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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모성'…"원치않아·형편안돼" 영아유기 잇따라

송고시간2016-07-20 18:09

대부분 10∼20대 미혼모…전문가 "다양한 소통창구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엄마 젖에 입도 대지 못한 갓 태어난 아기들이 차디찬 도로변, 음식물 수거함 등에 버려지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는 가는 경우라면 그나마 낫다.

종교시설이나 사회복지법인이 설치한 베이비박스는 최소한 아기의 안전은 보장하기 때문이다.

영아유기 사건의 상당수 가해자는 10∼20대 미혼모들로 원치 않는 임신, 혹은 생활고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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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자식을 버리는 이들에게 "비정하다"며 손가락질할 수는 있겠지만, 전문가는 영아유기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치부하기보다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제도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영아유기범죄는 그칠 줄 모른다.

2011년 127건, 2012년 139건, 2013년 225건, 2014년 76건, 2015년 42건에 달했다.

창원중부경찰서는 창원의 한 모텔에서 남자아이를 출산한 뒤 화장실 천장에 유기한 A(29·여)씨를 20일 검거했다.

A씨는 전 남자친구 사이에서 낳은 아기가 울지도 않고 숨도 쉬지 않아 죽은 것으로 생각해 일단 놔뒀다고 진술했다.

4개월 전부터 해당 모텔에서 투숙한 A씨는 아기의 시체 쇼핑백에 담아 화장실 천장에 그대로 두고 자신은 옆방으로 옮겼다.

A씨의 범행은 "어디서 악취가 난다"는 다른 투숙객의 신고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제주도에서도 20대 초반의 B씨가 집에서 아기를 낳고 모 어린이집 마당에 유기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미혼인 B씨는 아무런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 출산하게 하자 아기를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불법체류자 K(20·여)씨는 생후 25일 된 딸을 담요에 싸 대구의 한 공원 야외 화장실에 두고 떠났다.

취업에 실패해 육아에 부담을 느낀 K씨는 아기를 발견한 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잘 키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한 20대 미혼모도 강원도 자신의 집에서 남자 아기를 출산하고 수건으로 감싸 비닐봉지에 넣고는 인근 도로변 음식물 수거함에 버렸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아기는 다행히 울음소리를 들은 한 주민에 의해 발견돼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친모는 "집에서도 임신 사실을 몰랐고 혼자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기보다 좀 더 극단적인 방법으로 아기를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6월 경북 경산의 한 빌라에 거주하던 20대 미혼모는 갓 출산한 아기를 3층 창문 밖으로 던져 살해하려 했다.

모바일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과 성관계를 맺고 임신하자 가족이 알게 될까 봐 두려웠다.

창문 밖으로 떨어진 아기는 마침 공터에 쌓여있던 페트병과 종이 등 쓰레기 더미 위로 떨어져 다행히 목숨은 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1월 부산에서도 출산한 아기를 모텔 6층 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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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유기가 근절되지 않는 배경으로 2012년 8월 출생신고를 의무화한 개정 입양특례법이 거론된다.

위장입양이나 허위 출생신고를 방지하기 위해 개정됐지만, 미혼모 입장에서는 가족관계증명서에 혼외자녀 출생 기록이 남는 등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아유기 중 많은 수가 출산 직후 순간적인 판단에서 비롯된다.

장수정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기를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경우 대부분은 가족에게조차 도움을 청하지 못한 것인데, 이들이 제삼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콜센터 등 채널 장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산을 앞둔 당사자가 지역사회 등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일일이 정보를 찾게 된다"며 "국가나 사회기관이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을 '공격적'으로 전환해 이들이 어디서든 관련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숨진 아들을 화장실 천장에 버린 '창원 모텔 영아유기 사건'의 가해자는 아마 출산 직후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소위 '멘붕'(정신적 혼란) 상태였을 것"이라며 "범죄신고가 112로 통일돼있듯 아기 엄마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소통창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영서, 권숙희, 김선호, 이덕기, 박정헌, 류수현)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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