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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살뜰히 챙기는 척…노인 전재산 뜯은 보험설계사

송고시간2016-07-07 06:00

쌈짓돈·딸 결혼자금 3억원 털어 잠적…주식에 돈 날려 범행

노인 전재산 뜯은 보험설계사
노인 전재산 뜯은 보험설계사

노인 전재산 뜯은 보험설계사
(서울=연합뉴스) 서울 송파경찰서는 투자하면 10%를 이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80대 할머니의 전 재산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보험 설계사 구모(43)씨를 구속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사진은 구씨가 할머니에게 스포츠 토토 등으로 돈을 벌어 빌린 돈을 갚겠다고 쓴 각서. 2016. 7. 7 [서울 송파경찰서 제공=연합뉴스]
see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어머님, 추우니까 보일러 꼭 틀고 주무세요." "저를 자식처럼 여기세요. 식사는 꼭 챙겨드시고요."

홀로 쓸쓸히 지내던 80대 할머니를 살뜰히 챙기는 척 하면서 이 노인이 평생 모은 쌈짓돈과 딸 결혼 자금을 2년에 걸쳐 모두 뜯어간 보험설계사가 철창신세를 지게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투자하면 10%를 이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보험 설계사 구모(43)씨를 구속해 검찰로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황모(86·여)씨는 2011년 3월께 마흔살에 얻은 늦둥이 딸(46)을 영국으로 유학을 보낸 뒤 딸의 보험 해약을 문의하려다 보험사 팀장이었던 구씨를 만나게됐다.

구씨는 황씨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외동딸의 결혼자금과 26년전 사별한 남편의 사망보험금, 평생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저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서울 송파경찰서
서울 송파경찰서

[연합뉴스TV 캡처]

구씨는 "숙부가 TV 광고에도 나오는 유명한 대부업체 중역이라 돈을 불려줄 수 있다"면서 "월 10%의 이자를 줄테니 돈을 투자하라"고 꼬드겼다.

구씨는 황씨가 하나밖에 없는 딸을 타국에 보내고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 점을 노려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등 친근하게 굴면서 황씨의 마음을 빼앗으려 했다.

평소 근검 절약이 몸에 배어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과일을 잘 사먹지 않는 황씨에게 과일을 사들고 갔고, 아까워하지 말고 보일러를 꼭 켜고 자라고 하는 등 살갑게 대했다.

황씨는 이렇게 2013년 3월까지 2억9천700만원을 구씨에게 넘겼다. 황씨의 통장 잔고는 텅 비었다.

구씨는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매월 30만원씩만 황씨에게 줬고, 황씨가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주식투자로 돈을 다 날렸다"고 실토했다.

석 달 뒤인 같은해 6월 구씨는 "어머니, 걱정 마시고 마음 편히계시라"면서 "나중에 스포츠 토토로 돈을 많이 벌어 빌린 돈을 꼭 갚겠다"며 각서도 썼다.

영상 기사 아들처럼 행동하며 수억 가로챈 보험설계사
아들처럼 행동하며 수억 가로챈 보험설계사

[앵커] 높은 수익을 내주겠다며 80대 할머니에게 접근해 3억을 가로챈 보험설계사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남편의 사망보험금과 자녀의 결혼자금이었는데, 아들처럼 살갑게 대하자 믿고 맡겼다가 고스란히 떼였습니다. 배삼진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2013년 6월 작성된 각서. 9개월간 매달 30만원씩 갚고, 이후 29개월 동안은 한 달에 1천만원씩 상환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렇게 갚겠다고 약속한 돈은 2억8천만원. 하지만 이 약속은 1년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투자금의 10%를 수익금으로 주겠다고 속여 2억9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보험설계사 43살 구 모 씨를 구속했습니다. 피해자는 86살 황 모 할머니로 남편의 사망보험금과 자녀의 결혼자금까지 인출해 맡겼다가 몽땅 날렸습니다. 보험 상담을 받았다가 구 씨가 마치 아들처럼 살갑게 대하자 믿고 맡긴 것입니다. <윤종탁 경위 / 서울 송파경찰서 경제범죄수사과> "남편과 사별을 하면서 많이 외로워하고, 사람에 대한 정에 굶주린 것을 알고 과일 같은 거 자주 사가면서 친근이 대하고 자식처럼 대하면서…" 구 씨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며 월 700만원의 고액 월급을 받았지만 주식으로 큰 손실을 입자 투자금 확보를 위해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구 씨를 상대로 여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배삼진입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09(제보) 4441(기사문의), 카톡/라인 jebo23

구씨는 황씨에게 더 이상 돈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4년 여름께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황씨는 딸이 걱정할까봐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서 6∼7개월 구씨를 더 기다리다가 결국 작년 초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황씨는 "구씨가 연락만 됐어도 고소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황씨는 고소인 조사를 받을 때 경찰과 함께 시켜먹은 배달음식이 남자 이를 싸서 집에 갈 정도로 근검이 몸에 밴 사람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숨어 지내던 구씨는 잠적 2년여만인 지난달 27일 노원구에 있는 자신의 아버지 집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구씨는 "주식으로 수익을 내 돈을 갚으려고 했다"면서 "할머니에게 연락하지 못한 것은 휴대전화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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