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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먹어 배아프니 병원에 데려가줘요"…출동한 119에 횡설수설

송고시간2016-08-05 06:39

충북 1∼7월 단순주취자 관련 출동 요청 924건…여름철이 많아

"응급상황 아니면 소방력 낭비…위급 환자 위해 자제해야"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119구급대는 시민 생명을 보호하는 파수꾼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면 가족의 일인 것처럼 달려와 응급처치를 하거나 병원으로 이송해 준다.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구급대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거나하게 취한 상태로 "아프다"며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요구하는 주취자들이다.

술을 마셨다고 119구급대가 출동을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 식지 않은 지난 1일 오전 1시 13분께.

충북도소방본부 상황실로 복통을 호소하는 A(53)씨의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구토가 나올 것 같고 배가 너무 아프니 당장 와달라"는 것이었다.

청주 서부소방서 남부 119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의 움직임은 기민했다. 들것을 들고 5분 만에 신고자의 아파트에 도착했다.

위급상황이라 현장이 다급하고 부산할 줄 알았는데 술에 취한 A씨는 방안에 홀로 앉아 있었다.

"풀 먹어 배아프니 병원에 데려가줘요"…출동한 119에 횡설수설 - 2

A씨는 119구급대원을 붙잡고 "풀을 뜯어 먹었는데 잘 못 됐는지 배가 아프다.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횡설수설했다.

외관상으로는 별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구급대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한 구급대원은 "생명이 위독한 응급환자는 아니지만 간 경화가 의심돼 병원으로 이송해 드렸다"며 씁쓸해했다.

A씨의 '전력'을 알고 있어서였다.

A씨는 지난달 무려 11차례나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응급상황이 아닌데도 취중에 전화한 것이다. 구급대원이 그를 병원으로 안내하면 진료도 받지 않은 채 귀가했다가 '119'를 누른 적도 있다고 소방서는 전했다.

위급상황과는 거리가 먼데도 119에 버릇처럼 전화를 거는 주취자들이 의외로 많다.

5일 충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도내 각 소방서에 접수된 단순주취자 관련 출동 요청 건수는 924건이었다.

7월이 19.7% 182건으로 가장 많았다. 하루에 5.8번꼴로 위급하지 않은 주취자들을 위해 출동한 셈이다.

지난해에도 단순주취자 관련 출동 요청이 7∼8월에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무더위 스트레스에 술을 찾고, 술에 취해서는 119에 화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 이유다.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달 31일 오후 7시께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 인근에 주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청주 동부소방서 소속 구급대원들이 부랴부랴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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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누워있던 주취자 B(55)씨는 구급대원이 다가오자 다짜고짜 "너희가 무슨 상관인데 날 건드리느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당황한 대원들은 어쩔 수 없이 그를 경찰에 인계한 뒤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증평군에서는 C(45)씨가 진료 중이던 증평소방서 소속 구급대원에게 심한 욕설을 퍼붓고 별 이유 없이 20여분간 구급차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 C씨 또한 주취자였다.

증평소방소서는 업무 방해 혐의(119구조·구급법 위반)로 그를 입건, 최근 검찰에 송치했다.

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신동민 교수는 "뜨거운 날씨 때문에 야외에서 술을 마신 뒤 위급상황이 아닌데도 술에 취해 다짜고짜 119부터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단순주취자 관련 출동 요구는 소방력 낭비로 이어져 실제 119구급대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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