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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살인자' 누명 벗은 80세 베트남 할아버지

송고시간2016-08-11 11:48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베트남 북부 박닌 성의 옌푸 마을에 사는 쩐 번 템(80) 씨가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떼는데 반평생 이상이 걸렸다.

템 씨는 1970년 인근 빈푹 성에 장사를 하러 갔다가 동행한 조카를 살해한 혐의로 현지 공안(경찰)에 붙잡혔다.

한 이발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던 이들에게 강도가 덮쳐 조카는 흉기에 찔려 숨졌고 템 씨는 머리를 다쳤다. 공안은 비명을 들고 달려갔을 때 템 씨가 흉기를 들고 있었다는 마을 주민의 진술에 따라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템 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1973년 법원에서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년 뒤 진범이 잡히면서 풀려날 수 있었다. 문제는 법원이 템 씨에게 무죄 선고 등 아무런 공식 절차 없이 1975년 12월 석방하면서 일어났다.

1975년 4월 베트남전이 끝나며 남북통일 작업이 긴박하게 이뤄지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탓으로 보인다.

템 씨는 집으로 돌아왔지만, 친척과 주민의 적대감에 맞닥뜨렸다. 그는 최근 현지 언론에 당시를 회상하며 "내 조카의 가족들조차 돈 주고 풀려난 것 아니냐고 생각했다"며 "정말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템 씨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관련 자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손자와 변호사, 당시 증인의 도움을 받은 끝에 2014년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최고인민법원(대법원)에 누명을 벗을 수 있는 법적 조치를 수차례 요청했다.

결국, 최고인민법원은 지난 9일 템 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국가로부터 사과와 배상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템 씨가 살인죄 판결을 받은 지 43년 만이다.

템 씨는 "유일한 바람은 당국이 내 이웃들에게 큰 소리로 나에 대한 혐의가 잘못됐다고 선언해 조카를 죽였다는 치욕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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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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