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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벽에 맹호도, 도청 옥상에 배…곳곳에 역술·풍수

송고시간2016-08-07 08:00

시장 집무실에 동판깐 이유 "아래에 수맥, 그대로 두면 화 당한다"

풍수 명당이 관광 명소로…부자내는 '솥바위' 패키지 상품

경기도청사 구관 옥상 '배'구조물
경기도청사 구관 옥상 '배'구조물

(수원=연합뉴스) 1967년 준공한 경기도청사 구관 4층 옥상에 배 모양의 구조물이 보이고 있다. 일부 직원들의 진술에 따르면 이 구조물은 도청 주변 대지의 형상이 풍수에서 얘기하는 바다와 같은 형국이어서 배를 띄우는 의미로 디자인했다는 설과 도청 주변 팔달산의 화기를 누르기 위해 물을 상징하는 배를 띄우는 의미라는 설이 있다. 2016.8.7 [경기도청 제공=연합뉴스]
pch80@yna.co.kr

(전국종합) 결혼식 날을 길일을 택해 잡거나 조상 묘를 이장할 때 풍수지리의 힘을 빌리는 일은 풍수지리나 역술의 영향이 점차 사그라지는 요즘에도 흔히 있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는 믿기도 힘들고 합리적 근거도 없지만 '찝찝한 마음'을 풀어주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간절함'이 배어 있는 풍수지리나 역술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더욱이 사사로운 건물이 아닌 검찰청이나 경찰서, 대학 등 역술과는 무관할 것 같은 공공건물에 그런 흔적들이 많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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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사건·사고 풍수지리 탓이다?

대검찰청은 1999년 5월 1일 법의 날을 맞아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사 현관에서 '해치상' 제막식을 열었다.

높이 50㎝, 무게 60㎏의 이 청동상은 대검 출신 인사가 모 대학 예술대학장에 의뢰해 제작했다.

해치는 '신양(神羊)', '식죄(識罪)'라는 별칭처럼 나쁘고 그릇된 것을 뿔로 받아버리는 동양적 정의와 법의 상징으로 꼽힌다.

그러나 대검 측은 그 해에 옷 로비 사건에 연루돼 김 검찰총장이 구속되자 머리에 있는 '외뿔이 대검 간부들의 집무실을 들이받는 양상이어서 검찰이 수난을 겪는다'는 의견이 많아 해치상을 청사내 공원으로 옮겼다.

광주 북부경찰서에는 본관 2층 계단 벽면과 서장실 앞 소회의실에 '맹호도' 그림이 한 점씩 걸려있다.

1988년 경찰서 개서 이래 소년원 탈주범이 경찰서 무기고에서 총기를 훔쳐 달아나고, 순찰차를 뺏기는 등 잇단 사건과 내부 비위 등으로 경찰서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낙마하는 일이 발생하자 첫 번째 맹호도가 경찰서에 등장했다.

이후 1995년께 각종 경찰 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모 풍수지리학자의 권유로 두 번째 맹호도가 2층 계단에 추가로 내걸렸다.

광주 서부경찰이 경찰서를 옮긴 후 경찰 내부가 각종 사건에 휘말리자 경찰서 뒤편 골프연습장이 입방아에 올랐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경찰서 방향으로 골프공을 날려 경찰서가 재앙의 표적이 된다는 설이 나돈 것이다.

경찰은 이후 골프장 방향으로 대나무를 심었는데, 한 역술인의 말을 듣고 한 행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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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경찰청은 2009년 잇단 자체사고와 강력사건으로 뒤숭숭한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에서 낯선 역술인이 지방청 바로 옆 대형 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방청 옆에는 20여t급 배를 그대로 옮겨다 놓은 식당이 있었는데, 이 배의 뾰족한 뱃머리가 정확히 청장 집무실을 향해 안 좋은 일이 계속해 생긴다는 것이었다.

당시 지방청장은 처음에는 이를 흘려 들었다가 각종 사건·사고가 계속되자 뱃머리와 지방청 사이에 '충북지방경찰청'이란 글귀가 적힌 큰 바위를 가져다 놨다.

