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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바마가 접은 종이학…원폭71주년 히로시마에 반핵 '열기'

송고시간2016-08-05 08:45

자료관에 방문객 대거 몰려…"오바마 종이학 보러 왔다"

'핵무기 폐기·탈원전·헌법수호' 행진도

(히로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평화가 계속되기를…핵무기 없는 사회를 만들자!"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원폭 71주년을 앞두고 반핵·반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 5월 현직 사상 처음으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일대에서는 4일 역사의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방문자들의 염원은 느낄 수 있었다.

<르포> 오바마가 접은 종이학…원폭71주년 히로시마에 반핵 '열기' - 2

원폭 71주년을 이틀 앞둔 이 날 히로시마시의 낮 최고 기온은 35도에 육박했지만, 공원 곳곳에 설치된 추모 시설에는 원폭의 실상을 알기 위해 일본 각지와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이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살 때 피폭당한 후 병이 나을 것을 믿고 종이학을 접다 피폭 후유증으로 숨진 사사키 사다코(佐佐木禎子, 1943∼1955)를 기리는 조형물인 원폭 어린이상 주변에는 고인을 기리는 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피폭의 상징인 원폭 돔 주변에는 외국인 방문객이 뜨거운 햇살을 감수하며 맨땅에 주저앉아 각국 언어로 된 원폭 관련 자료집을 열독하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중고생이 무리를 지어 공원을 돌며 추모 시설물을 하나하나 살피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원폭의 참상을 생생하게 알리기 위해 피해자 사진, 피폭으로 훼손된 유품, 열 폭풍에 처참하게 부서진 각종 구조물 등을 전시한 히로시마평화기념자료관에는 전시장 내부에서 이동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관람객이 입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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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화상'(火傷)이라는 단어에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숯덩이처럼 까맣게 변해버린 피폭자의 몸뚱아리 사진 앞에서 좀처럼 발을 떼지 못했으며 "불쌍하다"고 되뇌었다.

녹아내린 기왓장, 종이처럼 구겨진 쇳덩어리 구조물, 폐허가 된 시가지 사진도 원폭이 삶의 기반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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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물은 각국 방문자들에게 원폭의 참상, 일본이 겪은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온 제프 오디벨(33) 씨는 "단순한 사진이 아닌 실제 물건, 구체적인 전시물이라서 진짜 역사를 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며 "원폭은 단순한 전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실험이었으며 죄 없는 사람들까지 희생했으므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자료관을 찾은 이들은 "절대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원폭을 체험한 사람은 매우 무서웠을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 "오늘 배운 것은 평생 잊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등의 소감을 전시관의 노트에 남겼다.

하지만 원폭이 낳은 끔찍한 결과를 보여주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인지 애초에 이런 비극이 왜 벌어졌는지 역사의 인과 관계를 방문자가 생각하도록 하는 재료는 부족해 보였다.

일본의 전쟁 책임에 관한 전시물도 적극적으로 제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비록 논란은 있었으나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결과적으로 핵 없는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었고 더 많은 이들이 원폭의 비극에 주목하도록 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가 사다코의 종이학에서 영감을 얻어 접은 종이학도 자료관에 전시돼 있었고 주변에는 이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관람객이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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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오바마 대통령을 좋아했고 그가 접은 종이학을 보고 싶은 마음에 히로시마를 찾았다고 밝힌 한 여고생은 "자료나 책에서 보는 것보다 매우 현실감이 있었고 옛사람들이 이런 심한 일을 당한 것에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이 여학생은 "일본에 전쟁한 국가로서 책임이 있다"면서도 "전쟁 책임을 고려하더라도 원폭 투하가 지나친 결정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선택으로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이날 일대에서는 원폭뿐만 아니라 원전을 포함해 포괄적으로 핵에 반대하거나 군대 보유와 전쟁을 금지한 일본 헌법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울려 퍼졌다.

4∼6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피폭71주년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의 정신에 뜻을 같이하는 각급 단체 소속 시민들은 공원을 출발해 근처를 도는 대규모 '평화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반핵, 반원전, 비핵 3원칙 준수, 전쟁 없는 사회 등의 구호를 내걸었으며 일본 정부가 헌법을 지키고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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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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