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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차로 과태료 폭탄 900만원' 스리랑카 노동자의 한숨

송고시간2016-08-07 08:12

고속道 전용차로 법규 착각해 80차례 위반…주위 도움으로 완납

'외국면허→한국면허' 간소화 제도에 법규교육은 고작 '1시간'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외국인이 자국 운전면허를 우리나라 면허로 교환할 수 있는 간소화 제도가 편리하지만 외국인들이 한국의 교통법규에 관해 받는 교육시간이 너무 부족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2만명에 가까운 외국인이 이 제도를 활용해 필기·실기 시험 없이 한국 면허를 딴다. 하지만 교육은 고작 1시간이라 우리나라 고유의 교통법규를 이해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7일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에 따르면 이 나라 출신 A(32)씨는 최근 버스전용차로 위반 과태료로 총 900만원을 내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A씨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1년간 버스전용차로를 '당당히'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규를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6년 전 한국에 들어와 밤에는 일하고 낮에는 한국어를 공부하는 '야경주독'(夜耕晝讀)을 하던 A씨였다.

A씨는 충남 아산 회사와 서울 서대문구 학교를 오갈 때 스리랑카 동료의 7인승 승합차를 빌려 새벽과 오후 시간 때때로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렸다.

A씨는 주위 사람을 통해 7인승 승합차는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이는 잘못된 정보였다. 법규에 따르면 9인승 이상 승합차에 6명 이상 탑승했을 때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장에서 적발됐다면 위반 사실을 일찍 알아 과태료 폭탄을 피할 수 있었을 테지만 위반은 사후 CC(폐쇄회로)TV로 적발됐다.

차량이 자신의 명의가 아닌 점도 화를 키웠다. 과태료 통지서를 직접 받을 수가 없었던 터라 80차례에 이르는 위반 사실을 전혀 몰랐다. A씨가 과태료 폭탄을 알게 된 건 최근 한 번에 45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가 실제 차주에게 부과됐을 때다.

A씨는 스리랑카 운전면허증을 한국면허증으로 교환할 때 버스전용차로 관련 교통법규를 교육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지만, 참작 사유가 되지 못했다.

월 160만원을 버는 A씨에게 900만원의 과태료는 큰 부담이었다.

결국, A씨는 사정을 아는 스리랑카 출신 스님이 과태료 일부를 지원해줘 겨우 완납할 수 있었다.

'버스차로 과태료 폭탄 900만원' 스리랑카 노동자의 한숨 - 2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스리랑카를 포함한 131개국 국적자는 필기·실기시험 없이 자국 운전면허를 한국면허로 교환할 수 있다. 외국 면허증과 여권, 대사관 서류, 사진 등을 준비하면 손쉽게 면허증을 발급받는다. 2014년에는 1만7천10명, 지난해에는 1만6천184명이 교환했다.

문제는 이들이 내국인도 헷갈릴 수 있는 교통법규에 대해서는 알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교통법규 관련 자료도 한국어로만 돼 있어 외국인이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은 관계자는 "1시간 교육이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외국인도 이미 면허를 딴 사람이고 한국인도 면허를 발급받을 때 1시간 교육만 받는다"고 말했다.

A씨의 과태료 납부를 도운 스리랑카 스님은 "법을 몰라 위반해도 처벌받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외국인에게 운전면허 교환해줄 때 한국의 교통법규를 충실히 안내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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