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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틀고, 영양제 먹이고, 얼음 주고…농가 가축살리기 비상

송고시간2016-08-14 06:30

"가축도 사람도 죽을 지경입니다"…폭염과 고군분투

"가축 폐사에 성장 지연…전기요금 평상시 2배"

에어컨 틀고, 영양제 먹이고, 얼음 주고…농가 가축살리기 비상 - 2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가축도 사람도 모두 죽을 지경입니다."

불볕더위에 축산농가마다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민들은 축사마다 초대형 선풍기를 설치하고, 환기를 환풍기로 돌린다.

에어컨이나 정기적으로 물안개를 뿜어주는 분무 장치 등 최신 시설을 설치해 더위와 싸운다.

또 축사 지붕에 시간마다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고, 더위에 지친 가축에게 영양제까지 먹여가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러나 이른 시일 내 기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큰 피해가 생길 것으로 농민들은 보고 있다.

불볕더위에 피해를 보는 가축은 닭과 돼지가 대표적이다.

호흡으로 체온을 조절하는 닭은 더위에 약해 30도 이상 계속되면 성장하지 않고 산란율도 떨어진다. 땀샘이 퇴화한 돼지는 특히 더위에 취약하다.

경북 안동시 북후면 물한리에서 삼계탕용 닭 8만여마리를 키우는 원연철(53)씨는 지난달 초 4천여마리가 죽는 피해를 보았다. 장마 기간 잠시 비가 안 올 때 반짝 무더위에 제대로 대비를 못 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비슷한 피해를 막으려고 330㎡ 안팎인 계사 12채에 종일 선풍기와 환풍기를 가동한다. 계사마다 12대 안팎의 선풍기와 환풍기가 설치했다.

행정기관에서 받은 영양제를 사료에 섞어 먹이고 일부 닭을 다른 계사로 옮겨 사육 밀도를 낮췄다.

이런 노력으로 폐사는 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닭이 사료 섭취를 줄여 성장이 늦어지는 피해를 보고 있다.

닭 성장이 더디면 출하도 3∼4일 이상씩 늦어 농민에게 이중 부담이 된다. 원씨는 "올해처럼 더위가 이어져 출하를 미루면 수입이 보통 때 70%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선풍기와 환풍기를 온종일 돌려야 해 전기요금도 만만치 않다.

초대형 선풍기·환풍기 100여대를 종일 돌린 탓인지 원씨는 지난달 48만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냈다.

봄·가을에 원씨 농장이 사용하는 전기요금이 25만원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거의 2배 가까이 나왔다.

원씨는 "더위야 자연현상이어서 피할 수 없으나 농가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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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서후면 성곡리 한 농장에는 돼지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여름을 나고 있다.

1만1천여마리를 사육하는 이 농장에는 대형 에어컨 17대를 돌린다. 132㎡(40평) 넓이마다 에어컨 1대씩 있다.

이 덕분에 35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져도 돈사는 28도 정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온종일 에어컨을 가동한 탓에 올해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농장은 봄·가을 등 평상시에도 평균 1천만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냈다.

이런 부담으로 폐사는 생기지 않고 있지만, 더위 때문에 사료를 제대로 먹지 않아 돼지 성장 속도는 느리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는 돼지 여물통에 정기적으로 얼음을 깨 넣어주거나 돼지 머리 부분에 차가운 물방울이 규칙적으로 떨어지게 하는 장치를 설치해 체온을 낮추기도 한다.

농장주인 A(62)씨는 "30도 이상 폭염이 계속되면 돼지 성장 속도는 평상시의 50% 수준에 그친다"며 "대부분 농가는 더는 폐사나 성장 지연 등 피해가 생기지 않고 빨리 이 더위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농장은 해마다 더위가 심할 것으로 보고 기존 에어컨에다가 내년 여름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비닐 튜브를 이용한 추가 냉방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폭염에 따른 가축 피해를 줄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안동시는 지난달부터 '가축관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음 달까지 운영한다.

축사 환기시설 설치사업을 벌이고 면역강화용사료 첨가제, 농민 가축재해보험 가입 등을 지원한다. 마을방송, SMS 등으로 폭염피해 예방요령을 계속 알리고 있다.

안동시 축산진흥과 관계자는 "축사 지붕 물뿌리기, 그늘막 설치, 적정사육밀도 유지 등으로 축사 온도와 가축 체온을 낮추고 신선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면 폭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에서는 올해 들어 불볕더위로 안동, 영천 등 5개 시·군에서 닭 5만7천780마리, 돼지 180여마리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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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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