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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의 역습'…오남용으로 이젠 인류 생존위협

송고시간2016-08-11 09:00

영국 정부 "항생제 내성으로 암보다 더 많은 사망자 발생할 수도"

적정사용-감염관리, 항생제 내성 대응 '투트랙' 전략 필요

'항생제의 역습'…오남용으로 이젠 인류 생존위협 - 1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11일 정부가 내놓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은 항생제가 점차 무용지물인 시대로 접어들고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은 더욱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국경을 넘나드는 현대 감염병의 특성을 빼닮은 항생제 내성균을 관리·통제하지 못하면 '보건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도 이번 정책 추진을 뒷받침했다.

◇ 항생제의 역습…"내성으로 2050년엔 1천만명 사망할수도"

1928년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우연한 기회에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은 현대 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사건으로 꼽힌다.

전적으로 환자의 면역력에 의존해야 했던 감염 질환 치료율이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 사용으로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생제 오남용으로 세균 중 일부에서 유전자 변이가 발생, 항생제 효과가 사라지는 항생제 내성이 생겨났고 이는 의학계에 또 다른 숙제를 던져줬다.

인간과 식물·동물·수산물이 함께 연결된 생태계 경로 속에 항생제 내성은 더욱 강력해졌고 이제는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이른바 '슈퍼박테리아'가 대거 출현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항생제 내성은 인류를 다시 항생제 개발 이전의 시대로 회귀시키고 있다"며 "항생제 내성균이 만연하게 되면 작은 상처만 생겨도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고 수술, 항암치료 등 오늘날 흔하게 이뤄지는 각종 의료 행위도 감염을 두려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지난 5월 2년간의 항생제 내성 대응 프로젝트를 마치며 발간한 짐 오닐(Jim O'Neill) 보고서는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천만명이 사망할 것이며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820만 명을 넘어선다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2050년까지 항생제 내성 확산에 따른 세계 각국의 대응비용은 연간 63조 파운드(약 11경 원)로 치솟게 되고 항생제 내성 대응 실패는 세계 경제를 2∼3.5% 후퇴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 만연한 항생제 오남용…유소아 급성중이염 항생제 처방률 84%에 달해

항생제 내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이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선진국은 원헬스(one-health) 개념 아래 인체는 물론 농·축·수산물, 환경까지 포괄하는 항생제 관리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은 항생제 처방률 데이터도 없으며 심지어 처방전 없이 항생제 구매가 가능한 나라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 실태와 항생제 내성률은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항생제 사용량은 2013년 기준 31.7 DDD(국민 1천 명 중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 숫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개국 평균보다 35% 높다.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의 경우 대부분 바이러스가 원인이라서 항생제 사용이 권장되지 않지만, 국내의 항생제 처방률은 최근 4년간 44~45%에 달한다.

어린 아이들이 많이 걸리는 급성중이염에 항생제를 투약하는 일은 더욱 빈번하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 의료기관 7천610곳이 유·소아 급성중이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한 비율은 84.2%에 이른다.

사람의 장내에 서식하는 장알균의 항생제 반코마이신에 대한 내성률(항생제 투여시 살아남는 세균의 백분율)의 경우 한국은 36.5%로 영국(21.3%), 독일(9.1%), 프랑스(0.5%)보다 매우 높다.

◇ "전 세계가 동시 관리해야 항생제 내성균 막을 수 있어"

국제사회는 항생제 내성균의 유행이 신종감염병과 유사한 파급력을 지니는 것으로 판단하고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균을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글로벌 대응체계를 발표했으며 올해 유엔총회는 주요 의제 중 하나로 항생제 내성을 선정했다.

그동안 71차례나 열린 유엔총회에서 보건분야가 주요 의제로 설정된 것이 에이즈, 만성질환 등 2번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전 세계가 항생제 내성을 얼마나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항생제 내성 관리 5개년 행동 계획을 수립하고 항생제의 적정사용과 감염관리라는 두 축을 기반으로 항생제 내성균을 관리할 예정이다.

김홍빈 대한감염학회 정책기획이사(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내성균의 확산을 막으려면 항생제를 적절히 사용하고, 필요 없는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다른 한 축은 항생제 내성균이 다른 환자나 다른 장소로 전파되지 않게 하는 감염관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 관리의 두 가지 축은 병원의 개별 노력만으로는 실행이 어렵다"며 "국가가 나서 관리대책을 발표하고 관련 부처와 모든 의료진이 함께 협조해 노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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