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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원폭피해 사실 처음 알아"…한국인 위령비에 추모발길

송고시간2016-08-05 08:45

전문가 "오바마 방문 계기로 인식변화 감지"

(히로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원폭 71주년을 앞둔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는 한국인 원폭 피해 사실을 기억하려는 일본인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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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로시마(廣島)시 소재 평화기념공원에 설치된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에는 4일 추모객 등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위령비를 살펴보고 이 가운데 한두 명이 위령비에 관해 설명하는 광경이 반복해 목격됐다.

한 여학생은 한반도 출신자들이 "강제적으로 군수 공장에서 탄광에서 일했다"며 한국인이 피폭을 당하게 된 경위를 함께 온 친구들에게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주장하듯 '징용은 있었지만, 강제노동은 아니다'는 식의 피해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가 발붙일 공간은 별로 없어 보였다.

공원 방문을 계기로 한국인 피폭자의 존재를 확실히 알게 된 일본인은 자국의 부끄러운 역사를 순순히 인정하기도 했다.

가시하라(66)라고 성씨를 밝힌 한 남성은 평화기념공원에 종종 왔는데 처음으로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발견했다며 현장의 안내판을 꼼꼼히 읽었다.

그는 "히로시마에서 전체 피폭자가 얼마나 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조선인이 2만 명이나 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우리가 한국에 나쁜 짓을 한 것이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야마다(25·여) 씨는 이날 히로시마 평화 기념 자료관의 설명을 듣고 한국인 피폭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야마다 씨는 "원폭 투하로 일본 사람들만 피해를 봤고 고통을 당했다고 여겼는데 조선인 피폭을 알게 되니 그간 우리만 생각한 것이 부끄러워졌다"고 반응했다.

자료관의 전시물은 원폭의 참혹한 결과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기는 했으나 "히로시마 나가사키에서 피폭한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 살고 있었으나 한국·조선 등 일본 국적이 아닌 사람도 있다"고 한국인 피폭자의 존재를 명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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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온 방문객이나 자료관 관람객이 전체 일본인을 대표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원폭에 대한 일본 내부 시각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히로시마평화연구소 부소장인 미즈모토 가즈미(水本和實) 히로시마시립대 교수는 일본 외 국가에서는 원폭이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견해가 있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히로시마 주민이 이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에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간 히로시마 사람들은 원폭에 대해 다른 시각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모르거나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외국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있는지 신경을 쓰게 됐고, 어떻게 하면 공통의 인식을 지닐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즈모토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연설에서 한국인 피폭자의 존재를 언급한 것 역시 일본인 이외의 피해자에 주목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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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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