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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유희 속 날카로운 비판…오은 시집 '유에서 유'

송고시간2016-08-12 07:08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젊은 시인 오은(34)이 세 번째 시집 '유에서 유'(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전작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이후 3년 만에 내는 시집이다.

217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의 시집에는 60여 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실렸다.

이번 신작에서도 그의 특기인 유쾌하고 기발한 언어유희가 빛난다.

"알고 싶은 사람이 있어/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뚱뚱한 애?/시 쓴다는 애?/철학책만 읽는 애?/긴장하면 말 더듬는 애?/(중략)//아무개에 대한 말들이 아무렇게나 흘러나왔다/아무개나 아무 개라도 되는 듯이/개 잡듯 물어뜯고 헐뜯었다." ('아무개 알아?' 중)

이 시는 누군가를 지칭하는 '아무개'란 말을 띄어 써 '아무 개'로 표현하면서 사람들이 모여 다른 사람에 대한 뒷말을 아무렇게나 해대는 모습을 경쾌하게 풍자한다.

'아저씨'란 시에서는 초라해 보이는 중년 남자가 허름한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쓸쓸한 풍경을 그려놓고 마지막에 기발한 감탄사의 조합으로 마무리해 웃음을 자아낸다.

"허름한 식당에 혼자 들어가는 일이/일도 아닐 때/그저 이도 저도 아니게 될 때//수제비를 주문하고/다리를 쩍 벌리고/안경을 코허리까지 내려 쓰고/신문을 읽으며 혀를 끌끌//숟가락으로 국물을 떠/말이 앞서는 사람처럼 입을 벌리면/어김없이 뒤가 보였다//(중략)//깊은 내력 속으로 빨려 들어가/다만 나만 가만/꿀꺽//가방을 두고 나왔다/머리는 쓰지 않았다//아, 저……씨!" ( '아저씨' 중)

이런 언어유희가 그저 단순한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는 것은 그 속에 세상의 부조리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교육제도, 생존경쟁, 기성세대의 진부한 관습을 거침없이 찌른다.

"살다의 반대말은 죽다가 아니야/떨어지다지/내가 살아남았다는 것은/누군가는 떨어졌다는 것이다//오늘부로 너는 우리에서 이탈하게 된다/우리로부터 떨어져 나가게 된다//(중략)//하나만 남았다/나만 남았다//오늘부로 나는 우리라는 말을 쓸 일이 없게 된다" ('서바이벌' 중)

"학교에 있던 학생들이/학원에 고스란히 앉아 있었다/준비물처럼/책상 위에 가만히 있었다/그리고 우리는 사용되었지 우리 학원에서/(중략)//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음악 미술 체육/비결은 있었지만 도덕은 없었다" ('우리 학원' 중)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오은의 말놀이가 가진 혁명적인 힘"을 지적하며 "표면의 서사라 이름 붙인 저 놀이가 세계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놀이라면, 혁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것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언어유희 속 날카로운 비판…오은 시집 '유에서 유' - 2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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