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하고, 회식비 쓰고…'눈먼 돈' 아파트 관리비 비리 줄줄이
송고시간2016-07-19 11:08
여직원 5년간 1억9천만원 횡령해도 '깜깜'…공사 수의계약도
(청주=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청주시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여직원 A(42)씨는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관리비 1억5천만원을 빼돌렸다.
A씨는 실제 구입하지 않은 물품을 산 것처럼 서류를 조작, 3년간 횡령했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A씨는 결국 아파트 관리 비리를 기획 수사하던 경찰의 첩보망에 포착되면서 지난 3월 구속됐다.
청주시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관리실태 조사를 했던 또 다른 아파트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 경리 여직원 B(47·여)씨가 관리소장에게 결재받은 것보다 많은 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관리비를 과다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5년에 걸쳐 1억9천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청주시는 추정, 경찰에 고발했다.
사실상 아파트 관리비가 '눈먼 돈'으로 흥청망청 쓰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비리는 사실상 무풍지대였다. 관리비에 대한 감사 등을 강제하는 법률도 없었다.
2014년 배우 김부선씨의 아파트 난방비 비리 폭로를 계기로 입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1월 공동주택법이 개정됐다. '300세대 이상은 매년 1회 이상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법률에는 '입주자의 3분의 1이상 동의를 받으면 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
일부 아파트가 이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회계감사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회계감사를 피한다.
지난해 13개 아파트가 감사를 받지 않았다. 5년간 1억9천만원을 횡령한 아파트도 감사를 받지 않은 곳이다.
아파트 관리비 문제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행정기관들도 감독을 강화했다. 그러면서 비리가 줄줄이 드러났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횡령뿐 아니라 입주민 대표들이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쓰다 적발되기도 했다.
충주의 한 아파트 입주민 대표 C(46)씨는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6차례에 걸쳐 입주자 대표회의 운영비 140만원을 선물 구입비나 회식비로 쓴 혐의(횡령)로 적발돼 지난 4월 불구속 입건됐다.
청주시가 지난 3월 '공동주택 감사 조례'를 제정해 올해 상반기에 처음 실시한 아파트 관리실태 조사에서도 '복마전'같은 아파트 관리비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A아파트 관리사무소는 1년에 9천만원을 받기로 하고 유통업체에 알뜰 장터 운영권을 주는 수의계약을 작년에 했다. 지하주차장 보수공사 역시 수의계약했다. 업체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개입할 개연성이 적지 않다는 말이다.
다른 아파트 주민자치회장과 총무를 부부가 함께 맡아서 관리비 통장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고, 또 다른 아파트는 입주자회의 회장에게 월 3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지급하면서 영수증 등 증빙서류도 갖춰놓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사에서는 70건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청주시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비가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며 "비리 없는 깨끗한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관리비 실태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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