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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기억교실' 이전준비 시작…"더 멋진교실 만들어주겠다"

송고시간2016-08-06 17:34

4·16연대 "슬픔·고통·원망없이 뛰어놀 수 있는 교실 만들겠다"

3대 종단의 참회기도 후 2∼3층 교실 안팎 연막소독

(안산=연합뉴스) 이우성 기자 = "쫓겨나는 겁니다. 부모는 쫓겨나더라도 아이들은 이런 수모 당하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옮겨가면 아이들이 어떤 슬픔, 고통, 원망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교실을 만들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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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존치교실)'을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이전하는 준비작업이 6일 오후 시작됐다.

기억교실을 옮기기 위한 첫 절차가 진행된 단원고 1층 로비에서 유경근 4·16연대 집행위원장은 "당부의 말을 해달라는 요청에 며칠을 고민했는데 '원망'뿐이었다"며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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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에도 단원고를 찾은 유가족과 4·16 기억저장소, 자원봉사자, 시민들은 유 위원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고개를 끄덕였다.

손으로 겨우 입을 막고 조용히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유 위원장은 "10개 교실, 1개 교무실은 2년 동안 재학생에 대한 유가족의 해코지였고, 욕심이었다.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호소하고 무릎도 꿇어봤지만 못난 엄마, 아빠들 욕심이었고 대다수 사람에게 애물단지였다"고 자책했다.

그는 "두 분 선생님, 네 명 학생들(단원고 미수습자 6명)이 돌아올 때까지는 (기억교실을) 지켜주자 그렇게 할 줄 알았는데 그것조차 우리 욕심으로 비쳤다는 게 원망스럽다"며 울컥했다.

그러나 "옮겨 가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어떤 슬픔, 고통, 원망 없이 뛰어놀 수 있는 교실을 만들려고 한다"며 "여기보다 더 멋진 교실을 아이들에게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옮겨 가려는 곳(안산교육청 별관)은 짧게 2년, 길게는 3년 있게 된다며 이제부터 2주에 걸쳐 교실을 옮기는 준비를 시작하겠다고 밝힐 때는 목이 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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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이전 준비절차 시작에 앞서 참석자들은 묵상하며 2년 전 참사의 그날을 기억했다.

묵상이 끝나자 천주교, 기독교, 불교 등 3대 종단 주관의 참회 기도가 이어졌다.

손창현(이냐시오·천주교 수원교구 안산대지구 사무국장) 신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이 노력했지만 진실이 밝혀진 것은 없다"며 "많은 사람이 우리를 잊고 있지만 떠나 보낸 아이들을 기억하면서 감쳐진 진실을 드러내자"며 신의 은총을 기도했다.

김은호(안산 희망교회) 목사는 "기억교실 정리 절차를 진행하려 해 참으로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진실이 밝혀질 그날을 기다리며 투쟁의 길을 걷도록 지켜달라"고 기도했다.

도선(안산 부곡종합사회복지관장) 스님은 "별이 된 아이들의 꿈과 추억이 깃든 교실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교실을 이전하려 한다"며 "별이 된 아이들이 어느 곳에서나 빛나도록 빛을 보태겠다"며 반야심경을 봉독했다.

참회의 기도가 끝나자 교실을 옮기기 위한 첫 절차로 2∼3층 교실과 교무실 입구 복도에 출입통제선이 설치됐다.

이어 소독 전문업체가 교실의 책상과 의자, 추모메모, 비품 등 기억물품의 교실 밖 반출에 앞서 교실 안팎을 연막 소독했다.

소독은 2∼3층 교실 10개, 교무실 1개, 복도 2개 등 13개 공간 전체에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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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 작업 후 참석자들은 13개 공간을 찍은 사진 액자를 앞세워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합동분향소로 자리를 옮기고, 기억교실 사진을 분향소에 전시했다.

기억교실은 16일 개학 후 첫 주말인 20∼21일 이틀에 걸쳐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이전 전날인 19일에는 단원고 운동장에서 유가족, 재학생, 학부모, 시민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기억과 약속의 밤' 추모행사가 진행된다.

안산교육청 별관으로 이전되는 기억교실은 4·16 안전교육시설이 건립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보존·전시된다.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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