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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흑인' 탄자니아 백색증 환자 "우리도 똑같은 사람"

송고시간2016-08-07 10:00

잘못된 인식에 차별·범죄 대상…정부 지원 열악국제구호단체 노력에 개선 추세·지난해 탄자니아 알비노 차관 지명

(다르에스살람=연합뉴스) 김수진 특파원 = 탄자니아에는 '하얀 흑인'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알비노, 즉 백색증을 앓는 환자들이다. 백색증은 멜라닌 합성 결핍으로 눈이나 피부, 털 등에 색소가 부족한 선천성 유전 질환이다. 인종에 상관없이 통상 2만명당 1명꼴로 백색증 환자가 나타나는데 탄자니아에서는 이 비율이 1천400명당 1명으로 매우 높다. 다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도 이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들은 햇빛에 취약하기 때문에 실외에서 긴 옷과 모자, 자외선 차단제 등이 필수다. 또 시력이 극도로 나쁜 경우가 많아 단체 생활에서 맨 앞줄을 차지하는 등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탄자니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각국에서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한 살인, 신체 절단 등의 공격과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

탄자니아의 알비노 가족과 알비노 지원 국제구호단체 관계자 등을 만나 이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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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김새가 조금 다를 뿐 평범한 이웃

지난 5일(현지시간) 방문한 키지토은야마 지역의 한 유치원에서는 수업이 끝나 아이들이 한창 조잘대고 있었다.

가방을 정리하는 20여명의 아이들 사이에서 새하얀 피부의 타데우스 자페티(4)가 한눈에 들어왔다. 곱슬 거리는 그의 머리카락은 아주 밝은 금발이었다.

자페티는 자신을 데리러 온 엄마 아그넬라 엘리아스(36)를 발견하고는 신이 나게 달려왔다. 탄자니아 토박이인 엘리아스의 피부도 흑인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하얬다.

엘리아스와 남편, 열 살, 네 살짜리 두 아들 등 네 식구는 모두 알비노다. 엘리아스는 고등학교 졸업 뒤 재봉 기술을 익히려고 들어간 직업학교에서 자페티 펠릭스 마사웨(38)를 만나 2004년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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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아스는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다. 다만, 알비노로 사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이 만큼은 보통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바랐는데 두 아이 모두 알비노로 태어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탄자니아에서는 알비노에 대해 올바른 인식이 부족해 이웃이나 친구로부터 놀림거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엘리아스 가족은 유쾌한 성격 덕에 주변 사람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가족이 동네를 돌아다니는 동안 여러 이웃을 만났는데 모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자페티도 유치원에서 알아주는 개구쟁이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좋다. 기숙 초등학교에 다니는 첫째 카미루스 자페티(10)는 학생 대표로 연설할 정도로 똑똑하다.

마사웨가 지난해 교통사고로 팔을 다쳐 재봉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엘리아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 교육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피부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서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 같은 알비노를 도울 수 있는 힘 있는 인물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알비노 신체가 부 가져다줘'…살인에 무덤 파헤쳐지기도

엘리아스 가족은 운이 좋은 편이다. 안타깝게도 탄자니아와 다른 아프리카 국가의 많은 알비노에게 평범한 삶은 쉽지 않다. '알비노 신체 일부를 갖고 있으면 부자가 될 수 있다' '알비노 신체를 먹거나 알비노와 성관계를 하면 질병이 낫는다'는 등 잘못된 속설 때문에 알비노 신체 절단이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 살인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시골로 갈수록 팔다리가 잘려나간 채 살아가는 알비노가 많다. 알비노를 유령이나 저주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알비노를 낳은 여성과 아이를 내다 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알비노 지원 국제구호단체 'Under The Same Sun(UTSS)'에 따르면 1990년부터 최근까지 25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440건 이상의 알비노 대상 잔혹 행위가 적발됐다. 집계되지 않는 사건이 더 많아 실제로는 수치가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게 UTSS의 설명이다. 지난 6월에만 해도 탄자니아에서 6살 알비노 소년의 무덤이 파헤쳐진 뒤 시신이 사라졌고, 지난달에는 말라위에서 50대 알비노 여성이 괴한에 의해 오른손이 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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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비노 대한 정부와 대중의 인식 부족, 열악한 지원도 문제다.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임에도 비싼 가격 때문에 사지 못 하는 알비노가 많다.

자신도 알비노인 퍼피투아 센코로 UTSS 인권옹호담당관은 "자외선 차단제를 수입하는데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분류돼 세금이 많이 붙는다"면서 "이 같은 현실 때문에 탄자니아에서 어린 나이에 피부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알비노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일부 학교에서는 알비노 학생을 일반 학생과 똑같이 취급해 시력이 매우 낮은데도 앞줄에 앉도록 배려하지 않거나, 벌을 줄 때 햇빛 아래 몇 시간 동안 서 있도록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 같은 상황은 탄자니아뿐 아니라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 국내외 NGO, 자외선 차단제 등 물품 지원 및 인식 제고 노력

탄자니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에서 알비노에 대한 지원활동은 국제구호단체가 대부분을 떠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탄자니아에 기반을 둔 UTSS다. 캐나다 출신 알비노인 피터 애쉬가 설립한 UTSS는 아프리카 내 알비노의 인권과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활동한다.

특히, 알비노의 교육 지원과 정부·일반 대중의 인식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UTSS 지원으로 버려진 알비노 어린이 수백 명이 사립 기숙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정부 기관, 학교, 기업, 종교단체, 지역사회 등을 대상으로 알비노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포럼도 개최한다.

UTSS의 지원으로 대학까지 마치고 UTSS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쇼마 리처드(28)는 "시각장애인이 아닌데도 점자까지 익혀가며 열심히 공부했다"면서 "알비노로서 어떤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절대 포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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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NGO도 알비노 지원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월드쉐어 탄자니아 지부는 탄자니아 알비노 협회와 함께 전국 곳곳에 있는 알비노 숫자를 파악하는 한편, 이들에게 정기적으로 자외선 차단제, 아동용 선글라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신체가 훼손된 알비노에게 의수족을 제작해 주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오는 10월부터는 알비노 아동을 후원하는 결연 프로그램도 시작한다.

김나라 월드쉐어 탄자니아 지부장은 "알비노 어린이들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보통 아이들과 어울려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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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노력 덕에 알비노의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탄자니아 정부는 지난해부터 6월 13일 국제 백색증의 날에 맞춰 UTSS, 월드쉐어 등 NGO 단체와 알비노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변호사이자 탄자니아 알비노 중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은 앱댈라 포시(37)가 총리실의 정책 조정·고용·장애인 담당 차관에 지명되기도 했다.

센코로 UTSS 인권옹호담당관은 "천천히 변화가 나타고 있다"며 "포시와 같은 인물이 알비노의 여러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ogo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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