 "무역역조를 개선하고 현지 시장을 확대하려면 새로운 가치사슬 모델 창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신성장 분야 협력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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