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박사 심경구 명예교수 미·캐나다서 로열티
송고시간2016-08-14 07:00
신품종 무궁화 70종 개발…"죽는 날까지 품종개량 계속"
(천안=연합뉴스) 김용윤 기자 = "이 무궁화는 깨끗하고 앙증맞으면서 귀엽죠. 올 초 미국 특허가 나왔고. 저건 핑크빛이 넉넉하면서도 매끄러운 느낌인데 작년 말 미국 특허를 받았지. '환희'라는 별명을 가진 새 품종 '릴 킴 레드'도 출원중이야."
심경구(77)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가 14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양령리 '무궁화와 참나리연구소'에서 그가 개발한 무궁화 품종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느라 쉴 틈이 없다.

말이 천안시 성환읍이지 그의 연구소는 오히려 경기도 안성과 평택이 가깝다.
농과대학에서 원예·조경학을 강의했고, 학장·기획실장 등으로 대학행정에 깊숙이 참여하고 은퇴한 지 꽤 오래됐지만 별일이 없으면 아예 약 3천여㎡ 규모의 무궁화밭 조립식 건물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용인 집에는 이따금 오갈 정도로 무궁화 사랑에 푹 빠져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품종을 개량한 무궁화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특허료(로열티)를 받고 있으니 그럴 만했다. 아마존닷컴 등 온·오프라인을 통해 북미지역에서 팔려나간 무궁화만 지난해 6월 말 현재 17만6천143주다.
1주가 팔려나갈 때 받는 돈은 15센트다. 그동안 로열티 수입으로만 1만8천747 달러(한화 약 2천200만원)가 통장에 찍혔다.
매년 상반기 기준으로 묘목 판매량을 집계, 연말에 로열티를 받고 있어 올 6월 말 현재 매출은 오는 12월에야 확인할 수 있지만 1만주 정도 더 팔려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교수시절 캠퍼스 내에 무궁화로 한반도지도를 만들기도 한 그가 무궁화에 매료된 것은 1990년 미국 아칸소대학교 교환교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쎄 미 농무부 식물원을 갔는데 그 사람들 무궁화와 벚꽃을 연구하더라고. '무궁화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기 때문에 축제도 못 하고 별로'라고 하면서 밤에도 피는 꽃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아이쿠 싶었지…그 뒤로 존 이골프 박사가 내게 무궁화 유전자원을 넘겨줬어요. 그분은 1년 뒤에 돌아가셨고…."
심 명예교수는 그 길로 무궁화에 필이 꽂혔다. 귀국 3년 만에 밤에도 피어있는 무궁화 '심산'을 만들어냈다.
첫 작품을 심산이라 이름 붙인 것은 성균관대 초대 총장이자 유학자, 독립운동가였던 심산 김창숙 선생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심산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모두 70종에 달하는 '전혀 새로운' 품종을 개발했다.
48종은 국립종자원에 등록했다. 이 가운데 4종, '릴 김(안동Ⅱ)' '릴 김 바이올렛(병화)' '러플드 새틴(종무)' '릴 김 레드(환희)'가 2006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 잇따라 특허 승인 혹은 출원됐다.

경북 안동 예안향교에서 자라고 있던 당시 100년생 재래종 무궁화의 품종을 개량해 처음 미국 특허를 받았는데 그게 '릴 김'이다.
그는 "'미스 김' 라일락 알아? 그건 키가 큰 거고 릴 김은 키가 작아. 누구든 쉽게 알 수 있도록 영어 '리틀(Little)' 줄임말과 한국인의 대표 성 '김(Kim)'을 땄다"고 설명했다.
릴 김은 꽃잎은 작지만 붉은 빛이 진해 더욱 매력적이고, 진딧물에도 강해 화분에 심어 관상하기에 좋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게 아니라 한 번 피면 33시간은 간다.
"단군이래 토종 자원으로 특허를 내 로열티를 받은 것은 내가 최초"라고 말한 그는 무궁화가 그동안은 길가나 담장, 혹은 정원수로 심어져 멀리 떨어져 보는 꽃이었으나 키를 낮추고 꽃을 더욱 화사하게 개량해 화분이나 꽃꽂이 등 곁에 두고 볼 수 있게 만든 게 큰 수확이라고 했다.
"릴 김 바이올렛'도 지난 2월 특허를 받았는데 국내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붉은 빛이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세상에 없던 무궁화를 만들어내는 데는 교수시절 성균관대 식물원 33만㎡ 가운데 9만㎡에 각국에서 수집한 무궁화 250품종을 심어 품종개량 작업을 해온 게 큰 자산이 됐다.
'족보'있는 꽃이라면 강릉시 사천면 방동리 강릉 박씨 종중 재실 앞 무궁화(천연기념물 520호) 등 숱한 품종의 유전자 형질을 확보해 개량을 거듭했다.

"죽는 날까지 무궁화 품종개량에 힘쓰겠다"는 심 명예교수는 "무궁화는 단순히 꽃만 보는 식물이 아니라. 울에 빼곡히 심어놓으면 담장으로 그보다 더 좋을 수 없고 꽃잎으로는 술을 담고 잎은 잘게 썰어 사료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닭에 잎을 모이로 주면 푸른 빛이 감도는 달걀을 낳는데 예로부터 강장제로, 무궁화 꽃잎, 뿌리 등은 이미 본초강목 등에서 각종 약재나 차, 술을 담는 데 쓰여왔다"고 덧붙였다.
yyk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08/14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