처음에는 효과를 보는 듯했으나, 자체사고나 강력사고는 꾸준히 발생해 역시 미신이었다는 이야기가 아직도 나돈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2011년 1월께 시장집무실 보수공사를 하던 중 바닥 카펫 아래에 동판이 깔린 것이 발견됐다.

0.01㎜ 두께의 종이처럼 얇은 이 동판은 118㎡ 규모의 시장집무실 일부에 깔려 있었는데 시멘트 바닥과 카펫 사이에 접착제로 붙어있었다.

당시 직원들이 수소문한 결과, 2003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거제시장이 집무실을 찾아온 한 역술인의 이야기를 듣고 비밀리에 작업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술인은 '시장실 아래로 수맥이 흐른다. 그냥 두면 화를 당한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고 전했고, 전임 시장이 금품 수수로 구속돼 낙마한 터라 이 말을 흘려듣지 못한 시장이 설치한 것이다.

애써 설치한 동판은 그러나 수맥의 나쁜 기운을 막지는 못한 듯하다. 3·4대 시장을 연임한 해당 시장 역시 비리에 연루돼 시장직을 떠났다.

동판은 지난 1월에 이 사실을 보고받은 권민호 현 시장의 지시로 철거됐고, 철거한 동판은 고물상에 팔아서 받은 36만원은 세외수입으로 처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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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수 명당 관광명소·볼거리 되기도

풍수 명당이 관광 명소가 되는 등 볼거리가 된 사례도 많다.

경남 의령군 남강변에는 '솥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가 강물 위에 솟아 있다.

생긴 모습이 밥짓는 솥과 비슷해 솥바위, 정암(鼎巖)이라 불린다. 옛부터 '곡식→재물'을 뜻하는 솥 모양인 덕분에 의령군에는 솥바위 사방 20리 안쪽에서 큰 부자가 날 것이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신기하게도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기업 창업주 3명의 생가가 솥바위 근처에 있다.

솥바위에서 8㎞ 떨어진 의령군 정곡면 중교리에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출생했고, 7㎞ 떨어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에서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5㎞ 떨어진 함안군 군북면 동촌리에서는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이 각각 태어났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는 경남 의령과 진주 등의 대기업 창업주 고택과 명소를 탐방하는 '소원성취 부자 氣받기' 기차여행 상품을 올해 4월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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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준공한 경기도청사 구관(지상 4층 전체면적 9천173㎡) 4층 옥상에는 면적 297㎡ 규모의 배 모양의 구조물이 있다.

도청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 따르면 도청 주변 대지의 형상이 풍수에서 얘기하는 바다와 같은 형국이어서 배를 띄우는 의미로 디자인했다는 설과 도청 주변 팔달산의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해 물을 상징하는 배를 띄우는 의미라는 설이 있다.

도청사 구관을 근대유산으로 선정해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등록을 신청했는데 문화재청 담당자가 "팔달산을 배경으로 하는 절경의 터에 마치 배와 같은 형상의 구조물을 적절한 크기로 건물 꼭대기에 올려놓음으로써 건물의 격조를 높였다"는 평가를 하는 등 지역민에게는 볼거리다.

전남대 사회과학대는 미로 같은 건물 구조 탓에 신입생들이 들어가면 길을 헤매는 곳으로 악명 높아 신입생들의 대표적 탐방코스다.

용과 봉황이 함께 있는 풍수지리상 용의 머리에 부분에 자리 잡은 건물을 학을 형상화해 지어야 한다는 풍수지리학자의 말에 따라 현재의 '날개를 펼친 학' 모양의 건물을 지었다는 설이 학교관계자와 학생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전해진다.

경북과학대는 '봉황이 알을 품은 지형(凰巢抱卵形局)'이어서 풍수지리가들이 명당으로 손꼽는 학내 삼림욕장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해 관심을 모았다.

부산 영도구에서는 일제의 쇠말뚝 제거를 기념하는 '봉래산 발복 기원제'가 2009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다.

용이 물고 있는 여의주에 해당하는 지형에 2009년 일본 강점기에 박은 쇠말뚝을 발견해 제거한 것이 계기가 돼 매해 지역 문화행사가 역관에게 기일 받아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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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해 이정훈 김용민 김재홍 최찬흥 박철홍 기자)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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