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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동이다"…안성 부부 살인사건 해결한 형사의 '촉'

송고시간2016-08-11 10:46

'긴박했던 5분' 15층 아파트서 두 번 투신한 범인 검거

'안성 부부 피살' 화재 현장의 소방관들
'안성 부부 피살' 화재 현장의 소방관들

(안성=연합뉴스) 경기 안성경찰서는 주택에 침입해 50∼60대 부부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소방관 최모(50)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1일 오전 3시께 안성시 A(64)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A씨와 부인(5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당초 A씨 집 화재 상황을 처음 신고한 이웃으로, 도박빚 때문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씨는 지난 10일 오후 아파트 옥상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투신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화재 당시 A씨의 집에 소방관들이 출동한 모습. 2016.8.11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제공 = 연합뉴스]
kyh@yna.co.kr

(안성=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긴박했던 5분, 왠지 202동일 것 같았다."

경기 안성의 한 단독주택에 침입, 부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난 현직 소방관 검거 과정에서는 형사의 '촉'이 사건 해결의 성패를 가름했다.

10일 오후 4시 40분께 안성경찰서 형사과 김동운 팀장(경위)과 신동원 형사(경장)는 안성의 한 아파트에 도착했다.

1시간 전쯤 이번 사건의 최초 신고자인 소방관 최모(50)씨가 자살하려는 것 같다는 가족의 신고를 받고 최씨의 위치를 추적해 아파트에 다달았다.

신 형사 등이 아파트에 도착했을 당시엔 이미 다른 경찰관들이 최씨 차량 주변을 현장 보존한 상태에서 최씨가 어디 있는지 찾고 있었다.

최씨의 차는 아파트 202동과 203동 사이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

거리상으로 볼 땐 203동이 좀 더 가까웠지만, 신 형사는 왠지 202동에 최씨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 형사는 "구조로 보면, 두 동 모두 복도식이었는데 202동 복도는 최씨의 차가 주차된 주차장 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203동 복도는 그 뒤편 아파트와 마주 보고 있어 왠지 202동에 최씨가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단지 '촉'이 그랬다"고 전했다.

동료 경찰관들이 관리사무소에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러 간 사이, 신 형사와 김 팀장은 급하게 202동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안성 부부 피살' 화재 현장의 소방관들
'안성 부부 피살' 화재 현장의 소방관들

(안성=연합뉴스) 경기 안성경찰서는 주택에 침입해 50∼60대 부부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소방관 최모(50)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최씨는 지난 1일 오전 3시께 안성시 A(64)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A씨와 부인(5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당초 A씨 집 화재 상황을 처음 신고한 이웃으로, 도박빚 때문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최씨는 지난 10일 오후 아파트 옥상에서 제초제를 마시고 투신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화재 당시 A씨의 집에 소방관들이 출동한 모습. 2016.8.11 [경기도 재난안전본부 제공 = 연합뉴스]
kyh@yna.co.kr

꼭대기 층인 15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이들은 복도 난간 밖으로 이미 한쪽 다리를 넘겨 뛰어내리려는 최씨와 맞닥뜨렸다.

둘은 순간적으로 뛰어가 최씨의 손을 붙잡았다.

최씨는 "놔"라고 하면서 손을 비틀어 빼버렸다.

형사의 손을 뿌리치면서 생긴 반동과 머리가 뒤쪽으로 향하는 무게중심 덕에 최씨는 14층 복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번 투신하려한 사람이 두번은 못할까.

형사들은 최씨가 당장에라도 다시 뛰어내릴 거로 생각해 번개처럼 14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14층에 도착했을 때 이미 최씨는 난간 바깥쪽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형사들은 다시 최씨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도 최씨는 손을 비틀어 뺐다.

바로 전과 똑같이 최씨는 13층 복도에 떨어졌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아래층에 뛰어 내려간 신 형사는 또 난간으로 넘어가려는 최씨의 가슴을 끌어안아 복도 안쪽으로 함께 넘어졌다.

최씨가 두 차례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과정은 단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신 형사와 김 팀장이 203동으로 올라갔다가 5분만 늦었다면, 최씨는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경기 안성경찰서 로고
경기 안성경찰서 로고

[경기 안성경찰서 제공]

부부 살인 사건의 내막을 영영 밝혀내지 못할 뻔 했다.

오후 4시 50분 형사들과 13층에서 아래로 내려오던 중 최씨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도박 빚 때문에 일을 벌였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형사들은 최씨가 제초제를 소량 마셨다는 점을 감안해 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신 형사는 "최씨는 부모님 선산에서 제초제를 반병 가량 마신 뒤에도 몸에 이상이 바로 나타나지 않자 인근 아파트를 임의로 골라 투신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씨 가족으로부터 자살의심 신고를 접하고 신속히 위치를 찾아냈기 때문에 검거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1일 오전 3시께 안성시 A(64)씨의 집에 침입, A씨와 부인(57)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범행에 이용한 흉기와 둔기는 A씨 집에서 직선거리로 200m가량 떨어진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흉기 등에서는 혈흔반응이 나왔으며,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또 최씨가 범행 당시 입고 있었다가 인근 야산에 묻은 옷도 수거했다.

최씨는 당초 A씨 집 화재 상황을 처음 신고한 이웃으로, 도박 빚 때문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사건 경위를 더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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