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中공산당,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장' 우칸촌 초토화(종합)

송고시간2016-07-22 15:57

'괘씸죄' 논란에도 마을지도자 린쭈롄 구속…징역형 예고

고질적 토지수용 갈등·당국의 방해공작이 빚어낸 '비극'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 중국 내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장'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우칸(烏坎)촌의 기적'이 사실상 5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22일 중국 광둥(廣東)성 산웨이(汕尾)시 정부 발표에 따르면, 산웨이시 인민검찰원은 전날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체포돼 조사를 받아온 린쭈롄(林祖戀·70) 전 우칸촌 당서기에 대한 구속을 결정했다.

중국 사법제도에서 구속은 범죄 증거가 명확하고, 재판에서 징역형 이상의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는 혐의자에 대해 취해진다.

2011년 9월 촉발된 우칸촌의 토지 강제수용 사태 속에서 시위를 주도한 린쭈롄은 이후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서기에 임명되며 이른바 '우칸촌의 기적'을 만든 인물이다.

그의 구속은 결국 신중국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시도된 우칸촌의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의 종말을 뜻한다.

우칸촌은 인구 1만 5천 명(최근 통계 기준)의 작은 어촌마을이다.

'우칸촌의 기적'은 이 마을 주민들이 집단소유 토지 33만여 ㎡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부동산 업자들에게 헐값에 팔려나간 것에 분노해 격렬한 시위를 전개하며 시작됐다.

당국은 공안을 투입해 강력히 탄압했고, 주민들은 파출소까지 공격하며 치열하게 대치했다. 검거된 주민 대표가 사망하기도 했다.

4개월간 계속된 시위에 당국은 결국 굴복했다.

시위 결과, 우칸촌 주민들은 이듬해 2월 유권자 80% 이상이 참여한 직접 선거를 통해 촌민위원회 위원들을 선출할 수 있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식 풀뿌리 민주주의'의 모델로 주목받았다.

우칸촌 사태는 도시화 과정에서 토지를 빼앗기고 도시 하층민으로 전락해온 농민들의 불만이 직접적으로 터져 나온 사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토지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마을 주민 간 이해 충돌은 계속됐다.

일부 주민은 선출직 지도자들의 경험과 소통 부족을 탓하기도 했지만, 토지 환수 작업은 일개 촌민위원회가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우칸촌식 민주주의'는 출발부터 큰 한계를 안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당국의 압박과 개입으로 비춰지는 사건도 잇달아 일어났다.

한 촌민위원이 당국을 비판하며 미국 망명을 시도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2011년 시위를 주도한 일부 지도자들이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린쭈롄에 대한 체포·구속 역시 이런 흐름 속에서 발생했다.

그는 5년째 지지부진한 토지환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팡'(上訪·하급기관 민원처리에 불복해 상급기관에 직접 민원을 내는 행위)을 추진하던 중 부패 혐의로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중국당국은 린쭈롄의 자백모습까지 공개하며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 주민들은 2011년과 같은 집단행동을 막기 위한 공작으로 보고 강력히 반발했다.

촌민들이 린쭈롄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시위를 벌이자 중국당국은 시위를 벌인 차이리처우(蔡禮綢) 부서기까지 체포했다.

중국당국의 이같은 강경대응은 제2, 제3의 우칸촌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내에서는 농민의 공동재산인 '집체토지'의 강제수용을 둘러싼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났고,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집단행동도 심심치 않게 발생해왔다.

집체토지 강제수용은 명백한 불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기존 결정을 되돌리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우칸촌식 민주주의'가 계속 주목을 받고 있고, 이 때문에 안팎에서 직접선거를 실시하라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제기돼온 상황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중국은 2010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현(縣)과 향(鄕)급 지역에서 '직접선거'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다.

중국은 우칸촌 주민들의 시위를 이미 '극단적 행동'으로 규정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20일 사설에서 "토지분쟁에서 이런 극단적인 행동이 용납된다면 중국이 엉망이 될뿐더러 중국사회의 공동이익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경고했다.

中공산당,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장' 우칸촌 초토화(종합) - 2

中공산당,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장' 우칸촌 초토화(종합) - 3

中공산당,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장' 우칸촌 초토화(종합) - 4

中공산당,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장' 우칸촌 초토화(종합) - 5

jslee@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