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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논란 점화…'언제·뭘·얼마만큼' 올려야 하나

송고시간2016-08-07 07:01

조세부담률 OECD 최하위권…세부담 확대 여지 있어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이미 높아…소득세·부가세는 국민적 합의 필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전경. 테헤란로[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전경. 테헤란로[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김동호 김수현 기자 =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이른바 증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세율 체계를 건드리지 않는 '미시조정'을 택하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부자증세(增稅)' 카드를 꺼내 들며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부자증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며 더민주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증세 여부가 경제정책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 세법개정이 대선의 해인 내년부터 본격 적용된다는 점에서 여야 간 한치 양보없는 다툼이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이다. 향후 복지지출 증가 추세와 성장동력 확충 필요성 등을 감안하면 증세가 필요하다는데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일부 공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어떤 세목을, 언제, 얼마 만큼 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 측에서는 한시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 조세부담률 OECD 최하위…참여정부↑·MB정부↓·박근혜 정부 제자리

조세부담률이란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조세(국세+지방세)의 비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 때다.

참여정부 직전인 2002년 17.8%였던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 18.2%로 상승한 뒤 2004년 17.4%, 2005년 17.8%, 2006년 18.6%에 이어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19.6%까지 올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복지지출 확대를 강조했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 도입, 재산세 과세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전반적으로 조세부담률이 상승했다.

그러나 감세 정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 들어 흐름은 바뀌기 시작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3%포인트(p) 인하 등이 단행됐다.

각 정권의 첫해와 마지막 해의 조세부담률 변화를 비교하면 참여정부는 +1.4%p(2003년 18.2%→2007년 19.6%), MB정부는 -0.6%P(2008년 19.3%→2012년 18.7%), 현재진행형인 박근혜 정부는 +0.1%p(2013년 17.9%→2016년 예산안 기준 18%)다.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17.9%)은 슬로바키아(17.1%)를 제외하면 가장 낮다. OECD 평균(25.1%)에 비해 7.2%p 낮은 수준이다.

OECD가 금과옥조와 같은 '기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세부담이 낮은 만큼 어느 정도는 증세를 할 여력이나 필요성은 있는 셈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성장잠재력 확충, 복지지출 확대 등을 위한 재원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어 갈수록 증세 논의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 "법인세 부담 크다" VS "세율 인하 후 투자확대효과 없어"

다만 어느 세목을 건드릴지가 문제다.

한국은 법인세수가 국내총생산(GDP)이나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은 2014년 GDP 대비 법인소득세 비율이 3.2%로 34개 회원국 중 여덟번 째로 높다. 총세수 대비(12.8%)로 보면 노르웨이(18.2%)와 뉴질랜드(13.7%)에 이은 3위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율 인상에 반대하는 논거가 되고 있다.

반면 법인세 인하 이후 기대와 달리 투자가 늘지 않은 만큼 다시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법인세율이 소득세율보다 크게 낮으면 고소득층의 경우 저축을 법인 내부에 유보해 세부담을 회피할 유인이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09년 이전 우리나라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25%, 소득세 최고세율은 35%로 차이는 10%p였다. OECD 회원국 평균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MB정부 당시인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로 3%p 낮췄고 다시 2013년 소득세 최고세율이 38%로 3%p 인상되면서 차이는 16%p로 벌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법인용 차량을 법인 대표의 가족들이 쓰는 등 세제에 일부 허점이 있었지만 꾸준히 관련 세제를 정비하고 있다"면서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차이가 크면 문제가 없지는 않겠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조세회피나 탈세를 할) 유인이 작아졌다"고 말했다.

◇ 소득세·부가세 비중 낮아 개편 필요성 제기

법인세와 함께 3대 세목으로 꼽히는 소득세와 부가세가 GDP나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자영업자 등이 내는 종합소득세와 근로소득세를 더한 개인소득세는 GDP 대비 4.0%로 OECD 회원국 중 26위, 총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16.3%)은 22위에 그쳤다.

소비세(부가가치세, 개별·특별소비세·관세 등)는 GDP 대비 6.9%로 26위, 총세수 대비 28.1%로 16위 수준이다.

특히 부가세만 따로 떼놓고 보면 GDP(4.2%·26위)나 총세수(17.2%·22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모두 하위권이다.

때문에 법인세보다는 소득세나 부가세를 조정해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기획재정부 용역으로 작성한 '국제비교를 통한 우리나라 세목별 세 부담 수준의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소득세의 경우 고소득자의 공제 혜택을 조정하고, 최고세율 적용 기준을 낮추는 등 세율과 과표체계를 함께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가세는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세율 10%가 그대로 유지되면서 2014년 기준 OECD(19.2%)나 유럽연합(EU·21.7%)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쳐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소득세나 부가세를 건드릴 경우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거센 조세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소득세율 조정으로 중산층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 2015년 '연말정산 대란' 때와 같은 반발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가세의 경우에는 저소득자일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역진성을 띠고 있어 지난해 초 담뱃세 인상 때와 같은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다.

◇ '어떤 세목 건드려야 하나'…전문가 진단도 제각각

전문가들은 대체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어떤 세목을 조정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제각각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원장은 "법인세나 부가세를 건드리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법인소득의 최종 귀착점이 개인이라는 점에서 법인세 인상은 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부가세는 간접세인 데다 20여년 가까이 지속한 10% 세율을 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홍 경영대학원장은 "(증세가 필요하다면) 소득세 부분에서 최고세율을 손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율을 인하해도 기업의 투자가 늘지 않았으니 다시 법인세율을 인상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세율 인상과 인하는 다르게 봐야 할 문제"라며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은 상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근로자의 임금을 깎으려 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소득세율에 대해서는 "유럽국가들처럼 '내가 돈을 벌 때 세금을 내고 내가 어려울 때 혜택을 받는' 개념이 되려면 최고소득층 대상이 아닌 전반적인 소득세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자산을 가진 계층이 주로 은퇴한 고령층인데, 이들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며 "자산 과세를 강화해 세대 간 부의 이전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 교수는 다만 "자산과세를 배제하고 법인세와 소득세 중에서 본다면 이명박 정부 때 내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정상화하는 게 낫다"며 "여러 감면제도 때문에 법인세 실질 부담은 외국보다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가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 선임연구위원은 "부자는 소비를 많이 하니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반대라는 점에서 부가세는 역진적이지 않다"며 "조세 반발이 심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새로운 복지 제도를 도입했을 때 감시가 강화돼 과도한 복지지출을 막는 순기능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증세 논의와 별도로 국민의 동의 없이 불필요한 증세 논쟁만 벌이는 정치권을 향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국가부채가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세금을 더 걷지 않겠다는 여당도, 세금 낭비 방지·공평과세라는 요건 충족 없이 세금 올리겠다고 하는 야당도 모두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안 선임연구위원은 "증세를 하려면 먼저 어디에 돈이 필요한지,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지 논의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게 먼저"라고 꼬집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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