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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 "이대 사태 계기로 대학재정지원사업 재점검 해봐야"

송고시간2016-08-07 08:00

"이대 사태 '돈으로 대학 길들이기'에 집단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황희경 기자 =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을 둘러싼 이화여대생 집단 반발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대학 재정지원사업 전반의 문제점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 대학의 순혈주의나 총장의 리더십 부재 등에서 기인한 것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재정지원을 미끼로 대학을 통제해 온 교육부에 대한 불만도 크게 작용한 상징적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계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 사업에서 드러난 졸속 추진 등의 문제점은 다른 재정지원 사업들도 고스란히 내포한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시스템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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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재정지원 연간 1조5천억…준비기간은 2∼3개월

7일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교육부가 시행 중인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모두 9개로 연간 1조5천억원(2016년 기준) 규모다.

과거 두뇌한국21 사업으로 불렸던 BK21 플러스 사업(2천725억원)을 비롯해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 594억원), 대학 특성화 사업(CK·2천467억원),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SCK·2천972억원),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2천240억원),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459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또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2천12억원),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600억원), 이공계 여성인재 양성사업(WE-UP·50억원),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300억원) 등은 올해 신설됐다.

문제는 이런 사업 계획이 공고되고 대학들이 신청해 지원금을 타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 빠듯해 졸속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프라임 사업은 작년 12월29일 공고 후 3월 말까지 사업 계획서를 접수해 5월 초 선정 대학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12월24일 공고한 코어 사업은 2월에 사업 계획서를 접수하고 3월17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평생교육단과대 사업도 작년 12월29일 공고 후 당초 3월까지 참여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프라임 등 다른 사업들과 겹친 탓에 선정 대학 수가 목표에 미달하자 5월에 추가 선정 공고를 내 7월15일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사업 공고가 난 뒤 2∼3개월 만에 사업 계획서를 내야 해, 대학들은 교수, 학생 등 구성원들과 사업 참여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애초부터 이뤄질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올 초 대학가 화두였던 프라임 사업은 인문계 정원을 줄여 이공계를 늘리는 것이 핵심인데, 학교마다 학생들의 진로와 직결되는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 문제를 별다른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추진해 상당한 잡음이 일었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수시 원서접수를 불과 4개월 앞두고 학과를 개편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이대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의 불통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최 총장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립대 교수는 "이미 다른 대학, 다른 사업들도 대부분 그런 방식으로 소통 없이 추진됐다"며 "특히 이대의 경우 2차 추가 모집 때 사업을 신청했는데, 정부가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확대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줘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부 재정지원은 돈으로 대학 길들이기"

대학가에선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돈으로 대학을 통제하려는 정부의 재정지원 방식을 전면 되짚어봐야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6월 대학교수 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이 교육과 연구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70.4%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교수들은 특히 가장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으로 프라임 사업을 꼽았다. 대학을 기능화해 기초 학문을 고사시킨다는 이유에서였다.

인문계 정원을 줄이는 프라임 사업과 인문계 역량을 키우는 코어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에 대해서는 '병주고 약주는 모순된 사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성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설문조사 결과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이 돈을 미끼로 대학을 길들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다"며 "실제 정부가 목적을 정해 대학에 돈을 나눠주는 방식은 다른 나라에선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등교육 재정 전문가인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정부가 특수한 목적을 정해 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대학 재정지원 방식이 개편된 것은 이명박(MB) 정부 이후부터"라고 말했다.

반 교수는 "재정지원 사업들이 모두 국가 시책과 연관돼 있다 보니 평가지표 역시 취업률 등 정책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 평가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사립대학교수연합회 이사장인 박순준 동의대 교수는 "이대 사태를 학생들의 순혈주의로 바라보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재정으로 대학을 억제해 온 교육부 정책에 대한 불만이 쌓여 터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정원 외로 운영한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정원 외 인원은 정부 통제도 받지 않고 교원 확보율 기준 등에도 벗어나 있어 교육 질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며 "그런 면에서 '학위 장사'라는 학생들 주장에 일리가 있다. 애초에 정부가 사업 설계를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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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 옳지만 미흡"

교육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달 초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시안을 발표했지만 역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시안은 성격이 비슷한 사업들을 통합하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업 목표를 정해 신청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이후 신설되거나 개편되는 사업들은 대학이 자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사업 계획서를 내면 이를 심사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금까지는 정해진 곳에만 돈을 써야 했지만, 앞으로는 대학이 전체 지원금을 알아서 편성해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 자율성이 강화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이 교육이나 연구 등의 사업을 자신들이 결정해 신청하게 되는 만큼 이번 이대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학구조개혁과 연계되는 등 대학 통제 목적이 여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대의 경우 총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꾼 대학에 가산점을 주는 식의 평가지표가 단적인 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임희성 연구원은 "중복 사업을 통합하고 예산 편성의 자율권을 주는 개편 방향 자체는 옳다"면서도 "대학에 일정 정도의 기본 지원을 하고 여기에 인센티브를 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의 경우 순수하게 평생교육 질을 높이려는 것보다 학생 수가 줄고 등록금 수입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들을 달래기 위해 고안된 측면이 있다"며 "이번 재정지원사업 개편 방향에는 이러한 문제들이 검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순준 교수는 "지원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학내에서 감시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원 방식만 바꾸면 또 다른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다"며 "대학 내 협치 구조를 같이 만들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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