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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일주일' 트럼프 헛발질 행진…美대선 중대 기로에

송고시간2016-08-06 16:07

러 해킹요청부터 軍전사자 유족 비판, 유세장 아기 퇴출까지 잇단 헛발질

지지율 격차 벌어지자 공화당, '포스트 트럼프' 논의…힐러리 캠프에 호재되나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최근 열흘 동안 한시도 쉬지 않고 망언과 막말을 쏟아내 거센 역풍을 맞으면서 미국 대선 판세가 뒤집힐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섰다.

그는 무슬림계 미군 전사자 유족을 비하하고 러시아에 이메일 해킹을 요청하는가 하면 자신의 유세장에서 우는 젖먹이를 내쫓았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국가안보관에 대한 우려도 재차 불거지면서 공화당 내에서는 그의 중도 낙마에 대비해야 한다는 움직임마저 감지됐다.

이런 강력한 '헛발질'이 이어지면서 미국 대선판이 어디로 향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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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잘 날 없는 트럼프…軍전사자 유족부터 아기까지 가리지 않고 망언

트럼프의 이번 망언 행진은 지난달 27일 러시아에 해킹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힐러리의) 없어진 이메일 3만 통을 찾아낼 수 있다"며 "미국 언론사들이 거액을 주고 사려고 들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겨냥한 발언이었지만, 냉전 시대 적국이었던 러시아에 스파이 행위를 독려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역풍을 불렀다. 민주당 측은 이 같은 발언을 두고 "반역 행위에 가깝다"고 비난했다.

가장 기념비적인 실언은 지난달 30일 민주당 전당대회 연사로 나선 이라크전 참전군인 유족 키즈르 칸 부부를 조롱한 일이다.

트럼프는 당시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어머니(가잘라 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슬람교의 전통에 따라 여성이 발언권이 없었다는 의미로 비꼬았다.

이는 이슬람교도 비하의 뜻이 담겼을 뿐 아니라 베트남전 병역회피 의혹을 사고 있는 트럼프의 입에서 참전용사의 유족을 조롱한 것인 터라 공화당 안팎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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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어 2일 자신의 지지자로부터 상이용사에게 수여되는 국가부공훈장인 '퍼플하트'를 선물 받고서는 "나는 항상 퍼플하트를 얻기를 원했다. 이렇게 얻기가 훨씬 쉽다"고 말해 다시 구설에 올랐다.

1일에는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성 추문 때문에 사임한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을 두둔하면서 만약 자신의 딸이 성희롱을 당한다면 회사를 그만두도록 하겠다고 밝혀 그간 성차별주의자로 비판받았던 데에 기름을 끼얹었다.

트럼프는 딸 이방카가 직장 내 성희롱 문제에 처한다면 어떻게 조언할 것인지에 대한 답변으로 "이방카가 다른 직종이나 다른 직장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급기야는 유세장에서 우는 아이를 내쫓기도 했다.

2일 버지니아주(州) 애슈번 유세장에서 연설 도중 젖먹이가 울자 "아기 데리고 여기서 나가도 된다"며 "내가 연설할 때 아기가 우는 걸 좋아한다는 말을 아기 엄마가 믿은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 공화당과 잇단 불협화음도…힐러리에 도움 될지는 '글쎄'

하루가 멀다고 트럼프의 망언이 이어지면서 클린턴과의 지지율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의 지지율은 47%, 트럼프는 38%로 집계됐다.

전당대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클린턴 지지율이 46%, 트럼프는 41%로 5% 포인트 차이에 그쳤던 것을 고려할 때 격차가 한층 벌어진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맥클라치-마리스트'가 이달 초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과 트럼프 지지율 격차가 15% 포인트까지 벌어져 지난달 3% 포인트 격차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는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 지역까지 트럼프 대신 힐러리의 지지율이 높게 나오고 있다.

애틀랜타 저널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지아주에서 클린턴 지지율은 44%, 트럼프는 40%로 집계됐다.

이 지역은 1996년 이후로 공화당 후보가 독식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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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내에서는 트럼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의 핵심 인물인 라이언 의장과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이 줄줄이 트럼프의 사망군인 유가족 비하 발언을 비판했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가 전당대회 이후 이상한 행보를 보여왔다"면서 "트럼프에 대한 나의 과거 지지 선언이 그에게 '백지수표'(blank check)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직접 경고하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트럼프 중도 낙마에 대비해 '플랜 B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마저 나왔다.

그는 이에 발끈해 라이언 의장을 지역 경선에서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자신의 실언으로 공화당 안팎에서 점점 수세에 몰리자 사흘 만인 5일 기세를 꺾고 라이언 의장을 공식 지지했다.

트럼프가 경선 기간에 미국의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지를 외교 전문가에게 3차례나 질문했다는 사실이 지난 3일 새삼 드러나면서 전 세계 안보와 관련된 미국 대통령의 '핵가방'을 과연 맡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재차 불거졌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트럼프가 진지하게 대선에 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칼럼니스트 페기 누넌은 WSJ 기고문을 통해 "트럼프가 대통령 출마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분명해졌다"며 "(트럼프가 망언을 일삼았던) 이번 주에 '힐러리는 덜 비정상'이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판을 뒤엎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헛발질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이것이 클린턴 진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클린턴 역시 이메일 스캔들이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고 비호감 이미지를 극복해야 할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트럼프의 막말 행진으로 미국 대선판 구도가 점점 뚜렷해지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혼탁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클린턴이 적어도 '상대적으로는 낫다'는 평가 정도는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공화당 경선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관계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 두 후보는 흠결이 너무 많아서 남은 90일 동안 말을 덜 한 사람이 이기게 될 것"이라며 "내가 트럼프 캠프 사람이라면 트럼프를 스코틀랜드 골프장에 얼마간 보내둘 것"이라고 말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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