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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제주어연구소 설립한 강영봉 제주대 명예교수

송고시간2016-08-05 08:00

"소멸 위기 제주어, 생활언어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어에는 제주의 정신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제주어가 사라지면 제주 정신·문화도 사라지는 셈이죠."

<사람들> 제주어연구소 설립한 강영봉 제주대 명예교수 - 2

평생을 제주어 연구에 몰두해온 강영봉(67) 제주대 명예교수는 5일 제주어연구소 문을 열며 제주어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힘줘 말했다.

제주시 영평동에 자리 잡은 제주어연구소는 앞으로 제주어를 조사·연구하고 교육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강 교수의 개인 연구소다.

연구소 내부 벽면을 가득 채운 제주어 관련 서적과 아담하고 소박한 정원은 강 교수의 제주어 연구 외길 인생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대학에 다닐 당시) 선생님이 사랑해주셔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언어학 점수가 다른 문학, 고전문학 점수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래서 '아! 나는 이쪽 길을 가야겠구나' 생각하게 됐다"며 제주어 연구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에 대해 슬며시 운을 뗐다.

제주대학교 초대 총장이자 제주어 연구의 선구자인 고(故) 현평효 선생의 지도를 받으며 영향을 많이 받았던 강 교수는 선생님의 뒤를 이어 제주어 연구에 매진하기로 했다.

강 교수는 2004년 현평효 선생이 고인이 된 뒤 1주기가 되던 날 유족들로부터 선생이 평생을 바친 귀중한 제주어 연구 자료들을 넘겨받으며 다시 한 번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꼈다.

그는 당시 개인적으로 진행하던 연구를 접고 곧바로 선생의 '제주도 방언연구'를 초고로 삼아 1만3천800여 어휘의 표준어에 해당하는 제주어를 찾을 수 있는 제주어사전 연구·제작에 들어갔다.

이후 10년 가까운 기나긴 작업 끝에 2014년 '표준어로 찾아보는 제주어사전'을 발간했다.

제주어를 모르는 사람들, 특히 제주어 어휘에 대한 지식이 없는 외지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학생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사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 교수는 이어 2014년 10월부터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책임연구원 자격으로 제주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제주 사람들의 생활사를 제주어로 채록하는 작업을 시작, 올해 초 '제주어 구술 채록 보고서' 24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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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정년퇴임을 했지만, 현재도 제주 문화의 정수인 제주어를 보존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구축하기 위해 도내 12개 읍·면 마을에서 채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멈추지 않는 열정은 제주어연구소를 설립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언어 사용의 권리인 언어권(言語權)에 초점을 맞춰 소멸 위기의 제주어를 체계적으로 수집·연구하고, 더 나아가 제주어 교육을 통해 제주어가 생활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제주어연구소의 설립 목적을 밝히고 있다.

다소 생소할 듯한 언어사용의 권리인 '언어권'은 무엇일까.

강 교수는 과거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3년 KT 본사는 조직 통·폐합에 따라 제주지역 고객센터(100번 콜센터)를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전남본부에 맡기려 했다"며 "그러나 제주 주민들이 쓰는 제주어 즉 방언이 문제가 됐는데, 제주 출신 직원이 아닌 전남 직원으로는 도저히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KT본사는 '제주는 해외지사나 마찬가지'라고 인정하며 기존 고객센터 폐지방침을 번복했고 고객센터요원으로 제주여성 50명을 신규채용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당시 사례는 바로 제주 어르신들이 제주 언어를 사용할 권리, 언어권이 승리한 것"이라며 "이처럼 유네스코에서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한 제주어를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다시 한 번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되살리려는 것이 우리 연구소가 하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제주 사람들이 자기 생각과 느낌을 제주어로 표현하는 만큼 제주어를 통해 제주정신을 탐색하고, 제주문화를 엿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제주어가 사라진다면 본연의 제주정신은 퇴색할 것이며, 전통적인 제주문화 또한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언어 제주어를 다시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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