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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맛깔나는 캐릭터의 향연 '범죄의 여왕'

송고시간2016-08-12 07:00

고시촌 배경…오지랖 넓은 아줌마 주연 스릴러 영화


고시촌 배경…오지랖 넓은 아줌마 주연 스릴러 영화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아들 혼자 사는 고시원에 한 달 수도요금이 이유 없이 120만 원이 나온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선뜻 요금을 낼 대한민국 아줌마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대부분은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잘잘못을 따지며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영화 '범죄의 여왕'(이요섭 감독)의 평범한 아줌마 '양미경'(박지영)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심상치 않은 수도요금에서 본능적으로 '범죄의 냄새'를 맡고, 아들의 거듭된 타박에도 직접 사건 추적에 나선다.

이 영화는 신문 사회면에나 나올 법한 소재로 한껏 호기심을 자극하며 출발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여배우를, 그것도 '아줌마' 캐릭터를 원톱 주연으로 앞세운 스릴러물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가장 큰 장점은 개성 넘치는 주·조연들의 캐릭터. '장녹수', '꼭지'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배우 박지영이 지방 소도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서울 사는 고시생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아줌마역을 맡았다. 오지랖 넓고 정의감 넘치는 성격으로, 주변 인물들에게 모성애를 자극하며 협조를 끌어내는 인물이다.

고시원 관리소 직원이자 101호에 사는 '개태'(조복래)는 입만 열만 욕을 내뱉는 거친 성격이지만, 여린 감수성을 지닌 캐릭터다. 고아인 그는 "엄마가 돼 주겠다"는 미경의 설득에 넘어가 얼떨결에 사건 추적에 함께 나선다. 박지영과는 모자 같기도, 연인 같기도 한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자 고시 공부만 15년째인 403호 '하준'(허정도), 2차 사법시험을 앞두고 신경이 날카로워져 엄마에게 모진 말만 내뱉는 아들 '익수'(김대현), 온종일 고시원 앞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하는 고시생 '덕구'(백수장), 게임에 몰두하느라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진숙'(이솜)까지.

캐릭터 하나하나가 입체적이며,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된 듯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도 일품이다.

다만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대로 결말이 흘러가면서 다소 맥이 빠지는 측면이 있다.

또 박지영이 장성한 아들을 둔 아줌마 역을 맡기에는 너무 젊고 고운 얼굴로 등장한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일까. 고시생 아들보다 더 젊어 보여 극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조연들의 활약이 더욱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속 배경은 신림동 고시촌. 고시생들의 모습을 어리바리하거나 눈동자가 반쯤 풀려있는 독특한 캐릭터로 묘사한 점이 눈에 띈다. 고시에 떨어지면 돈과 연인이 함께 떨어져 나간다는 '삼자동락설'처럼 고시생들만 아는 전문 용어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편영화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요섭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실제 경험에서 영화 소재를 착안했다. 이 감독은 "6~7년 전 오래된 주상복합 건물에 살 때, 석 달간 집을 비웠는데도 전기요금이 50만원이 나왔다"며 "당시 어머니가 앞장서서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수도요금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8월 25일 개봉.

<새영화> 맛깔나는 캐릭터의 향연 '범죄의 여왕' - 2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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