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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만델라 잊혀가나…집권당 '최악 선거결과' 직면

송고시간2016-08-05 09:53

ANC 집권 후 첫 60% 미만 득표…도시 지지기반 붕괴

대량실업·불황·부패추문 탓…"아파르트헤이트 아닌 경제 투표"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경제침체와 높은 실업률, 대통령 부패 스캔들에 빠진 남아프리카공화국 지방선거에서 장기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집권 이후 22년 만에 최악의 결과에 직면했다.

영국 BBC방송,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의 개표가 4일 오후 현재 85% 진행된 가운데 ANC는 전국적으로 53.5%를, 제1 야당 민주동맹(DA)는 27.5%, 좌파 성향의 정당 경제자유전사(EFF)는 7.5%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ANC는 득표율 1위지만, 상처뿐인 승리를 안게 됐다. 1994년 만델라 전 대통령이 집권하고 난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에서 60%를 넘지 못하는 득표율을 기록하게 됐기 때문이다.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부터 경제 중심지인 최대도시 요하네스버그, 남부 넬슨 만델라만에 위치한 항구도시 포트엘리자베스까지 주요 도시 3곳에서 상당한 지지기반을 잃은 것이 ANC에는 큰 타격이다.

포트엘리자베스에서 야당 DA가 소폭 앞서고 있으며 프리토리아와 요하네스버그에서는 ANC와 DA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 3개 도시의 인구를 합하면 800만명을 넘으며 연간 예산도 100억달러(11조1천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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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흑인 인권운동가 만델라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에 종지부를 찍은 이후 사실상 '1당체제'에 가까웠던 남아공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반(反)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의 중심지로 만델라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넬슨 만델라 만에서조차 ANC가 승리하지 못한 것처럼 남아공 사회가 더는 인종 이슈에만 좌우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남아공 국민을 움직인 것은 인종이 아니라 경제 문제였던 것으로 지적된다.

실업률은 25%에 달하고 경제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만큼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주마 대통령은 사저 개보수에 국고를 쏟아부었다는 부패 스캔들의 중심에 있다.

정부에 대한 민심이 악화한 가운데 야권은 이번 선거로 정권을 심판하라고 시민들을 독려했고 2천630만명이 유권자 등록을 해 최다기록을 세웠다.

결국 집권 ANC는 심지어 제이콥 주마 대통령의 고향인 콰줄루나탈주(州) 은칸들라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BBC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22년 만에 남아공의 흑인들이 인종이 아닌 이슈에 투표하고 있다면서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치열한 투쟁의 역사를 지닌 포트엘리자베스에서 백인 시장이 될 DA의 아톨 트롤립도 흑인 주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위치만큼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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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이번 지방선거에 전국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2019년에 치러지는 남아공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지형을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작년 흑인으로는 처음 DA 당수가 된 음무시 마이마네는 현지 방송에 "우리는 놀라운 성장을 보여줬다"며 "이번 선거는 전국적 인물로서 주마 대통령에 대한 국민투표이며 남아공 장래에 대한 국민투표였다"고 말했다.

좌파당인 EFF의 선전도 주목된다. 한때 ANC 청년 지도자로서 주마 대통령의 정치적 제자로 여겨졌던 줄리어스 말레마가 이끄는 EFF는 이번에 겨우 2번째로 선거를 치렀지만, 득표율 3위에 올랐다.

이들은 흑인이 남아공 5천400만 인구의 80%를 차지하지만, 여전히 토지와 기업체 대부분이 인구 8%에 불과한 백인 소유일 만큼 만연한 사회적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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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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