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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의 저울달기> 인류의 소중한 발명품, 수돗물

송고시간2016-08-05 08:29

(서울=연합뉴스) 미국 오대호에 인접한 미시간 주의 작은 공업도시 플린트 시에선 올해 초 수돗물 납 오염 사건이 불거졌다. 플린트 시는 가까운 디트로이트 시에서 상수원을 공급받다 재작년 예산 절감을 위해 식수원을 플린트 강으로 바꿨는데 수돗물이 이상해졌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은 수돗물이 혼탁해지고 악취가 난다며 불만을 제기했으나 현지 당국은 1년 이상 이를 묵살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많은 어린이가 납중독 등의 증상을 보이면서 사태가 표면화된 지난 1월 연방 환경청 오대호 지역 책임자가 경질됐다. 지난달 말에는 수돗물 오염 실태 조사 결과를 조작하거나 납 중독 징후를 은폐한 혐의 등으로 담당 공무원 6명이 기소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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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세월이 좀 흘렀지만 1991년 3월 발생한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당시 경북 구미에 위치한 공단 업체에서 다량의 페놀 원액이 유출돼 영남 지역의 주요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킨 일이다. 총체적 관리 부실이 낳은 국내 최악의 수질 오염 사고로 불린다. 페놀 사건은 수돗물에 대한 세간의 불신을 가중시켰고 깨끗한 물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국내 생수 시장이 형성되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불미스런 환경 오염 사건인데 우리가 매일 마시고 접하는 물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딱히 독성 물질의 유출이 아니라도 수질 오염 사태는 종종 터져 나온다. 최근 들어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 대청호를 비롯해 주요 식수원에 녹조 현상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청정 식수 공급에 우려를 낳고 있다. 녹조가 번성하면 수돗물에서 조류 냄새가 날 수 있다. 녹조 현상은 식수원에 흘러드는 폐수 등 각종 오염 물질과 관련이 있다.

지난달 말 경남 함안군 창녕함안보 홍보관에서는 낙동강 주변 환경조사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선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이 물 고인 호수처럼 변해 수질이 나빠졌고 물고기 산란처가 사라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재첩과 도다리 등이 낙동강의 주요 어종이었는데 먹이 사슬이 파괴되면서 외래종 마저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연에서 깨끗한 물을 있는 그대로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19세기 이전에는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수인성 전염병이 빈발했다. 우리나라도 조선 말기 수인성 전염병으로 전체 인구의 12%(95만명) 가량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다. 물을 염소로 소독하게 된 건 20세기 초의 일이다.

과거 통에 담아 운반했던 물을 인간의 생활 공간으로 흐르게 한 것이 상수도다. 세계 최초의 상수도는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창시자의 이름을 따 '아피아 수도'라고 불렀다. 길이가 16㎞로 한강을 기준으로 하면 잠실에서 여의도 구간쯤 된다. 우리 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된 수돗물은 인류 역사에서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위생적인 물은 인간 수명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으며 인간 100세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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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수돗물을 얻기 위한 절차는 좀 복잡하다. 하천과 댐 등에서 물을 끌어오는 취수, 끌어온 물을 정수장으로 보내는 도수, 물을 정화하는 정수 등의 과정이 있다. 정수 과정은 응집과 침전, 모래여과, 염소를 투입하는 소독 등을 말한다. 이후 고도의 정수처리 과정과 막 여과 공정 등도 거친다.

우리나라 상수도 역사는 1908년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뚝도 정수장'을 건설해 서울 사대문 안과 용산 일대에 물을 공급한 것이 최초다. 현재 상수도 서비스는 국민의 98,6%가량이 받고 있다. 정수장에서 만들어진 물을 가정에 공급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18만5천㎞에 달하는 상수도관이 설치돼 있다. 서울과 부산을 230번가량 왕복할 수 있는 거리에 해당한다. 상수도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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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역사를 가지게 된 국내 상수도의 문제점은 시설 노후화다. 환경부가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한 통계 자료에 근거하면 전국 상수관 18만5천㎞ 중 30% 가량인 5만8천㎞ 가량이 설치된 지 20년 이상 지났다. 낡은 상수관을 통해 새는 물은 연간 6.9억톤에 달한다. 이는 팔당댐 저수용량의 3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전국민이 50일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양이다.

노후 상수관으로 인해 녹물과 냄새 등이 발생하고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진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것을 꺼려하게 되면서 음용률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직접 음용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이 55%, 일본이 34%인 것과 비교하면 저조하다. 노후 상수관 정비와 현대화 사업이 시급하다. <논설위원>

k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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